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딸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흉년의 이유
와신상담 6권,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월나라의 구천은 조용히 복수를 꿈꾸고 있다고 했었지?
구천은 복수를 꿈꾸며,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고,
소의 쓸개즙을 먹으면서 복수를 다짐했단다.
...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도 했었잔아. 기억나니?
자신의 나라를 고의적으로 흉년이 들게 하려고, 소를 다 죽였잖아.
이것은 백성들뿐만 아니라, 측근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어.
한마, 즉 여이, 즉 구천의 아들이 직접 구천을 찾아가 시위를 하였단다.
구천은 한마의 그런 행동을 반역으로 여기서 죽이려고까지 했었는데,
아어가 달려와 막아서, 그런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
아직 구천은 한마가 자신의 아들 여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모르는 척하고 있던 때였단다.
구천이 왕궁으로 시위를 온 백성들에게 내년 봄애 소를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백성들은 시위를 풀고 해산하였단다.
그해 가을이 오자,
구천이 예상했던 대로 월나라는 대기근이 찾아왔단다.
많은 유민들이 생겨나고, 민심은 들끓고 있었단다.
하지만, 구천은 여유만만이었어.
문종은 더 이상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왕에게 대책 마련을 요청했단다.
그제서야 구천은 오나라에게 쌀을 빌려달라고 요청을 했단다.
하지만, 오나라도 식량이 넉넉하지 않았어.
왜냐면 북진정책을 위한 운하 건설이 한창이라서, 거기에 식량을 조달해야 했거든.
만약 식량을 월나라에 빌려주면, 운하 건설은 한동안 중단할 수 밖에 없었어.
문종은 서시를 이용했어.
서시는 부차에게 월나라에 쌀을 주지 않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부차는 운하건설을 중단하면서, 월나라에 쌀 5만섬을 빌려주기로 했단다.
그 일을 범려가 맡아서 했어.
그런데, 구천은 범려에게 그 쌀을 월나라가 아닌, 초나라로 몰래 가지고 가라고 했단다.
...
월나라의 기근이 이어지면서, 백성들의 폭동 조짐도 보였어.
그러자, 대신들이 자신들의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주기 시작했어.
폭동이 일어나면 자신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으니,
그 전에 자신들의 축적해 놓은 식량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거야.
그렇게 해서 민심은 잦아들었어.
이것이 바로, 구천이 자신의 나라를 흉년으로 만든 첫번째 이유란다.
대신들의 콧대를 부러트리려는 거였단다.
눈치빠른 대신들도 구천의 의도를 알고 꽤씸하게 생각했지만,
일단 백성들의 민심을 수그러뜨리는 게 우선이었지.
그리고 이유는 하나 또 있었어.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인데,
바로 오나라로부터 쌀을 빌리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단다.
그 쌀이 나중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단다.
초나라로 쌀을 가지고 갔던, 범려는 이듬해 봄에 전부 소로 바꾸어 월나라에 와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단다.
1. 길고 긴 준비
눈치 빠른 원나라 장군 석매.
그는 돌아가는 정세를 보아하니, 구천이 오나라와 전쟁을 할 것처럼 보였어.
그러면 월나라는 오나라에 패배하여 다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단다.
석매는 구천에게 말로는 안된다고 생각하여,
자잭을 이용하여 구천을 죽이려고 했단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에 한마가 온몸을 바쳐 구천을 구했단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자, 한마는 구천을 부왕이라고 불렀단다.
부왕. 즉 아버지라고 부른거야.
그제서야, 한마의 정체는 드러나고,
구천 또한 한마, 아니 여이를 태자로 명했단다.
아어도 부르게 하여 진정한 모자상봉을 하게 했지.
여이는 그런데, 구천에게 부탁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
생각깊고 늠름한 청년으로 자란 아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였단다.
그리고 구천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자잭의 배후가 석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석매를 바로 처벌하지는 않았단다.
석매를 살려두고, 자신이 오나라를 정벌하는 것을 보여주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어.
....
한편, 구천은 이번에는 군대를 만들었어.
