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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빌 브라이슨 (까치, 2003)
19장 생명의 기원
- 1953년 시카고 대학원생 스탠리 밀러는 원시 바다를 나타내는 약간의 물, 초기 대기에 해당하는 메탄, 암모니아, 황화수소 기체의 혼합물이 담긴 플라스크를 고무관으로 연결하고 번개 대신 전기 방전을 일으킴. 며칠 지나 플라스크 속에는 아미노산, 지방산, 당을 비롯한 여러 유기물이 뒤섞인 녹황색으로 바뀜.
- 당시 언론 보도들은 이제 누군가가 잘 흔들어주기만 하면 플라스크 속에서 생명이 기어 나올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증명해주었듯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반세기 동안 연구를 했음에도 생명을 만들어내는 데는 1953년보다 조금도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 밀러의 실험을 반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원시적인 아미노산뿐이었다. 문제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
인체에는 100만 가지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그런 단백질 하나하나가 작은 기적이다. 흔한 단백질 하나인 콜라겐을 만들려면 1055개의 아미노산을 정확한 순서로 연결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고 핵심적인 문제다. 단백질은 복잡한 것이다. 14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Hb은 단백질 중에서는 꼬마에 해당하지만, 아미노산을 배열하는 방법은 10의 190제곱에 이른다.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의 비유처럼, 회오리 바람이 폐차장을 휩쓸고 간 후에 완전히 조립된 점보제트기가 남아 있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 단백질이 쓸모가 있으려면, 아미노산들이 정확한 순서에 따라 연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종이접기에 따라서 아주 특별한 모양으로 접혀야 한다. 그런 구조적 복잡성을 만족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복제를 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단백질은 자기 복제를 하지 못한다. 복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 DNA이다. 그뿐 아니라 DNA와 단백질을 비롯해서 생명에 필요한 다른 성분들은 그것들을 담아둘 일종의 막이 없으면 번성할 수가 없다.
- 규칙적인 자기 조직화(cf. 일리아 프리고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 단백질의 조직화가 신기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런 조직화가 완전히 끝난 상태를 보고 있기 때문. 자연에서도 많은 분자들이 합쳐져서 고분자라는 긴 사슬이 만들어진다. 결정들도 생명체처럼 복제를 하고,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며, 정형화된 복잡성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 사실은 복잡성이 자연적인 것이고,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아주 흔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조직화하려는 자연적인 충동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제 과학자들은 생명이 출현하게 된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필연적이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은 여전히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생명 탄생에 필요한 조건에 해당하는 모든 시나리오에는 물이 들어있다. 생명이 처음 시작되었던 곳이라고 다윈이 믿었던 “따뜻하고 작은 연못”에서부터 오늘날 생명이 탄생한 곳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바다 밑의 분출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렇다.
-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과학에서 가장 놀라웠던 일 중의 하나는 지구 역사에서 생명이 얼마나 일찍 출현했는가를 알아낸 것이다. 1950년대까지도 생명의 역사는 6억 년이 채 안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 1970년대에는 몇몇 모험심 강한 사람들이 생명의 역사가 25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38억 5000만 년은 놀라울 정도로 길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지구의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진 것은 39억 년 전의 일이었다.
-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명이 그렇게 일찍 출현했다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지구상에서 적당한 조건만 주어지면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이 진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 “생명이 그렇게 일찍 출현했다는 것은 생명이 화학적으로 필연적”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 타임머신을 타고 태고대(hadean, 행성으로 지구가 탄생한 지질시대의 시작인 약 46억 년 전부터 시생대인 약 40억 년 전까지의 지질시대)로 되돌아간다면, 당시 지구상에 있던 산소의 양은 오늘날 화성에 있는 것보다 더 적기 때문에, 급히 안으로 달려들어 와야만 할 것. 또한 옷을 녹이고, 피부에 물집이 생기도록 만드는 염산과 황산 같은 독가스가 가득했었다. 태고의 세계에서 20억 년 동안에 박테리아 정도의 생물체가 유일한 생명이었다. 생명이 태어나고 10억 년이 지나는 사이에 언젠가 사이아노박테리아, 즉 남조균이 물속에 엄청난 양으로 녹아 있어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었던 수소를 섭취하고, 폐기물인 산소를 뱉어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광합성으로 발명했다. 광합성의 출현은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 과정의 발명임이 틀림없다. 광합성을 발명한 것은 식물이 아니라 박테리아였다.
