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 소형 자전거 작은 바퀴의 혁명 초기의 몰튼 자전거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4. 28. 19:35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소형 자전거
작은 바퀴의 혁명
초기의 몰튼 자전거
몰튼과 소형 자전거
자전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세기 말에 발명가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만들어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휴대할 수 있고 어디서든 편리하게 탈 수 접는 자전거(Folding Bike)였다. 접는 자전거는 바퀴를 작게 만든 것이 많았는데 바퀴가 작은 자전거는 혼잡한 도시에도 잘 어울렸다. 접는 자전거가 가장 효과적으로 쓰인 곳은 바로 군대였다. 병사들이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가 많이 개발됐고 자전거 부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접는 자전거와 바퀴가 작은 자전거는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바퀴가 작은 자전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소형 자전거 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영국의 알렉스 몰튼(Alex Moulton) 박사다. 몰튼 박사는 차량용 충격완화 장치 전문가로 아주 유명한 엔지니어였다. 당시 영국에서 나온 '미니(Mini)' 자동차의 고무 스프링은 그의 작품이었다. 그는 영국 고무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테판 몰튼의 증손자였는데 그의 집안은 영국의 고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몰튼이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56년 일어난 '수에즈 운하 사태' 때문이었다.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하자 이에 반발한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다. 이에 맞서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폐쇄하면서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석유공급이 큰 타격을 받았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석유배급제가 실시됐고 주유소와 공장이 문을 닫았다.
수에즈 운하 사태로 오일 쇼크가 발생하자 몰튼은 자원고갈에 대비해 자전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전거에 눈을 돌렸다. 몰튼은 그때까지도 전통적인 자전거는 19세기 말 영국인 존 켐프 스탈리가 개발한 세이프티 자전거와 그 시대의 자전거 디자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전거 디자인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몰튼은 지금까지의 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자전거를 구상했다.
1962년 몰튼은 작은 바퀴와 앞뒤에 서스펜션을 장착한 몰튼 자전거(Moulton Bicycle)를 선보였다. 그의 디자인은 당시 자전거 업계의 표준과는 전혀 다른 혁명적인 것이었다. 제작 방법도 아주 새로웠다. 그는 울퉁불퉁한 땅에서도 잘 다닐 수 있도록 큰 바퀴 대신 작은 바퀴를 사용했고 편안한 자세로 탈 수 있도록 높은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위해 개발된 충격완화장치인 서스펜션을 자전거에 적용해 실용화했다. 바퀴가 작은 자전거는 조종이 쉬웠고 뛰어난 스프링 기술 덕분에 험한 길에서도 안전했다. 작은 바퀴가 제대로 성능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졌다. 몰튼은 바퀴가 작은 자전거로 큰 바퀴를 가진 자전거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몰튼 자전거
몰튼 자전거는 곧 1960년대의 미니 자동차와 미니스커트 등과도 잘 어울리는 유행의 상징이 됐다. 새로운 자전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몰튼 자전거는 1년 만에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전거 차체 제조 회사가 됐다. 몰튼의 놀라운 성공을 본 자전거 회사들이 잇따라 소형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고 몰튼 자전거를 모방한 자전거들이 등장했다. 몰튼 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소형 자전거 개발 붐이 일었다.
브롬톤과 다혼
1970년에는 롤스로이스의 엔지니어인 해리 비커튼(Harry Bickerton)이 '비커톤 자전거(Bickerton Folding Bike)'를 개발했다. 이 자전거는 앞바퀴 크기는 14인치, 뒷바퀴 크기는 16인치였는데 바로 가방에 넣을 수 있었다. 1980년 영국에서 다시 새로운 접이식 자전거가 등장했다. 앤드루 리치(Andrew Ritchie)가 내놓은 '접이식 브롬톤 자전거(Brompton Folding Bike)'였다. 브롬톤 자전거는 기존의 접는 자전거보다 접히는 성능이 뛰어났다. 브롬톤은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접이식 자전거 분야에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도 다혼(Dahon)이라는 새로운 소형 자전거가 등장했다. 이 자전거를 개발한 사람은 중국계의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데이비드 혼(David Hon) 박사였다. 혼 박사는 무기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그는 이 일에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오일 쇼크의 충격이 계속되던 1975년 어느 날 오후, 휘발유를 사기 위해 긴 줄에 서서 기다리던 혼 박사는 전 세계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 그의 손자 세대에 가면 바닥이 날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다가 자신이 대학시절 탔던 가장 원초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깨끗하고 값싸고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자전거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브롬톤은 잘 접히는 자전거로 명성이 높다.
