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분계선을 넘어 평화를 소망하며'_<월북하는 심리학>을 읽고
20대 초반 나는 37통문지기였다. demilitarized zone, 일명 DMZ이라 불리는 비무장지대가 남과 북 2Km, 합이 4Km 두께로 한반도의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서쪽으로부터 37번째 남측 철조망의 문을 젋은 시절 잠시나마 지키던 때가 있었다. 내가 지키던 것은 남북측의 분계선 중 남측의 분계선, 그 누구도, 그 어떤것도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통문을 지날수 있었던 것은 미리 약속되어진 GP를 오가는 무장한 병력들이다. 우습지만 비무장지대에 무장한 병력들을 들여보냈던 것이다. 북측도 마찬가지, 한반도는 이렇게 70여년의 시간을 남과 북이 분계선을 그어 명목상의 비무장지대에서 무장하여 철통같이 서로를 경계를 하고 있었다. 마치 감옥과 같이.
2018년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었다. 한반도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게 된 것이다. 열리지 않을것 같았던 철의 장막이 열렸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이 분계선을 넘어 월남하였고, 남의 문재인대통령이 김위원장과 함께 분계선을 넘어 월북하였다. 마치 아이들이 장난하듯 남북의 정상들이 분계선을 오갔다. 70여년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금이 그어져 있던 그곳에 낯설지만 가슴벅차게 흐뭇한 광경이 펼쳐졌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비무장지대의 중화기로 중무장된 남북의 GP가 철수되었고 남북을 잇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세워졌다. 남북정상들의 월경을 시작하여 남한은 분계선을 넘어 관계의 끈을 이었다. 하지만 평화의 봄은 짧았다. 하노이 북미협상결렬과 COVID-19로 인한 북의 국경 폐쇄 조치는 더 이상 분계선 넘어 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두 막았다. 여기에 남북을 잇던 공동연락사무소마저 폭파되었다. 한반도의 분계선을 넘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김태형은 <월북하는 심리학>에서 남과 북을 가르는 7가지 심리분계선이 있다고 한다. 돈, 관계, 개인과 집단, 일, 마음, 권력, 국가에 대한 남한의 심리에 넘어야 할 분계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계선은 남북의 분단으로 생긴 결과물이다. 그는 이 심리가 생긴 이유에 대해 북에 열등감으로 생긴 남한의 우월주의라고 말한다. 실제적으로 70년대까지만 해도 북이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냉전이 만들어낸 분단국들 중 유일한 한국은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서든 체제 우위를 점해야 했다. 거짓말을 통해 레드 콤플렉스를 만든 결과는 결국 '북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월북하는 심리학>,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오해를 가져올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폐혜들과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남과 북에 빗대어 쓴 내용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거기에다 북에 대한 구술정보는 2차자료의 문서들이나 강의에서 인용하였다. 일반화의 오류가 다분히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북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분계선 너머의 그 세계를 말이다. 비록 오류가 있을지언정 일반화를 통해 경계를 그어야지 그 다음의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의 결론을 김태형은 이렇게 맺는다. 심리분계선을 넘어, 남북 공감으로.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가슴 뜨거웠던 2018년 9월 문재인대통령의 평양시민 15만명 앞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우리'가 된다는 것, 그것은 나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공감할때 이루어 진다. 우리가 될 때, 그 다음의 평화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2021년 5월의 끝날, 찾아온 봄이 사그라져 버린 한반도에서 평화를 소망하며 우리의 심리분계선을 넘어 6월을 맞이해 보자.
첫댓글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