- 남조균 번성으로 세상은 산소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고, 당시 세상에 살고 있던 다른 생물들은 산소의 독성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생물의 세계에서 산소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백혈구는 산소를 이용해서 박테리아를 죽인다. 산소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산소가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된 것은 우리가 산소를 활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들에게 산소는 두려운 존재이다. 버터가 상하고, 쇠가 녹스는 것도 모두 산소 때문이다. 우리도 어느 정도까지의 산소만을 견뎌낼 수 있다.
- 남조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처음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여분의 산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는 대신 철과 결합하여 산화철이 되어 원시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 수백만 년에 걸쳐서 산화철이 되어 원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세상은 수백만 년에 걸쳐서 문자 그대로 녹이 슬었다. 그런 역사는 오늘날 세계의 철광석을 제공해주고 있는 띠 모양의 철 광상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 35억 년 전에 바다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눈에 보이는 구조가 나타났다. 남조균들이 조금 더 끈적끈적해져서, 먼지와 모래처럼 작은 입자들이 달라붙어서 흉측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좀 더 단단한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
- 1961년 호주의 외딴 북서 해안의 샤크만에서 살아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발견. 오늘날 샤크만은 관광지가 되었다. 그것을 볼 수 있도록 산책로도 만들었다. 회색으로 광택도 없는 그것은 아주 커다란 쇠똥처럼 보인다. 하지만 35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 지금까지도 살고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찔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무디게 보이는 돌들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고, 제곱미터당 36억 마리의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 자세히 보면, 산소를 배출하느라고 생기는 작은 기포를 볼 수도 있다. 20억 년 동안에 그렇게 배출된 산소가 지구 대기의 산소를 20%로 끌어올림으로써, 다음 단계의 더욱 복잡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더 복잡한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난 그들은 자신들에 의해서 존재하게 된 바로 그 생물체들에 의해서 거의 모든 곳에서 멸종되었다. 샤크만에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곳 염도가 너무 높아서 남조류를 먹고 사는 생물들이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장 작은 세상
- 세균은 당신의 몸은 물론이고 우리 주위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균으로부터 도망가려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상당히 건강하고 보건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피부에 대략 1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적어도 피부 1제곱cm에 10만 마리 숫자이다.
- 사람의 몸은 1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에 살고있는 박테리아는 100조 마리나 된다(cf: <10퍼센트 인간>). 박테리아는 사람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 박테리아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도 수십억 년을 스스로 살아왔다. 우리는 박테리아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다. 박테리아는 우리가 버린 것들을 처리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박테리아는 물을 깨끗하게 해주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내장 속에 있는 박테리아는 비타민을 합성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섭취하는 것을 쓸모 있는 당과 다당류로 바꾸어주며, 외래 미생물과 싸워서 물리쳐주기도 한다.
- 공기(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1%)중에서 질소를 빼앗아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뉴크레오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변환시켜주는 일도 전적으로 박테리아가 맡아서 하고 있다. 경이롭고 감사한 일. 마굴리스와 세이건이 지적했듯이, 우리가 비료를 만들 때처럼 공장에서 그런 일을 하려면, 원료를 섭씨 500도로 가열한 후에 보통의 300배 이상의 압력으로 짜내야만 한다. 박테리아보다 더 큰 생물은 그들이 전해주는 질소가 없으면 생존할 수도 없다.
- 미생물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제공해주고, 안정되게 만들어준다. 현대판 남조균을 포함한 미생물들은 지구상에서 호흡할 수 있는 산소 대부분을 공급한다. 바다 밑에서 기포를 올려 보내주는 조류를 비롯한 작은 생물체들이 매년 1500억 킬로그램의 산소를 생산.
- 박테리아는 놀라운 정도로 번성. 가장 멋진 박테리아는 10분 이내에 새로운 세대를 만든다. 그런 속도라면 이론적으로 박테리아가 이틀 동안에 우주에 있는 양성자 수보다도 많은 자손을 퍼트릴 수가 있다.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기만 하면, 하나의 박테리아가 단 하루만에 280조 마리로 번식할 수 있다고 뒤브라는 벨기에 생화학자는 말했다.
