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하는 부모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엄마와 아빠가 나에 대해 아는 것에 반이라도 알고는 있을까요?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수면환경, 싫어하는 소리, 좋아하는 놀이와 TV프로그램 등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꼬물이 시절부터 내 곁에 딱 달라붙어 나를 돌봐주고 내 비위를 맞춰주며 나를 길러 왔을 테니까요.
몇 달 전,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햇살이 따듯한 제주의 날씨와 맛있는 음식들은 엄마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부족함이 없었죠. 5일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 속에서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참 많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비행기 멀미를 해서 계속 잠만 잔다는 점, 당근을 잘 드시지 않는다는 점, 생각보다 자기 앞에 놓인 생선 가시 바르는 것을 귀찮아하신다는 점, 박물관을 보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초원 위의 커다란 말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쓰다듬을 정도로 동물을 좋아한다는 점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이번 여행이 나에게 남겨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엄마’라는 한 사람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죠.
4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엄마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 걸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은 엄마에 대해 그렇게까지 다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애써 알려고 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듯이 이 정도 알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르죠,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흘렀고, 문득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제는 엄마를 알아 갈시 간이 생각보다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고,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어떤 질문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고맙게도 그런 우리를 위해 부모님의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들로 가득했습니다. 사실 너무 많은 질문에 부담이 앞설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칸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엄마를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시간 그 자체’라며 우리의 등을 토닥여주고 떠밀어 줍니다.
사계절 중 엄마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나요?
엄마는 그 계절을 왜 좋아하나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엄마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살면서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은 엄청나게 많이 먹었지만, 엄마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는 정작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이름의 뜻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엄마가 태어난 곳, 졸업한 학교가 어디인지 궁금해 본 적 있는지,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는? 좋아하는 가수는? 이십 대 때의 엄마는 어떤 젊은이였는지, 아빠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나를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고,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는지… 하는 기나긴 질문들 끝에는 ‘이제는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할게’ 라는 문장이 우리를 마주합니다. 이 순간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마음을 뜨겁게 만듭니다. 많은 반성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들로요.
사실 생각해보면 참 많았습니다. 의식해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뿐이죠. 엄마와 가보고 싶은 곳, 엄마에게 해 주고 싶은 요리, 엄마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 엄마에게 배워보고 싶었던 것 등…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며 앞으로 펼쳐질 엄마와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버이 날’같은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매일 매일 나라는 작은 나무에게 물을 주는 우리 엄마에게 책에 담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득 채워 선물해보아야겠습니다. 그럼 지금보다 더 엄마에 대해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멋진 자식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엄마, 그리고 아빠와 함께하는 그 순간까지 더 좋은 자식이 되기 위해 엄마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