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쓰러지는 그 날까지

작년 늦은 봄 어느날이다. 조성된지 얼마 안 된 광시 한우공원에 들어가 천천히 거닐며 둘러보는데 유독 눈길 가는 곳이 있엇었다. . 안 쪽에 지어놓은 야외무대였다. 성큼 올라서니 가슴속에서 무언가 꿈틀 거렸다. 이리저리 서성이다 앞턱부분에 걸터앉았다. 먼 옛날, 상경하여 음악을 막 시작하고 변두리의 어느 옥탑방에서 합숙을 하던시절, 동료들과 술 자리에서 자주 하던 얘기가 생각났다. "연주자의 길에 들어섰으니 나중 늙어 힘이 떨어진대도 이 길을 갈 것이며 종국엔 무대위에 쓰러져 악기를 품에 안은채 눈을 감는 것이 소원이야" 젊은시절 근거 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뱉어내던 말이 왜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걸까?   "어쩌면... 날 위해 이 무대가 지어진건지도 몰라" 오랜동안 기타를 가까이 하진 않았지만 작으나마 미련은 늘 있었는데 하늘이 날 도와 어떠한 계기를 주는게 아닌가 싶었다.   며칠후... 충분히 어두울 즘, 통기타를 품에 안고 무대를 찾아 귀퉁이에 걸터 앉았다. 기타를 튕기며 목소리를 내어보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되질 않았다. 오랜 요양과 휴식탓인지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손 목이 헛 나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누가 볼까 들을까 주위가 자꾸만 의식되었다.  이런 새가슴으로 이렇게 숫기없이, 옛날 무대위엔 어찌 섰었는지 모를 일이엇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무대에 올랐으나 늘 마찬가지였다.  미친 척 용을 써보면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갔다. 올해, 새봄이 오고 밤 공기가 좋을 무렵 무대에 다시 올라 보려는데 영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겨울 쉬는 동안 작으나마 있던 열정은 점차 식었고 그에 반해 남 의식하는 맘만  더욱 자라있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포기하려는데 절묘하게 희망이 나타났다. 손 전화기를 통해 세상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오래 전 함께 활동했던 음악 후배와 조우를 했는데 그 아우가 가까운 예산읍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삼십여년 세월을 건너 만난 아우는 당연히 많이 변해 있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은 진작에 접고 좋은 직장에서 충실하게 일하며 여유있는 사회인이 되었고 그리하여 다시 음악을 접하여서 이젠 취미로 연주와 노래 활동을 한다했다. 그런 아우가 다리되어  예산의 한 단체와 연결이 되었다. "예산 대중문화 예술협회" 지역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친목단체인 이 곳에 실력을 갖춘 연주자도 여럿이 있고  탄탄한 밴드도 한 팀이 있는데 여기에 마침 기타연주자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 곳은 내게있어 마중물이라 여겨진다. 한 바가지 물을 부어 땅 속 가라앉은 지하수를 이끌어 올리듯 내 속 깊숙한데서 식어가는 열정을 이끌어 다시 활활 불타오르게 해 줄 마중물이라 여겨진다.   요즘 나는 틈만 나면 구슬을 꾄다. 구석구석 흩어진 먼지투성이 서말 구슬들을 찾아내어 하나 하나 닦고 꾀어나간다. 그리하여 다시 만난 내 가족과 더불어 반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어 대중에게 나눠 주길 소망한다.   감동 있는 선률을 ....   무대에서 쓰러지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