- 호주의 과학자들이 발견했던 티오바실루스 콘크레티보란스라는 미생물은 금속을 녹일 정도로 진한 황산 속에서 사는데, 만약 그런 황산이 없으면 죽어버린다. 미크로콕쿠스 라디오필루스라는 미생물은 원자로의 폐기물 탱크 속에서 플루토늄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들을 먹고 산다. 수면보다 압력이 1000배나 더 높아서 점보 여객기 50대 밑에 깔려있는 것과도 같은 수심 11km나 되는 태평양 바다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있다.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회복된 연쇄상구균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박테리아가 살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탐침이 녹을 정도로 뜨거운 해저분출구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발견되고 있다.
- 지하 600m에서 살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어졌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발견되었다. 그런 생물들은 돌, 정확하게는 돌 속에 있는 철, 황, 망간 등을 먹고 산다. 그리고 철, 크롬, 코발트, 우라늄 같은 이상한 것들을 호흡하고 산다. 그런 생물들이 금이나 구리를 비롯한 귀금속들을 농축시키거나 또는 석유나 천연가스 매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1장 생명의 행진
- 화석이 되기는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생물체의 운명은 무로 분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99.9% 이상이 그렇게 된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생명체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분자들은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떨어져 나가거나 흩어져 버린다.
-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야만 한다. 우선 적당한 곳에서 죽어야만 한다. 암석 중에서 15%만이 화석을 보존해 줄 수 있다. 화강암 위에 쓰러져버리면 아무 소용도 없다. 사체가 퇴적층 속에 묻혀야만 한다. 그래야 젖은 진흙 위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자국이 남거나 아니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분해되면서 뼈처럼 단단한 부위가 남고 그 속에 용해된 광물질이 채워져서 석질화 된 사본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 그런 후에 화석이 들어있는 퇴적층이 지각현상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눌리고, 접히고, 옮겨지는 일이 일어나도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몇 천만 년이나 몇 억 년이 흐른 후에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되어서 귀중하게 보관되어야만 한다.
- 10억 개의 뼈 중에서 하나 정도만 화석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미국에 살고 있는 2억 7000만 명은 각자 206개의 뼈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중에서 화석으로 남게 될 것은 겨우 50개 정도이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뼈의 1/4에 불과한 숫자이다. 그나마도 모두가 실제로 발견될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뼈들은 92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의 어는 곳에나 묻혀버릴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파헤쳐지지 않을 것이다. 후세의 사람들이 살펴보게 될 면적이 더 적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우리 뼈의 화석이 발견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니까 화석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정말 희귀한 것이다. 1만 종의 생물 중에서 겨우 한 종 이하가 화석 기록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우리가 갖고 있는 기록은 절망적일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 대부분 육상동물은 퇴적층에서 죽지 않는다. 육상동물이 들판에서 쓰러지면, 다른 동물에 의해서 먹히거나, 썩거나,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바람에 날려가 버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화석 기록은 거의 언제나 해양생물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석의 95%는 물속에서, 그것도 얕은 바다에서 살던 동물의 것이다.
- 캄브리아기(5.4억~4.9억 년 전)의 생물학적 대폭발이라고 말해지는 번성은 생리학적 사실이 아니라 현대적 해석에 불과할 수 있다. 오늘날 알려진 사실은, 캄브리아기 동물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너무 작아서 볼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캄브리아기에 등장했던 정말 새로운 체형을 가진 동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이미 알려진 체형이 흥미롭게 변형된 경우였다.
22장 모두에게 작별을
- 새로운 생물이 출현하는 것도 어렵지만, 일단 출현한 후에는 절대 더 발전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의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의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욕심이 없는 생물 중 하나이다. 다른 생물들이 살고 싶어하지 않는 바람이 거센 산꼭대기나, 바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비가 내리고 추워서 아무 경쟁 상대가 없는 곳에서는 더욱 잘 번성한다. 남극 대륙의 바람이 거센 바위에서도 400여 종의 지의류를 발견할 수 있다.
-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의류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영양분이 없는 바위에 붙어살고, 씨앗도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학식이 있는 사람들조차 돌들이 식물로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지의류는 흥미로운 생물이다. 지의류는 진균류와 조류의 연합체이다. 진균류는 산을 분비해서 암석을 녹이고, 조류는 그때 녹아 나온 미네랄을 먹이로 변환시켜 함께 살아간다.
- 인간으로서 우리는 생명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소망과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의류는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참아낸다. 생명은 그저 존재하고 싶을 뿐이다.
