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옮기는 이유

[김수영1]

우리 나라에는 교회가 약 6만 곳이나 있다고 한다. 평균 잡아서 인구 1,000명도 안되는 지역에 교회가 하나씩 세워져 있는 꼴이다. 이 교회들이 길게 잡아 일 년만 동네에서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쳤어도 우리 나라에는 복음과 성경의 진리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복음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성경적 진리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문외한인 것이다.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나라의 교회들과 그 지도자들이 엉망이 되어 있음을 경고하며, 바른 성경으로 돌이키고 성경 말씀 위에 온전히 서도록 촉구해왔다. 그러던 중 요즈음은 교회들과 교회 지도자들의 타락상이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부각되자, 곳곳에서 교계의 현실을 꼬집고 직시하는 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에 대한 지배적인 평가가 다음과 같았던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영적 문제에 해답을 주지 못한다,”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다,” “진리 추구보다 교세 확장에만 관심이 있다,” “헌금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참으로 수치스런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불교, 천주교의 경우는 신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기독교는 신자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사실 구원받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의 양심에마저 꺼림칙하고 가책이 되는 일들이 기독교계 내 도처에서 벌어지고, 그 일들이 널리 공개되는 마당에 누가 교회라는 곳에 발을 디뎌 놓으려 하겠는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업화되고 정치화된 곳에서 누가 자기의 시간과 노력과 재물과 인생을 쓰려 하겠는가? 이런 와중에 교회 지도자들은 마치 자기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영향력이 없는 줄로 착각하고서, 하나님을 모르는 죄인들의 마음을 살살 달래주고자 성경적인 교회의 본분과는 무관해도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는 활동들로 자신들의 치부를 포장해 보려는 우스꽝스러운 일들도 많이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바로, 교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부분이 결여되고 엉망인 데 있던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평가 외에도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의 평가 역시 우리 나라 교회들이 얼마나 기본적인 부분이 결여되었는가를 지적해 준다. 지난 1월 15일에 교회성장연구소가 창립 11주년 연례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는 그 한 단면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조사는 9개의 대도시에서 만 18세 이상 개신교인 1,088명을 대상으로 하여 가구방문식으로 일 대 일 개별 면접한 설문 조사 결과라고 한다. 이 조사의 주제는 “교회를 옮기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응답자 중 76.5%가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었고, 평균적으로 2-3회 교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양상을 보면 소형 교회에서 중대형, 초대형 교회로의 이동이었다. 소형 교회들은 점차로 교인수가 줄어들었고, 중대형 교회는 약 4배 정도, 초대형 교회는 약 2배 정도로 크게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

교회를 옮기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지배적이었는데, 직장과 이사 문제가 49.8%였고, “목회자 문제” 22.8%였으며, 그 밖에도 자잘한 여러 문제들이 있었으나 별로 비중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직장과 이사 문제는 교회의 질과는 무관한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므로,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목회자의 자질 문제였던 것이다. 새로운 교회를 선택하게 된 요인 역시 교회의 질과 연관되어 비중 있는 것은 “목회자 설교,” “목회자 인격”이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요인들로는 “기도, 찬양 분위기,” “가족적인 분위기” 등이 있었고, 별로 비중이 없었던 요인들로는 교육 프로그램, 교우 관계, 목회자 인지도, 전체 교육환경, 교파, 교인 심방 관리, 제반 교회시설, 사회참여 봉사 등이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정도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는 표면적으로 부각된 부분으로서, 목회자의 설교나 인격의 문제로 교인들이 교회를 옮기는 것이 가장 주된 실질적 이유라는 점이다.

성경에서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비난받을 일이 없어야 하고... 절제하고 신중하며, 예의 바르고 대접하기에 힘쓰며, 가르치기를 잘하고... 더러운 이익을 탐내지 아니하며, 오직 관대하고, 다투지 아니하며, 탐욕스럽지 아니하고... 외부 사람들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받아야』(딤전 3:2-7) 하고, 또 『신중하고 정의로우며, 거룩하고 절제하며... 신실한 말씀을 굳게 붙잡아야』(딛 1:8,9) 한다고 말씀하고 있다. 요컨대 성경대로 설교를 잘하여 사람들을 영적으로 깨우쳐 주는 일에 출중해야 하고, 모든 언행과 인격에 있어서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6만 개의 교회들 중 엄청난 수의 목회자들이 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실제적 사례들과 열매들로 보건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과연 교인들이 엉터리 목회자를 제대로 분별하여 교회를 옮기는 영적인 면모만을 보였느냐는 것이다.

