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한용운
나는 서투른 화가여요
잠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어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이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적는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 번이나 지웠습니다.
나는 파겁(破怯) 못한 성악가여요.
이웃 사람도 돌아가고 버러지 소리도 그쳤는데 당신이
가르쳐 주시던 노래를 부르려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스칠 때에 가만히
합창하였습니다.
나는 서정시인이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봐요.
'즐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적은 돌도
쓰겠습니다.
===[명시의 감상, 사계]===
화가,
성악가,
시인의 모습.
이러한 분을 우리는 예술가라 칭합니다.
화가는 백번을 지웠고,
성악가는 졸고 있는 고양기가 깰까 문풍지가 떨 때 불렀고,
시인은 즐거움, 슬픔, 사랑 보다 당신의 얼굴, 걸음걸이, 집, 침대와 꽃밭에 있는 작은 돌을 쓰겠다는 한용운 시인님!
예술가의 자세를 소박하게 적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강원지방에는 눈 소식입니다.
금요일입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