23장 존재의 풍요로움
- 수많은 동식물의 실용적인 분류체계를 만든 사람은 스웨덴의 카를 린네였다. 1730년대에 20대였던 그는 자신이 고안한 분류체계를 이용해 세계의 식물과 동물을 분류한 목록을 발표하기 시작해서 점차 명성을 얻었다.
- 린네 분류법은 너무 일반화되어서 다른 분류법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렵다. 린네 이전의 분류법은 변덕이 아주 심해서, 동물은 야생인가 가축인가, 육상동물인가 해양동물인가, 몸집이 큰가 작은가, 고상하게 생겼는가 평범하게 생겼는가에 따라 분류되기도 했다. 뷔퐁은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에 따라서 동물을 분류했다. 린네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육체적인 특징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분류학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 1735년에 발간했던 그의 걸작 <자연의 체계> 초판은 14쪽에 불과. 생전 마지막 출간된 20판은 세 권으로 2300쪽에 이르렀다. 13,000종의 식물과 동물에 이름을 붙이거나 기록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었던 린네의 특징은 일관성, 질서, 단순성 그리고 시의 적절함이었다. 그의 작업은 173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영국에 알려지게 된 것은 1760년대부터였고, 그때부터 린네는 영국 박물학자들의 아버지 같은 인물이 되었다.
- 분류학은 과학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예술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전쟁터이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질서한 상태로 남아 있다.
- 국제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 식물분류협회가 우선권과 중복 문제를 중재하고 있다. 모든 생물의 경우 여러 논란과 재분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물 종의 전체 수를 파악하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수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다. 에드워드 윌슨의 표현에 따르면, “자릿수마저도 알 수가 없다.” 추정의 범위는 300만에서 2억 종에 이른다. 우리가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생물 100종 중에서 99종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세계에는 대략 1만 명 정도의 분류학자가 활동하고 있다. 한 종에 약 2000달러의 비용과 상당한 서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새로 보고되는 생물종의 수는 약 1만 5천 종에 불과하다.
- 케냐 국립박물관 무척추 동물과장이었던 코언 메이스는 “생물종 다양성의 위기가 아니라, 분류학자의 위기”라고 한탄. 한 사람의 분류학자를 양성하는 데에는 8~10년이 걸리지만, 아프리카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류학자들이 정말 화석”. “재원이 말라버렸습니다.”
- 모든 지역의 분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권위와 재원을 상실해 버렸다. 그 결과 많은 생물종들이 단편적인 논문을 통해서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분류군과 이미 알려진 종과 분류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동물종에 대해서 우리는 왜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적을까?
(1) 대부분의 생물은 매우 작아서 간과하기 쉽다.
(2) 적절한 곳을 찾아보지 않았다.
(3) 전문가가 부족하다.
(4) 세계는 정말 넓다.
24장 세포들
- 우리는 세포들이 어떻게 지방을 저장하고, 인슐린을 만들며, 복잡한 개체를 살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몸속에서 어렵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종류만 하더라도 20만 종이나 되지만, 그중에 우리가 기능을 알고 있는 것은 2% 정도에 불과하다.
- 세포 수준에서 놀라운 일은 많다. 자연에서 일산화질소(NO)는 무시무시한 독소로 흔한 대기오염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에 인간 세포에서 그런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랄 일이었다. 처음에는 신비로운 문제였으나, 과학자들은 일산화질소가 혈액의 흐름과 세포의 에너지 수준을 조절하고, 암세포를 비롯한 병원체를 공격하고, 후각을 조절하며, 심지어 음경발기를 도와주는 등 몸속의 모든 곳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잘 알려진 폭발물인 니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이라는 심장 통증으로 완화시켜 주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이 혈액 속에서 일산화질소로 변환되면서 혈관 벽의 근육을 이완시켜줌으로써 혈액이 더 자유롭게 흐를 수 있게 해준다.
- 인간의 세포는 대체로 지름이 1mm의 2/100인 20마이크론 정도여서, 눈으로 보기엔 너무 작지만, 미토콘드리아를 비롯한 수천 개의 복잡한 구조와 수백만 개의 분자들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하나의 세포에는 약 2만 종의 단백질이 있고, 그중 2000종 정도는 적어도 5만 개씩이나 존재한다.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단백질 분자 수는 적어도 1억 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