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간 목요일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요한 8,51)”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에서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이는 한 사람의 완성(完成)을 뜻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렇게 된 데에는 결정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일러준 땅으로 떠나라’ ‘복이 될 것이다’ ‘많은 후손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자신의 생각과 계획과 경험으로부터 떠난 아브람은 때가 되어 아브라함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아브라함을 마주하면서 우리들이 간직한 신앙의 위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몰랐을 때에는 부모에 의해 이 땅 이때에 태어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운명을 내맡기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은총에로 부르심을 받고 응답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알게 되었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누리는 복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소멸(消滅)의 존재에서 영원함의 존재로 바뀌었고, 불완전한 존재로 머물지 않고 완전함을 향해서 나아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얻은 단순한 앎에서 완전한 앎, 곧 지혜를 간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이해와 앎에 국한(局限)된 상태에서 영원하시고 무한하신 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는 ‘아브라함과 예언자’이었지만, 예수님은 ‘영원히 살아계시는 하느님’을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이해할 수도 깨달을 수도 없었습니다. 자신을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기에 결국 예수님을 돌로 쳐 죽이려고 했습니다. 믿음만이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믿음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권능이 아닌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 근거해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참 하느님을 알고 믿는 신앙을 간직할 때 개인과 공동체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머물러 그분의 생각과 계획과 권능을 묵상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아브람이 아닌 아브라함으로 하느님의 생각과 계획과 권능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곧 우리 자신을 완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원함에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