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주말 그리고 주중에도 유럽의 프로축구가 광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의 프로축구 그러니까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의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그리고 프랑스의 리그앙 등이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지만 요즘들어 더욱 그 인기의 강도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잉글랜드에 손흥민, 분데스리가에 김민재 이재성, 그리고 리그앙에 이강인 같은 선수들의 활약때문에 한국의 축구팬들은 주말과 주중에도 밤잠을 설치면서 경기관전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광팬은 아니고 경쟁심이 강하지도 않다. 하지만 요즘은 이래저래 나라 안팎의 상황이 불편해서 가급적 정치 외교적 상황에 눈을 돌리지 않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축구 경기를 들여다 보게되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현지의 분위기가 정말 뜨겁구나라는 것과 매 경기마다 경기장이 가득찰 정도로 찾는 관객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살벌하게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죽기 살기로 처절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유럽의 프로축구 경기라는 것을 요즘 정말 실감할 수 있다. 하긴 매 경기 하나 하나에 선수의 몸값이 결정되고 높은 순위에 올라가야 자신의 연봉이 급등하니 죽고 살기로 경기에 임하는 것임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언론과 유튜브들은 앞다퉈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하는데 정말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축구는 왜 유독 유럽이 강할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없다. 유럽에서는 축구가, 미국등지에서는 야구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축구가 탄생하고 번창하게 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후를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호전적인 성향의 스포츠가 바로 축구라는 것이다. 일단 혼자 즐기려 운동하는 경우가 아니면 상대 경쟁자가 있고 그러면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축구이다.축구는 경기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가 참여하는 종목이다. 모두 11명이 출전한다. 물론 15명이 참가하는 럭비가 있지만 럭비도 축구의 혈육이니 같이 묶기로 한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축구경기는 전쟁의 축소판이다. 양편으로 갈라서서 온갖 지략을 동원해 상대를 공략하고 그 골대 안으로 공을 넣고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승리하는 경기아닌가. 스포츠중에 공격과 수비를 나눠 팀을 유지하며 최전방에서 공을 상대 진영에 넣는 공격수와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미드필더,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막는 수비수 등등 바로 전쟁터의 상황 그대로이다. 그냥 놓고 보면 가장 단순한 그야말로 약간 무식한 경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유럽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동북아 지역 그러니까 한반도 중국 일본에서도 서로 전쟁이 많았지만 유럽에 비하면 코끼리발에 비스켓이다. 조족지혈이라는 것이다. 유럽은 전쟁으로 날이 밝고 전쟁으로 날이 지는 세월속에 역사를 이룩했다. 오죽하면 백년전쟁(1337~1453)까지 벌였을까. 그러니까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백년동안 처절한 전쟁을 벌인 인류 역사상 최장 기간 전쟁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30년전쟁(1618~1648)이 있다.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 전쟁으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참전했다. 종교를 놓고 사상 최악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살벌한 살육전이었다. 사실상 세계대전의 원조는 바로 이 30년전쟁이다. 그이후에도 그 유명한 세계 1차대전 그리고 2차대전이 존재한다. 정말 유럽의 땅이 피로 물들지 않은 날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그렇게 유럽의 전쟁은 악명이 높았다. 물론 유럽인들도 그 전쟁이 지긋지긋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속에 놓이면 그렇게 풍토와 성격이 변한다고 유럽인들의 DNA에는 호전적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그런 전쟁의 흐름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이 바로 축구경기이다. 지금 유럽의 유명 국가안에는 프로축구리그가 존재하고 엄청난 투자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프로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어릴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오로지 축구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분위기이다. 축구의 종주국이라는 잉글랜드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국들은 모두 자국의 국제적인 대규모 프로축구리그를 가지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프로축구리그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세계에서 공 꽤나 찬다는 선수들을 서로 엄청난 돈을 지불하며 모셔가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요즘 여기에 중동 석유자본이 무차별 투하되면서 그야말로 유럽프로축구는 돈잔치 나아가 돈방석위에 존재한다. 어느 나라의 프로축구리그가 더욱 강하냐는 것을 겨루자고 만든 것이 바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아닌가. 여기에 유럽 국가별 대항전도 엄청난 관심속에 존재한다. 요즘 유로 2024를 대비한 예선전이 한창이다. 월드컵에, 자국 프로축구 리그에, 유럽 국가별 대항전인 유로경기 등 유럽인들은 축구라는 경기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마치 전쟁같은 축구대항전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총칼만 휴대하지 않았을 뿐 온갖 지략과 기술을 동원해 축구경기에서 상대를 누르고 승리를 가져 오려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경기장 내에서만 아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엄청난 호전성을 보이는 훌리건들이 극성을 보이는 것에서도 유럽인들의 호전성을 잘 읽을 수 있다.
지금의 유럽 축구를 보면 예전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이 생각난다. 그곳에서 로마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검투사들이 목숨을 건 경기가 벌어졌다. 경기라기보다는 서로 상대를 죽여야 끝나는 살인현장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으로 심심하니 이제는 사람대 동물의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처절하게 죽어가는 사람과 동물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바로 그 후예들이 지금 유럽인들이다. 스페인의 투우경기도 마찬가지다. 바로 호전성이 있어야 이런 경기가 가능하다. 그냥 전쟁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뭔가 상대와 전쟁을 벌여야 덜 심심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전쟁을 너무도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세계 1,2차 대전이후 총칼을 든 전쟁보다는 조금 덜 잔인한 전쟁게임을 찾다가 보니 프로축구경기를 만들어냈고 그것에 지금 유럽인들은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호전성이 만들어낸 슬픈 역사가 바로 프로축구이다. 지금 경기장안에 전세계에서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을 차출해 내서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살벌한 경기를 벌이는 모습은 로마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 광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관중들의 호전성과 프로축구에 투하되는 천문학적인 돈이 결합된 가운데 묘한 광적인 경기를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상대 유명 선수에게 강력한 태클이 들어가고 그래서 공을 빼앗고 그 공을 몰고 들어가 상대의 골대에 넣은 뒤 마치 온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포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로마의 원형경기장 모습이 떠오르고 상당한 연민의 마음이 드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다.
2023년 9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