그러나 당시의 자전거는 단점이 많았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적합했지만 장거리 여행에는 실용적이지 않았다. 만약 직장에서 40~50km나 떨어진 곳에서 산다면 자전거를 타기에는 무리였다. 혼 박사는 자전거가 보다 쉽게 지하철이나 기차 같은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 박사의 해결책은 휴대가 가능한 접는 자전거였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7년 동안이나 자기 집 주차장에서 개발에 몰두했다.
마침내 1982년 혼 박사는 보통 자전거의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주 작게 접을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었다. 그의 자전거 디자인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신의 자전거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 혼 박사는 자전거 제조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자전거를 생산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혼 박사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대만에서 직접 생산에 나섰다. 다혼(Dahon) 자전거는 이렇게 탄생했다. 다혼은 세계적인 접이식 자전거 회사로 성장했다. 처음에 혼 박사의 자전거를 생산하기를 거부했던 자전거 제조사들도 접이식 자전거 생산 대열에 뛰어들었다.
스트라이다
1987년 영국에서 다시 새로운 개념의 도시형 접이식 자전거가 등장했다. 바로 마크 샌더스(Mark Sanders)가 개발한 '스트라이다(Strida)'였다. 이 자전거는 삼각형의 아주 단순한 형태로 유명하다. 샌더스는 자신의 통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자전거를 구상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두 곳의 대학에서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양쪽 학교에 다니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초기의 스트라이다를 타는 여성
이 자전거는 도회적인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차는 교통 혼잡으로 느렸고 차에서 내려서도 3.2km를 더 걸어야 교문에 도착할 수 있었죠. 기차는 교통 혼잡은 없었지만 역시 교문까지는 멀었습니다. 오토바이도 이용했었는데 너무 위험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도했는데 이번엔 학교에 도착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됐고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았어요."
그는 통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중교통 연계형 자전거를 구상했다. 당시 일반 자전거로는 붐비는 통근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기가 어려웠고 접는 자전거는 무겁고 반만 접히는 자전거에 불과했다. 그는 새로운 개념의 자전거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을 스케치하다 세 개의 튜브를 삼각형으로 연결한 아주 단순한 자전거를 생각해 냈다.
접었을 때는 바퀴를 굴릴 수 있도록 했다. 바퀴를 굴릴 수 있기 때문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는 유모차가 접히는 것을 보고 이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 체인이 아닌 고무벨트를 이용해 손에 기름이 묻지 않도록 했다. 고무벨트는 아주 깨끗하고 관리가 편했다. 이런 소재를 쓴 것은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개발된 소형 자전거는 주로 접는 기능이 뛰어나거나 단거리 이동에 적합한 모델들이 많았다. 이런 자전거는 편리하기는 했지만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985년 미국인 한스 숄츠(Hanz Scholz)는 값싼 접이식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했는데 자전거의 성능이 좋지 않아 고생을 했다. 이를 계기로 숄츠 형제는 일반 자전거 못지않은 고성능 여행용 자전거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숄츠 형제는 1992년 성능이 뛰어난 접이식 여행용 자전거를 내놓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새로운 자전거에는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크루소의 믿음직한 동료인 프라이데이(Friday)의 이름을 따 '바이크 프라이데이(Bike Friday)'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에 쓰이는 기어를 그대로 썼는데 일반 접이식 자전거보다 성능이 뛰어났다. 접이식이기 때문에 일반 여행용 가방에도 잘 들어갔다.
미래의 자전거
소형 자전거는 보통 바퀴 크기가 20인치 이하인 자전거를 말한다. 일반 자전거는 바퀴가 26~27인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소형 자전거를 미니벨로(Minivelo)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로 작다는 뜻의 'Mini'와 프랑스어로 자전거를 뜻하는 'Velo'가 합쳐진 말이다. 미니벨로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됐다.
소형 자전거는 도시 교통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몰튼의 소형 자전거가 등장한 뒤로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됐다. 바로 개인교통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소형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과 함께 이용하기가 좋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나와 다시 지하철이나 버스로 갈아타면 훨씬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일반 자전거는 크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지만 바퀴가 작은 소형 자전거는 훨씬 적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갖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가 좋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휴대한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는 작은 자전거도 많은데 이런 자전거는 비행기를 탈 때도 다른 짐처럼 가지고 갈 수 있다.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소형 자전거는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으로 꼽힌다. 대도시의 교통정책 담당자들은 소형 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과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많은 자전거 전문가들이 소형 자전거를 대표적인 미래형 자전거로 꼽고 있다.
접는 자전거를 갖고 여행하는 사람
1978년 잡지의 표지에 실린 사진
연관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