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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살림 소식지에 실렸던 글을 편집, 재구성한 것이다.
정월 대보름도 지나고 이제 장 담그는 철이 되었다. 친정 어머님은 따스한 봄볕이 나면 메주를 깨끗이 씻어 채반에 펴 널어 물기를 말리고, 소금물을 미리 풀어놓아 가라앉혀 맑은 물만 떠서 장을 담그셨다. 항아리에 소금물을 붓고, 계란을 깨끗이 씻어 물 속에 '퐁'하고 집어넣으면 동동 떠오르는 계란이 너무나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연세가 너무도 많고, 몸이 불편하셔서 장을 직접 담그지 못 하시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집안 식구들의 먹거리를 손수 다 장만하시던 어머님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도 식구들의 먹거리를 가능한 직접 준비한다.
메주, 간장, 된장, 고추장 만들기에서부터 콩나물 기르기, 채소 가꾸기, 빵 만들기, 떡 쪄먹기, 두유 등의 음료 만들어먹기까지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에 미처 준비가 안되면 집안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이 며칠씩 가기도 한다.
한때는 우리 신토불이 먹거리가 아니면 안 먹고, 환경농산물이 아니어도 안 먹고, 고기도 안 먹고, 생식도 해가며 유별난 식생활을 해보기도 하며 우리식구에 맞는 식사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 결론은 골고루, 가능한 채식, 가능한 소식, 가능한 생식, 가능한 직접 기르거나 만든 음식으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동그란 식탁에 된장찌개, 김치, 콩자반뿐이지만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도 맛있게 먹어주는 그이와 아이들이 있어 식사 준비가 즐겁다.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뚝배기 된장 하나면 우리 네 식구 한끼가 거뜬하다.
전통장을 담그기 위해 대부분의 주부들이 음력 정월 중에 말날(午日)을 잡아 장을 담그지만, 경험상 굳이 말날이 아니어도 장맛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소금과 물, 메주의 비율이 적당하고 간이 맞으며, 적당한 온도에서 충분히 숙성되면 장은 아주 맛있게 잘 된다.
된 장
재 료 메주 4∼6덩이(1말), 덩이 크기에 따라서 개수가 달라지므로 1말을 기준으로 한다. 생수 3∼4말, 참숯, 붉은 고추 5∼6개 천연굵은소금 물 1말에 소금 3되(약 2.5㎏)정도로 기온에 따라 가감한다. (추울 땐 덜 넣고, 더울 땐 더 넣고)
만들기
1. 장담그기 2∼3일전쯤 메주를 깨끗한 물에 솔로 문질러 씻어 채반에 널어 물기를 말린다. 2. 3일 전쯤에 생수에 소금을 풀어 녹여 가라앉힌다. 싱싱한 계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넣고, 백원 짜리 동전 크기만큼 계란이 떠오르도록 농도를 맞춘다. 3.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담고, 그 위로 소금물을 붓고, 망을 씌운다. 시중에 파는 항아리망은 너무 엉성하여 파리 같은 것에 안전하지 않으므로 소창(아기 기저귀감) 천을 쓰면 좋다. 4. 3∼4일 후에 숯을 불에 달구어 띄우고, 달력에 표시해 놓아 40∼50일 정도에 까맣게 우러나면 메주를 건져낸다. 5. 장은 발이 고운 천에 밭여 달이고, 메주는 커다란 양푼에 꺼내 손으로 주물러 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푹 삶은 통밀이나 보리, 메주콩을 섞어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고, 그 위에 소금을 끼얹고 천으로 꼭 싸매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고추장
고추장은 콩과 전분질에 고춧가루를 섞어서 발효시킨 우리 나라 특유의 발효식품이다. 고추장은 전분질의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 고추의 매운맛과 붉은색, 그리고 단백질 분해로 생긴 아미노산의 감칠맛 등 네 가지가 그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고추장은 간장을 담그고 나서 더워지기 전인 3∼4월에 담근다.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찹쌀고추장, 밀가루고추장, 보리고추장, 고구마고추장 등이 있다. 고추장 메주는 간장 메주보다 덜 띄운 것으로 하는 것이 메주 냄새가 나지 않고 더 맛있다.
