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민영과 재민에게
할아버지가 지난 나흘 동안 영농 준비차 어비동천에 들어가 있는 동안 외할머니와 함께 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엄마 아빠 위문공연을 잘 다녀왔겠지?
아직까지 너희들은 왜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말마다 너희들을 떼어놓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양평 산장에 들어가서 억척스럽게 농사를 짓느라고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할아버지의 건강관리와 하절기 펜션 운영으로 가내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희들이 장차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피폐해졌을 때 별유천지(別有天地)인 어비동천에서 며칠간의 휴식은 유익한 힐링[정신휴양]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과일나무를 심고 정원을 공들여 가꾸었음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제 70을 넘겨 앞으로 얼마나 더 살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너희 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다섯 살이나 적은 66세에 작고하셨다. 그런데 대체로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제까지 질풍노도(疾風怒濤) 하며 힘들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오늘에 만족하면서 장차 아들딸과 손주들도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제일의 소원이라고 생각된다.
할아버지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소년 시절 하루 세 끼를 먹지 못하면서 특히 먹을 것이 없던 봄철이면 허기진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여 열심히 공부한 결과 육사에 진학하여 내 인생에서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넘을 수 있었다. 다행히 기회가 주어져 18년간 사관학교 교수를 거쳐 21년간 대학교수로 봉직할 수 있었다. 이때 아빠와 고모가 태어나서 대학교수였던 할아버지 덕분에 큰 고생하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내고, 운동을 잘하는 아빠는 적성을 살려 대를 이어 육사에 입학하여 축구선수를 하며 생도 생활을 하였다. 임관 후 사단 수색대대 소대장, 자이툰부대 여단장 전속부관, 북한군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칠봉 중대장, 육대 교관, 지직사 작전처, 사단 신병교육대장을 거쳐 현재는 사단 작전참모로 근무하고 있지.
엄마는 아빠보다 가정 형편이 조금 더 어려운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과외란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오로지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아빠와 같은 해에 육사에 진학했다. 4학년 때 한 중대에서 생활하면서 아빠와 엄마는 서로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는 항상 성실한 자세로 생도 생활에 충실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임관하여, 육사 교수 요원으로 서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후 육사 교수부에서 3년간 근무하였다. 이후 야전으로 진출하여 양구 연대 화학중대장, 광주 사단 화학지원대장, 연합사 화학지원장교에 이어 현재 양주 사단 화학대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바 아빠 엄마는 주말부부로 있으면서도,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 너희들과 자주 회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야근과 훈련을 자주하는 아빠 엄마는 부모 입장에서 너희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은 아빠 엄마가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노고를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아빠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은 평소 학교생활에서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을 잘 들으며, 가끔은 아빠 엄마의 기분을 즐겁게 하여 주는 감사의 립서비스를 하는 것이겠지.
중학교에 입학한 민영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때임을 자각하였으리라 믿는다. 평소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을 배우는 학문이란 점에서 국어는 중요하고, 이제는 한국 국민이면서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시대라는 점에서 만국 공통어인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며, 논리적인 사고와 실생활의 수리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수학 과목이 중요하기에 모두가 다른 과목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민영이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마음으로는 SKY 대학의 문을 두드리기 어려울 것인바, “남과 같이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라는 점을 항상 마음에 깊이 새기기를 바란다. 현재 아파트 주변에는 명문고등학교가 없어 한민고·민사고·하나고와 같은 자사고나 외고·과학고와 같은 특목고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진학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런 학교는 대체로 외부 과외 없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파르타식으로 학습을 독려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면서 공부하는 분위기라서 학습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앞서가는 민영이의 일거수일투족과 그 결과는 첫눈 위에 난 발자국처럼 동생인 재민이에게 그대로 전수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3학년에 진학한 재민이는 시력 저하로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너무 휴대폰 게임과 TV 오락프로그램에 몰두하는 것 같다. 여기에 너무 몰입하면 중독되게 되어 공부하는 즐거움을 잃고 학업은 선두그룹에서 탈락할 염려가 있어 주위가 요망된다. 그러니 학교 수업, 국어·수학·영어 과외학습, 태권도 수련, 그리고 독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여가시간에만 휴대폰 게임과 TV 오락프로그램을 잠깐 즐길 수 있도록 자제해 주기 바란다.
