봄 바다에서 / 박재삼 (해설 이민영)
화안한 꽃밭 같네 참.
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 것가 참, 실로 언짢달 것가. 기쁘달 것가.
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았닥 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사람과
산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 헤쳤더란다.
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쌌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 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 달아 마음 달아 젖는단 것가.
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 나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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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중인 제니의 아우라님)
수많는 인상을 담았다 놓았다 할 저것의 운율, 살고 죽는 다는
목숨의 문제가 아닌
그 아릿다운 생의 역정에서의 저것, 이승의 저승이 저승살이 것가, 흰돛단 배 두엇,
반짝이는 날들의 우수가 물낯에 비춰주다가 흩어지다가 다시 흐드러지는 저것,
님의 하얀 명주옷베 같을 그 치마폭은 그래도 꽃을 담아
허우적 허우적 오전을 보내라면
그래 왔냐 오냐 할 것같은 오후의 저것,
선생의 너른 바다 종일 헤엄치고도 떠날 수 없는
봄바다에 담겨져있어야하는 님의 저것
幸福한 思郞, 그래서 삼천포에 오면
긴깃 올리며 하느작 하느작 날다
물낯의 보라를 너르게 내민 파도가 자꾸만 소매를 잡는다
남평문씨 부인의... 오 우리의 바다...
시낭송가이자 시를 사랑하는 분인 제주의 <제니의 아우라> 님이 편집하여 올려주신 시다
음악과 그림과 편집을 어쩌면 그리 잘도 꾸미는지..
박재삼 선생의 서정을 표갈하는, 그 삼천포의 바다에 나도 간다.
옛일로 날새 자애하는 남평문씨 부인의 애틋함의 미려,
봄은 수를 놓고 그 위 조막조막 마음 얹어 놓으니 갈대의 흔들림 같을,
그래서, 바다와 섬이 흐느낀다.
이 시는 남평 문씨 부인의 죽음과 그 추억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봄바다의 정경으로 묘사된 시다
산문체의 율격과 '것가'의 반복이 주는 인생 무상의 정서. 그리고 비극적 체험을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선생의 남평문씨...,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ㅡ 선생의 남평문씨는 어느 분일까? ...
<제니의 아우라> 이 분은
좋은시를 읽고, 좋은시를 낭송하는 분이다. 시의 선고도 훌륭하시고 편집도 훌륭하다.
졸글 <시인의 가을>을 암송하셨다며, 알려 오셔서 내심 부끄러웠었다,
<.....> 정모 시에 처음 뵈었었다
요즈음,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암송중이시란다.
1연/ 시의 서두에 등장하는 '화안한 꽃밭'은 '봄바다'를 비유한 것이다.
봄바다에 비치는 화사한 햇살과 반짝이는 물결을 화자는 '꽃밭'으로 인식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시행을 보면, 봄바다는 꽃이 피는 것과 지는 것, 즉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거나
저승과 같은 곳이며, 언짢음인지 기쁨인지 분별이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를 해독하는데 있어서 가장 애매하면서도 매력이 있는 장면은 다음의 구절이다.
"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았닥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가."
여기서 '정신없이 앉았는 섬'은 물론, 봄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그런데 위 문장의 주성분만을 추려서 보면,
'(우리가) ∼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가'가 된다. 이것을 풀어서 생각해 보면,
'살아있는 우리가 섬을 보고 있노라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숨을 쉬는 섬이 되어 있는 게 아니던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섬'의 실체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즉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숨을 쉬는<공존의> <시적 공간>이 존재하게 된다.
결국 1연은 화안한 꽃밭과도 같은 봄바다와 섬을 매개로 하여
이승과 저승,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숨을 쉬는 시야를 형용한 것이다.
2연은 화자의 어릴 적 이야기인
즉, 남평 문씨 부인이 봄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린 사건이 등장한다.
화자가 어린 시절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부인의 죽음으로 인해,
화자는 봄바다의 설레는 물결에서 부인에 대한 아련한 추억에 젖어든다.
여기서 '봄바다'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부인의 추억과 함께 살아있는
물결로 화자의 살과 마음 속으로 젖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3연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해질 무렵의 돛단 배가 흰나비와 같다고 한다.
여기서 '흰나비'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면서도,
남평 문씨 부인의 혼령이 환생한 듯한 느낌을 준다.
나아가 부인의 한스러운 삶을 한 마리의 흰나비로 아름답게 昇華시킨 것이다.
....................................이민영 글
![](https://t1.daumcdn.net/cfile/blog/16408E1249F6DBD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