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사려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 장수는
퇴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번하면 한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이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후 굴비 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불을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불렀다
빈한한 살림과 굴비의 상관관계
시인은 굴비란 시에 대해 이런 설명을 했었습니다
“항간의 음담을 처음 듣고 나는 차마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 편의 구전을 시로 재구성한 듯한 이 시는
2002년 미당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작품입니다
품 팔러간 남편의 저녁상을 위해 몸을 파는 계집
그녀가 굴비를 구해 온 내력을 알고도 맛있게 먹고
그저 퉁명스레 볼멘소리를 하는 사내
며칠 후 굴비가 다시 밥상에 올랐을 때
앞으로는 하지않았다는 말에
결국 계집을 꿀어안고 목이 메는 사내..
그 우여곡절을 통하여
사내와 계집의 사랑은 더 무르익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실하다는
전혀 엉뚱한 활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읽다보면 그 누구든..십중팔구 음담패설로 여기며
혹 게시장소를 잘못찾은 것은 아닐까 의아해질
턱없이 헛헛한 웃음이 나오고
혼자서도 슬며시 얼굴이 붉어지는 이야기를
서로의 상처와 결점마저 이해하면서
이루어지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시..굴비를 오랫만에 떠올리며
진정한 사랑은 습관처럼 되뇌이는 관념의 화려한 말장난이 아닌
과감히 행동하는 가난한 일상이지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져온 꽁치장수 아저씨 이야기를 시인답게 치환시켜 놓았네요. ~~~ 암튼 포장지에 따라 사람이나 세상이나 다 달라지나 봅니다. 행동하는 가난한 일상이란게 부부간에 지지고 볶고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건 그렇고 제비 돌아올 때쯤이면 비행기 타는 건지요? ^^
진부한 사랑타령이 도처에 흘러 넘치는 요즘..그곳에 과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을 품어봤어요~~ 다만 의무뿐인..별 볼일없는 일상인줄 알면서도..나를 잊고 나를 버리고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가족들을 위해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사.랑.답.다..는 내 생각이 맞는 것같아요 아직 한달은 더 있어야 비행기를 타게될 듯^^
첫댓글 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이것도 오탁번 시인의 시였군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난 유머게시판에서 비슷한 유머를 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글인데요![-_-](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0.gif)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역량있는 분의 시인데..누구든 그의 시를 시라 규정짓고 읽지않으면 다 그렇게 느낄듯^^
옛날부터 전해 내려져온 꽁치장수 아저씨 이야기를 시인답게 치환시켜 놓았네요. ~~~ 암튼 포장지에 따라 사람이나 세상이나 다 달라지나 봅니다. 행동하는 가난한 일상이란게 부부간에 지지고 볶고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건 그렇고 제비 돌아올 때쯤이면 비행기 타는 건지요? ^^
진부한 사랑타령이 도처에 흘러 넘치는 요즘..그곳에 과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을 품어봤어요~~ 다만 의무뿐인..별 볼일없는 일상인줄 알면서도..나를 잊고 나를 버리고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가족들을 위해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사.랑.답.다..는 내 생각이 맞는 것같아요 아직 한달은 더 있어야 비행기를 타게될 듯^^
앞으로 안하고 뒤로만 했으니, 남은걸 다 채우면 굴비를 수십마리는 더 먹게 될듯.. 2002년 미당 문학상을 받지는 않았겠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김동인의 감자가 생각난다는.. ^^
ㅎㅎ 그해 미당문학상은 황동규 시인이 받으셨다네요^^
목이 메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였군요.![안습](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4/texticon_74.gif)
어찌보면 참으로 황당한..그러나 한편으론 진한 연민이 느껴지는 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