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때
둑길로 걸어가는 여자를 보았어요.
키가 크고 시원한 미모의 그 여자는 맨발에 들꽃을 한 줌 들고 헤실헤실 웃고,
놀리며 따라 다니는 아이들에게 표독스런 표정을 짓곤 했어요.
왜 미쳤대요?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를 떠났대요.
어느날, 그 여자가 배부른 걸 보았어요.
내 친구가 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
때 묻은 옷을 벗기고 머리를 감겨주었어요.
추레한 얼굴이 없어진 그 여자는 순한 얼굴로 가만히 있었어요.
밥상을 차려 그 여자에게 먹게 하고
친구의 신발을 꺼내 신겨 보냈어요.
그리워한 기억마저 잃어버린 그 여자는
가끔씩 친구를 찾아와 밥을 먹고 갔어요.
친구는 그 여자가 걱정이 되었지만
서울로 이사를 가야 했어요.
그 여자는 들꽃을 한 줌 들고
친구가 가고 없는 집을 자꾸만 기웃거렸어요
첫댓글 사랑을 하고 실연을 해 보지 않고는 어찌 인생을 안다고 할 수 있으리요. 남의 아품을 다독거려 주는 사람은 어쩌면 살아있는 구세주인지도 모르지요. 들꽃을 들고 배회하는 사람 외면하지 말아 주새요.
출구가 없군요. 막막하고 슬픕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모자라는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미쳤다는 것은 무엇엔가 지극히 함몰되어있거나 크나큰 상실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어느 하나에 함몰되거나 잃어버린 것이 큰 만큼 그외의 다른 것에는 무심 천진하구요. 어느 하나에 깊이 빠져있는 만큼 더 행복할 수도 있구요~
어쩜 우리가 그런 여자가 아닐까요. 믿었던 꿈과 희망을 어이없게 날려버린....허공만 쳐다보며 한숨 짓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