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느매기 2기 는, 선생님과 함께 학교 뒤에 있는 산길을 안대를 쓰고, 친구를 의지해가며 오르는 체험 즉, 장님안내 체험을 하였다.
나는 체험하기 전에는 솔직히 말하자면 먼저 체험했던 아이들이 겁이 왜 이렇게 많고, 그런 아이들이 어이없고, 웃기기만 하였다. 그리고 왜 이렇게 못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나는 잘할 거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생각보다는 꽤 어려웠다. 안대를 하고 길을 가면서 많은 소리와, 냄새를 맡았다. 평소에는 유심히 들어보지 않고, 대수롭게 여겼던 소리도 자세하게 들렸다.
개와, 새소리, 동네 사람들의 소리, 지나가는 버스 또는 차의 소리, 매미소리, 심지어 바람소리 까지, 풀과 흙냄새도 코에서 진동을 하였다.
이렇게 자세하게 들었던 것은 처음 인 것 같다. 앞이 안보이니까 귀나 코로 의지해야하므로 더 잘 들리게 되고, 냄새도 잘 맡았던 것 같다. 앞이 보였을 때는, 유심히 듣지도, 맡지도 않았다.
또, 평소에는 그냥 걷곤 하였으나 어제는 흙의 느낌, 풀숲의 느낌이 색달랐다. 왠지 평소보다는 흙의 기운을 느낄 수 있던 것 같았다. 그
리고 올라가는 도중에 꼭 내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것 같고, 꼭 부딪힐 것만 같다는 크디 큰 불안감도 생겨났다. 드디어! 안대를 벗는 순간이 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안대를 벗으라는 소리가 끝 나기도 전, 이미 안대에 손이 슬쩍 올라갔다.
나는 얼른 안대를 벗었다. 무척 상쾌했고, 시원하고, 체험하는 동안 쌓였던 불안감도 바람에 저 맑은 여름 하늘로 날라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이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이 힘든 생활을 매일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머릿속에서 잠시 스쳤다.
이로써 시각장애인들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내가 체험이 끝나고 생각해 보았는데, 오히려 일반 사람보다 장애인이 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일반사람들은 안대를 쓰고 가면 불안하고 여기가 어느 곳의 어딘지 짐작을 못 하는데, 장애인들은 오감을 통해 갈 수 있다는 것에서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라면 장애인들과 접촉하거나, 옆에 있는 것조차 꺼려한다.
나도 솔직히 그런 장애인에 관한 강박관념, 여러 편견들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체험을 하고 나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그게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시각 장애인은 앞만 안보일 뿐이지, 만지고, 듣고, 맡는 것은 일반인의 몇 배로 잘한다는 것도 신기하였다.
이 체험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슬픈 마음을 알았던 것 같고, 만약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을 본다면 그때는 장애인을 사랑으로 감싸줄 것이라고 다짐하는 좋은 하루였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이런 체험을 많이 하여서 장애인들의 마음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첫댓글 제목을 훔쳐 읽기라고 했다 고쳤습니다. 문재가 없는 아이인줄 알았는데 그냥 6년을 보낸 것 같지 않아 아비로서 분발하기 위해 퍼왔습니다. 그냥 놔두면 지들끼리 어련히 알아서 커가지 않을까.....그 놈의 조바심.... 심성을 그릇된 길로 가게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이 글에는 좋은 글의 덕목이 모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착한 심성(그것이 쌓이면 덕이 되지요)이 그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 그 나이게 맞는 인식과 감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새로운 체험에 대한 놀라움과 그로 인한 마음의 작동, 감각의 작용에 따른 순서대로 글을 쓰는 작문의 원리 등,,,웬만한 어른 글보다 낫습니다. 헬렌 켈러가 쓴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란 글이 생각납니다. 순수함은 이렇게 맑은 지하수처럼 인간의 바탕을 어루만지며 인간을 적셔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