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묵호의 거리를 걷다가, 잠시 쉬는 곳이 묵호중앙시장 앞 버스 정류장이다.
정류장 의자는 전기 판넬이 깔려 있는지, 따뜻하다.
엉덩이가 따스해지면서 전립선을 비롯해 항문 직장까지 덮혀진다. 기분이 좋아지고 담배를 핀다.
그러다가 매일 만나는 젊은 사람이 있다.
머리에 두건을 매고 허리띠 대신 하얀 노끈을 매고 있다. 제법 살이 쪄 있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걷다가 나를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도 같이 손을 들어주면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는 웃기만 하고 답변을 안한다.
지나가는 키가 큰 러시아 청년도 웃으면서 같이 인사를 한다.
대도시의 미친 놈들은 사람을 죽이고 강간을 하고 폭행을 한다.
요즘 방송에 툭하면 나오는 장면이다.
소름 끼친다.
묵호의 미친 청년에 비하면 더럽게 미친 놈들이다.
똑 같이 미친 사람들인데 왜 증세가 다를까.
정신분석학자들이나 프로파일러들은 뭐라고 진단할까.
아마 어거지로 만들어내거나 갖다 부칠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미친 사람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 부친다.
법적으로는 틀림없이 개인의 잘못이 맞지만, 다른 생각도 필요하다.
대도시와 묵호의 환경은 많이 다르다.
대도시는 사람이 많고 경쟁이 심하고 남들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다.
묵호는 사람이 없고 경쟁을 할 필요가 없고, 비교할 대상도 없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일 할 곳이 없다. 아마 묵호에 남아 있는 젊은 사람들은 포기하고 좌절 하고 낙담을 했음이 분명하다.
매일 만나는 그 청년도 그래서 미쳤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는 곱게 미쳐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아무도 없는 새벽 묵호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의 바르게 항상 나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잘못을, 사회적인 문제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묵호에 와서 곱게 미친 청년을 본다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미치고 싶으면 묵호로 와라.
곱게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