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일까, COREA일까?
"The PanUniverse Corea
Welcome to the World of Tourism & Leisure Development“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어느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나타난 영문 표기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Corea'라는 국명 표기이다. 우리의 기본적인 상식에 비춰 본다면 문제가 있는 표기이다. 우리나라 국명에 대한 우리의 공식적인 로마자 표기가 'Korea'이니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그 관광사에서는 왜 'Corea'라고 썼을까? 관광사에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역사 속에 그 답이 있다.
우리가 서양에 알려진 것은 언제일까? 모르긴 몰라도 고려 시대쯤일 것이다. 물론 그전에 서양 사람이 다녀갔을 수도 있지만, 서양에 알려진 우리의 국명이 'Corea'로 굳어졌다는 것은 고려를 기점으로 서양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아직도 우리나라를 'Corea'로 적어 부르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미 굳어진 'Corea'로 쓰지 않고 'Korea'로 썼을까? 이는 영어식(독일어식) 표기 체계와 불어식 표기 체계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영어식 철자 체계에 근거한 로마자 표기가 일반화되었고, 이 와중에 'Corea'가 'Korea'로 된 것이다.
'Corea'에 얽힌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Corea'가 'Korea'로 된 데는 일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 일제시대에 일본이 자기 나라를 뜻하는 'Japan'보다 한국을 뜻하는 'Corea'가 알파벳 순서상 먼저 오는 꼴을 보지 못해, 한국의 국제적 표기를 'Korea'로 하도록 유도했다는 웃기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웃기는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우리와 일본 사이에 남아 있는 감정의 앙금이 빚어낸 이야기이며, 서로에 대한 우월 의식과 피해 의식이 빚어낸 서글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일본내의 경기에 한해 '일한 월드컵'이라 부르겠다고 한 일본 축구협회의 입장 표명으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일한 월드컵이든 한일 월드컵이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타인을 혹은 타인의 것을 앞에 세워 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다. 먼저 앞서겠다고 하여 앞에 나간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바닥까지 드러난 추한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만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