아빠와 엄마는 학창 시절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육사에 진학했으니, 너희들도 아빠 엄마의 딸과 아들로서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만약 게으름과 잘못된 생각으로 재능에 부응하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거나 잘못된 길을 걷는다면 할아버지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장차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머릿속의 지식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구비한 된 사람이 되어야 주변 사람들이 따르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평소 자신의 잘못과 주변 사람들의 지적이 있으면 잘 경청하면서 부단히 고치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있다. 또 너무 개인적 욕심에 탐닉하면 안 되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배려심과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너희들도 한 달 용돈에서 얼마간 떼어내어 아프리카 기아를 위한 유니세프 기부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인으로 꼭 필요한 것이 리더십인데, 민영이는 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솔선수범하면서 그리고 재민이는 학교 회장 역할을 잘 수행하여 남을 잘 이끄는 요령을 습득하기를 바란다.
현재 너희들은 아빠 엄마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최고 수준의 의식주와 교육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니 성년이 되면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재의 생활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을 할아버지는 잘 알기에 평소 강한 정신력과 학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체력을 구비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설령 아빠 엄마가 나중에 흙수저라도 물려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지킬 지식과 능력이 없으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이어서 비바람에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집안이란 할아버지보다 아들딸이, 아들딸보다는 손주가 더 사회적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집일 것이다. 이를 위해 너희들은 평소 학교생활에 충실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는 황혼육아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아빠 엄마는 자식 걱정 없이 열심히 군 복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라면서, 오늘 너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칠까 한다. (2023. 3. 31.)
첫댓글 갈헌회장님의 감동적인 글,일어나자마자 잘 보았어요.
손주들에게 이러한 글을 쓴다는 것은 큰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어비동천은 아드님내외와 손주들
에게 힐링내지는 위안의 장소가 될 것입니다.선친께서는 66세의 너무 이른 시기에 작고 하셨네요.저의 선친
께서는 80세에 작고 하셨으나,13년간 중풍으로 고생
하신게 늘 마음이 아프지요.육사는 우리 삶에 정말로
'쌍무지개뜨는 언덕'이었지요.특히 운 좋게 총무처에
발령받아 훌륭하신 상사님들 만나 행정을 배우고 人性
을 기를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행운이었지요.
부엌에서 주스 가는 소리 들리네요.이어서 다시 쓸게요.
갈헌회장님의 감동적인 글,일어나자마자 잘 보았어요.
손주들에게 이러한 글을 쓴다는 것은 큰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어비동천은 아드님내외와 손주들
에게 힐링내지는 위안의 장소가 될 것입니다.선친께서는 66세의 너무 이른 시기에 작고 하셨네요.저의 선친
께서는 80세에 작고 하셨으나,13년간 중풍으로 고생
하신게 늘 마음이 아프지요.육사는 우리 삶에 정말로
'쌍무지개뜨는 언덕'이었지요.특히 운 좋게 총무처에
발령받아 훌륭하신 상사님들 만나 행정을 배우고 人性
을 기를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행운이었지요.
아드님이 축구부에 있었다니 저도 축구부에 끌려가 6
개월동안 있으면서 운동 끝나면 某생도에게 훅을 강타
당한 생각이 나네요.며느님은 훌륭한 재원이네요.
두사람 모두 스타가 되길 바라고,민영.재민이도 부디
SKY대학의 꿈이 실현되길 기원합니다.저도 우리 외손
녀에게 지침과 소양이 될만한 노트를 쓰고 있는데,이 녀석 학교 들어갈 때,취업했을 때,결혼할 때 쓸 비용을
내 죽기전에 같이 주겠다는 idea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요,희망입니다.좋은 盤銘(반명)
이 되는 글,감사합니다.
황혼육아를 하니까 이러한 자상한
가르침이 나오겠지요.
나는 가족에게는 월 1회 편지를 써서
가족밴드에 게재를 하고 거기에 손
주들 소식을 전하지만
손주들에게는 갈헌처럼 자상한
편지를 쓰지는 않았지요
갈헌의 가식없는 진솔함은 언제
나 봄꽃향기를 느낌니다
손자들에게 주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어린시절부터 키워왔기에 조부모의 바람대로 훌륭한 인재들로 성장할 것으로 믿습니다.
종심의 나이를 살아가는 사람이 바랄 게 뭐가 있을까요. 크게 불편하지 않은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상, 대를 이어갈 후손이 있어 그들에게 덕담과 더불어 인생의 교훈을 전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게 있을까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들의 피와 얼을 물려받은 갈헌의 손주들을 할아버지의 유훈과도 같은 말씀을 아마도 잘 지켜나갈 것입니다~
마음이 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