본 학회지에서 끊임없이 지적해 온 바대로 교회들에 수많은 비성경적 실행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비성경적 실행에서 성별하기 위해서”라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교회를 옮기는 요인들 가운데 전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소형 교회를 떠나 중대형, 초대형 교회들로 모여드는 양상도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만이 설교를 잘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사람이 적은 교회보다는 사람이 많고 거대한 교회가 부담없이 맘 편하게 적당한 “신앙생활”을 즐길 수 있다. 사람이 적은 곳에는 그만큼 교회의 일들을 할 사람이 절실하고, 그만큼 개개인이 힘써서 섬겨야만 할 부분들이 많고, 전반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소형 교회, 미자립 교회들에서 벗어나 대형 교회에 몰려드는 이 분명한 양상은, 목회자를 평가하고 교회를 옮기는 수많은 교인들도 실제로는 헌신되지 않은 자세와 영원을 바라보지 않는 눈으로 적당하고 편안하고 이미지 좋은 곳을 찾아 나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교회가 비성경적인 실행들을 고집하며, 비성경적인 목회자가 장악하고 있는 교회인가? 그렇다면 그곳에서 나오라. 『이제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권고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리에[신약성경에 기록된 성경적 교리] 역행하여 분열을 일으키고 공박하는 자들을 주의하고 그들에게서 떠나라. 그러한 자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배를 섬기는 것이니 정중한 말과 그럴듯한 언변으로 순진한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롬 16:17,18). 비성경적으로 가르치고 행하면서 이득을 탐내는 자들에게서 떠나라고 당신의 주님께서는 명령하신다. 이런저런 사유를 둘러대면서 남아 있으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당신은 하나님 앞에서 수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당신에게 유익이 되지 못한다.

당신의 교회가 바른 성경을 믿고, 성경적으로 올바른 사역을 수행하는데, 여건이 열악하고 어려움 가운데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서 있는 자리를 굳게 지키라. 당신은 성도들과 합심하여 하나님의 고귀한 일들을 받들고, 할 수 있는 한,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주님을 섬기라.

사도 바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에게는 생각을 같이하여... 염려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 모두 자기 자신의 일만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은 구하지 아니하느니라』(빌 2:20,21).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는 당신의 목자의 입에서 이런 탄식이 나오지 않게 하라. 비록 어려움 가운데 있더라도 성경적으로 올바른 교회라면 이제 당신은 그곳을 떠나지 말고 굳게 서서, 다음과 같이 감사의 제목이 되는 성도로 남아야 한다. 『그는 나의 형제요, 동역자이며, 전우이고, 너희의 사자이며, 나의 필요를 공급해 주는 일꾼이라... 그가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거의 죽게 되었으나 자기 생명을 돌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나에 대한 너희 섬김의 부족함을 그가 채우려 함이라』(빌 2:25,30). 

당신이 영원을 바라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기쁨으로 영접하고 그와 같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라고 빌립보 성도들에게 명령하셨다. 이것은 장차 하나님께서도 바로 그런 당신을 기쁨으로 영접하실 것이며 귀하게 여기실 것임을 당신에게 알려 주고 계신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간절한 소망이 아닌가

[이성과 감성]

소형 교회에서 대형 교회에 몰려드는 양상은, 수많은 교인들도 실제로는 헌신되지 않은 자세와 영원을 바라보지 않는 눈으로 적당하고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한다는 지적. 예리합니다.
한편,성경적으로 올바른 사역을 수행하는데, 여건이 열악한 곳. 딱 언약교회네요.

[송순영]

거대한 교회가 부담없이 맘 편히 적당한 신앙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ㅜㅜ. 참 아프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