군대 이름은 오나라에 충성하는 군대라는 뜻의 오충군이었어.
오나라에 충성한다고 하는 군대이니, 오나라에서도 딴지를 걸지 않았단다.
심지어, 오충군은 오나라의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하여 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단다.
오충군은 오나라의 승리에 기여를 하고 월나라로 돌아와 해산을 하였단다.
오충군 소속의 군인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각자 백성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기 시작하였단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흘러 10여년이 지나갔단다.
2. 복수
10년이 지나는 동안 월나라는 식량도 풍족해지고,
인구도 많이 늘어났단다.
이제 더이상 구천을 욕하는 사람들이 없었어.
한편, 오나라에서는 북진정책의 마지막 정점을 찍고 있었단다.
마지막 한 나라만 정벌하면 오나라는 천하를 재패하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 마지막 전투를 오자서가 반대하고 나섰단다.
월나라의 이상한 움직임, 자신에 10여년 전부터 예상했던 그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이야.
북으로 전투를 떠나면, 월나라가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고, 오자서는 부차에게 이야기했어.
하지만, 부차는 월나라는 얕보았단다.
그렇게 오자서의 의견을 묵살했어.
이제 월나라의 공격이 들어오면 오나라가 망할 것을 뻔히 알게된 오자서는,
망연자실했어.
그리고 부차를 왕으로 만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단다.
그리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
부차는 북으로 전쟁을 떠났어.
그리고 승리를 거두었지.
드디어 천하를 모두 얻은 것이 되었어.
그런데, 기쁨도 잠시..
월나라가 오나라의 수도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부차는 긴급해 회군하여 수도의 성이 고소대에 들어왔단다.
그런데, 난리가 난거야.
봄이 뿌린 곡식이 하나도 자라지 않은 거란다.
그 곡식은 바로, 월나라가 예전에 빌린 쌀 5만섬으로 되갚은 것이었어.
월나라 구천은 오나라가 자신들의 곡식을 씨앗으로 쓸 것을 간파하고,
벼를 찐 후에 잘 말려서 갚았던거야.
그래서 그것을 심은 오나라 백성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었단다.
조금 잔인한 작전인데, 월나라는 오나라 백성들에게 줄 식량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나라 백성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단지 부차를 항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려고 했던거야.
부차가 고소대를 다시 점령하였는데,
성 주변은 온통 월나라 군대가 포위하고 있었어.
전투는 장기전 조짐을 보였지.
그러다 보니 성 안의 식량이 금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어.
부차는 북쪽의 자신이 정벌한 나라에서 식량을 조달하려고 했는데,
이를 간파한 월나라는 식량배급선을 공격하여 이마저도 무산이 되었어.
성 안의 오나라 군사들은 굶주림에 견딜 수가 없었단다.
결국 부차는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을 했어.
구천은 부차에게 자신을 살려준 것, 백비같은 간신배에 휘둘렸던 점,
충신 오자서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은 점 등등 부차의 실정을 이야기했지.
부차는 처음에는 자신의 목숨을 구걸했지만, 그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그렇게 월나라 구천은 오랜 복수의 정점을 찍고,
강국 오나라를 정벌하게 되었단다.
...
와신상담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었단다.
와신상담, 한자로는 臥薪嘗膽 이렇게 쓴단다.
전쟁은 예나 오늘날이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승리를 했다고 뭐가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와신상담의 구천 또한 부차에게 복수를 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그냥 석매의 말대로 현 상황에 만족하여 살았으면 뭐가 부족했을까.
가슴 속 응어리 진 원수는 꼭 갚아야 했을까.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것인데 말이야.
그래서 전쟁은 선(善)이 없다고 생각해..
승자도 없어.. 모두 패자일 뿐이야.
....
책제목 : 와신상담 6
지은이 : 리선샹
펴낸곳 : 휘닉스드림
페이지 : 319 page
펴낸날 : 2007년 11월 15일
책정가 : 9,500원
읽은날 : 2012.05.17~2012.05.20
글쓴날 : 2012.05.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