재료 1
엿기름 2kg, 고춧가루 4kg, 왕소금(오래 묵혀 간수 뺀 것) 약2.4kg, 찹쌀가루 6kg, 물 5,000cc, 조청 2kg, 메줏가루 200g
재료 2
엿기름 3∼4컵, 고춧가루 약 2되, 꽃소금 6∼8컵, 찹쌀가루 1말
만들기
1. 엿기름은 물에 불려서 찌꺼기를 가라앉혀 윗물을 따라서 밑이 두꺼운 솥에 붓고 끓인다. 2. 찹쌀가루를 넣어 밑이 눌지 않도록 주걱으로 젓는데, 끓으면서 찹쌀가루가 다 삭아 묽은 물 죽이 된다. 3. 죽이 끓으면 조청을 넣어서 한번 더 끓이고 불에서 내려 식힌 다음 메줏가루 1되(5컵)와 고춧가루를 넣고 소금을 넣으며 간을 맞춘다. 4. 고추장 소금은 잘 녹지 않으므로 2∼3일 정도 서너 차례 나누어 간을 하고 잘 저어주며 소금을 완전히 녹인 다음 간을 다시 보고 항아리에 붓는다. 5. 항아리에 망을 씌우고 매일 햇빛을 보게 하며 얼마동안은 계속 저어 주어야 잘 익고, 끓어오르지 않고, 간도 고루 든다. 특히 여름철에는 곰팡이가 피기 쉬우므로 망사천으로 덮어서 햇볕을 자주 쏘이도록 한다. 장마철에는 반드시 웃소금을 얹고 습기가 차지 않도록 주의한다. 6. 한달 정도 숙성시킨 후에 먹도록 한다.
※찹쌀가루는 가루로 해도 되고 경단을 빚어 넣어도 된다. 고추장 반죽을 할 때 너무 되면 소금으로만 하지 않고, 간장을 넣기도 하는데 간장을 넣을 때는 달여서 식혀 넣도록 한다.
맵게 담그려면 매운 고춧가루를 넣고, 엿기름을 많이 넣으면 쉽게 삭아서 묽게 된다. 전분질이 너무 많으면 되직해지므로 기호에 따라 재료의 비율을 가감하는데 싱거우면 맛이 변하므로 간을 잘 맞춘다.
막 장
보통 된장과는 달리 담가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막장은 지역에 따라 메주를 빠개어 가루를 내어 담갔다고 하여 빠개장 또는 가루장이라고도 한다. 담근 지 열흘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많이 담근다. 재래 된장은 간장을 뽑아 낸 메주로 만들지만 막장은 메줏가루를 갈아 직접 담그기 때문에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다. 쌈장으로 가장 많이 먹고, 수육이나 편육을 찍어 먹는 양념장이나 생선회를 물회로 만든 때의 양념으로도 쓰인다.
재래식 된장과는 달리 오래 숙성시키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처음부터 콩으로만 메주를 쑤지 않고 전분질을 섞어서 막장용 메주를 따로 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밀이나 멥쌀, 보리 등의 전분질이 들어가면 당분이 분해되어 발효가 빠르고 단맛도 많이 난다.
메줏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되직하게 부어서 불어나면 소금과 고추씨나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버무려서 항아리에 담아 익힌다. 또는 보리쌀로 죽을 쑤어 식힌 것에 메줏가루와 고추씨(메줏가루 3되에 보리쌀 2되, 고추씨가루 1되 정도), 고춧가루를 소금과 함께 섞어 담기도 한다.
경상도 막장은 콩 3말에 멥쌀 한 말을 넣고 소금은 적게 쓴다. 강원도에서는 보리쌀 4되에 엿기름 1되를 삭혀서 죽을 쑤어 메줏가루 1되와 섞고 약하게 소금간을 하여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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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터를 잡기만 해봐라, 장부터 담을테다..............
저두 항아리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