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이 끝내 깨져버렸다.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지 못한 데 이어, 보스턴 레드삭스도 끝내 '밤비노의 저주'를 깨지 못했다. 보스턴의 월드 시리즈 진출 실패는 홈런으로 결정짓는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고 타선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놓쳐버린 투수교체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지만, 우선 그래디 리틀 감독이 포스트시즌 들어 여러 번 용병술에 문제를 드러낸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드러난 세 번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첫번째는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4대3으로 앞선 9회말 등판시킨 마무리 김병현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 1개씩 내주며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자 바로 앨런 앰브리로 바꾼 것을 들 수 있다. 일단 정황으로 보면 리틀 감독은 작전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사 1, 2루에서 등장한 타자가 왼손타자이면서 김병현과 애리조나 시절 동료였던 에루비엘 두라조였기 때문에 왼손투수를 올려야 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앰브리는 두라조에게 동점타를 맞았고, 김병현의 실점으로 귀속되었다. 결국 경기 결과는 3차전 선발로 예고되었던 데릭 로를 내세우고도 보스턴이 5대4로 패배했다. 이 1차전 패배가 2차전 패배로까지 이어지면서 보스턴은 위기를 맞았고,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던 김병현이 3차전에서 불경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두번째는 디비전시리즈 4차전. 보스턴이 5대4로 이기면서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면서 이날 패했다면 감독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리틀 감독은 5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던 존 버켓을 6회에 계속 올렸다. 하지만 버켓은 6회 저메인 다이에게 2점홈런을 맞는 등 3실점을 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6회 100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불펜을 가동할 수도 있었지만 리틀 감독은 끝내 버켓을 올렸고, 5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던 버켓은 6회 집중타를 맞으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 적절한 시기에 투수교체를 하지 않아 패배의 위기에 몰렸지만 토드 워커의 솔로 홈런과 디비전시리즈에서 계속 부진했던 데이비드 오티즈의 2타점 결승타로 5대4로 승리하면서 리틀 감독의 실수는 결국 묻혀버렸다.
세번째는 뉴욕 양키스와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8회말에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교체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마르티네스는 7회 이후 현격히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리틀 감독이 중간에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마르티네스를 바꾸지 않았다. 결국 마르티네스는 물이 오른 양키스 타자들에게 8회에 집중타를 허용하며 3실점, 5대5 동점을 허용하고 관중들의 야유를 받은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보스턴의 오래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 것으로 기대되었고, 그 기대에 부합하는 투구를 보였던 마르티네스지만 결국 운명의 8회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투수교체를 해야 할 타이밍에서 마르티네스가 계속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투수를 바꿨어야 했던 그래디 리틀 감독. 포스트시즌에서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물론 선발 투수 2명을 올리고 마리아노 리베라를 3이닝을 던지게 하면서 결국 승리를 얻은 조 토레 감독과 대조를 이루며 결국 지난날의 실수가 묻힐 절호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
지난날의 실수를 끄집어낸 듯한 인상을 주지만, 이날 실수로 인해 지난날의 실수가 다시한번 되살아나게 되었다. 보스턴 감독이 된 지 2년만에 리그챔피언십에 진출했지만 월드시리즈에 목말라하는 보스턴이기에 리그 챔피언십 진출이라는 성적도 빛을 보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너무나 아쉬운 기회를 놓쳐버린 보스턴 선수단과 보스턴 시민, 그리고 그래디 리틀 감독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리그챔피언십시리즈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