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5(육체적인 면)
이번에는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내 몸에 다가오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처음에 다가오는 어려움은 다리가 제대로 훈련되어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데 누구나 가기 전에 어느 정도 훈련을 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10kg 무게를 배낭에 넣고 하루 10km 이상 혹은 30km 정도도 걸어서 수일간 연습하다 보면 현지에서 적응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요. 대부분 그렇게 많은 훈련을 하지 못하고 가는데, 정작 순례가 시작되면 매일 걸어야 하니까 집에서 하는 훈련은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은 발의 문제 인데 물집이나 발톱의 이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 또한 어느 정도 사전 훈련으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가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 경우 처음 4일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 5일째부터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더니 7일 째에는 정강이가 부어오르는 사태가 발생하고 열흘째가 되니 발바닥까지 물집이 생겨서 종국에는 발바닥의 반 정도를 가위로 도려내는 대수술을 하고서야 발과 다리의 통증이 치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는 임무산에게 매일 전화하여 원격으로 외과 전문의에게 상담한 셈이었습니다. 원인은 과도한 피로가 누적되면 신체의 약한 부분 특히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못살겠다고 하는 것이랍니다.
이태리 아가씨의 발을 치료해 주고 나서 찍은 사진
그래서 평생 하지 않던 무릎 보호대도 구입하였고 각종 약(바르는 근육 이완제, 바르는 물집치료제 등)을 사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르고 문지르고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지요.
부활절을 부르고스에서 맞으려는 계획을 달성키 위해 며칠 전부터 무리한 행군을 하다 보니 급기야 도착하는 날에는 정강이에 경련이 나서 몇 걸은 못가서 주저앉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정말 내가 그런 지경에 이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부르고스에서 찍은 사진은 순례자의 처참한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데서 찍었는데 가히 나와 꼭 닮은꼴 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발한 후 3,4일간 변을 보지 못합니다. 도무지 나오질 않으니까.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혹은 변비에 걸린 게 아닌가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주 적은 량의 변을 보고는 안심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순례가 끝나는 날 까지 변의 양은 매우 적게만 나옵니다. 아무리 먹어 댄다 해도 몸에서 부족함을 느끼니 내보내지 않으려고 웅켜 잡는 것 이라고 생각 됩니다. 결국 마치고 나면 아무리 마른 나와 같은 사람도 몸무게가 빠지게 되니 살 찐 사람은 찐 것에 비례하여 엄청난 체중 감량이 된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회복이 되기는 하지만, 저와 동행한 70 대 남자는 팔에 있던 검 버섯이 없어졌다고 하고, 저는 가기 3개월 전에 간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이 있어서 3개월 후에 다시 오라는 진단을 받았었는데 다녀와서 검사해 보니 이상하게도 아주 깨끗해 졌다고 하더군요. 좋은 공기 속에서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걷는 운동이 건강에 참 좋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에 겪은 질병들은 거의 자연 치유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치유의 복원력이 있는데 나쁜 생활습관이 병이 자라도록 도와주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돌아와서 같이 갔던 사람들과 만나면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 것이 자기들에게 좋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과거 순례자들의 모습 동상 앞에서
첫댓글 실감 나네요~대단한 여정이라는 것~~!!!
순례자의 고통을 나누었군~
몸이 극한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가면역기능이 활성화 되어 웬만한 질병은 없어지는 것 같애.
기침 몸살 구내염등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리산 무박종주를 해냈는데
하룻밤을 자고나니 다 없어졌더라구.ㅎㅎ
큰 일 해냈네~ 아구
치료가 되는 원인은 좋은 공기와 운동으로 인하여 내 몸에서 복원력이 작용하는 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