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무렵 대형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시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마트는 북적였고, 캐셔 일을 하시는 자매님들은 그야말로 눈코 뜰사이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계산기를 두드려야 했습니다. 또 식자재 코너에서는 상품을 안내하는 자매님들의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혼신을 다하여 일하시는 자매님들의 얼굴과 눈가에 피곤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님들도 이 시간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딸인 자매님들!’ 기계처럼 일하시는 그분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을 마주하시지만 손님들 가운데 그분들에게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사람은 보기 힘듭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 자리를 벗어나면 똑같은 바람을 지닌 이웃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한 마디 인사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골 손님’이라는 따뜻한 말이 떠오릅니다. 동네 귀퉁이나 정류장 앞에 하나씩 있었던 ‘슈퍼(마켓)’가 있었던 시절, 그 동네 사람들과 골목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슈퍼’의 손님이 됩니다. 그리고 몇 개월만 지나면 가게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는 곳이 바로 슈퍼였습니다. 외상이 가능했고 덤이 가능했고 물건을 잠시 맡기고 갈 수 있었던 곳, 슈퍼였습니다. 이제 그런 슈퍼를 거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지더라도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인정과 존중과 우의만은 잃거나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마태 7,18)” ‘요즘 우리 가정과 사회가 맺고 있는 열매들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 가정과 사회는 건강하고 좋은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가? 나의 아이들, 나의 배우자, 나의 부모, 나의 친구와 형제들은 영과 육으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가? 가장 소중하고 존엄한 것을 잃으면서까지 다른 뭔가를 지키거나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가?’
이런 생각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