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가 돌아오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젊은 시절, 대기업 자동차회사에 다니며 영국 출장을 자주 갔다. 회사 상사인 Y 부사장이 런던에 가면 대영제국박물관을 가보라고 권유했다. 출장 중 주말을 이용하여 박물관에 갔더니 영국 박물관인데, 영국 물건은 별로 없는 박물관이었다. 로제타석을 비롯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유물부터 로마 유물, 중국 유물, 심지어 남태평양 쪽 물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뜯어온 장식물(엘긴 마블)들과 기둥으로 장식된 파르테논 관 등 그리스 유물이 많고, 알프스 빙하에서 가져온 목동의 미라도 있었다.
얼마 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해외에 나가 있던 문화재 중 반환되거나 구입한 물품의 특별전시회에 참석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교직에 근무할 때, 방학마다 1주일씩 3회를 연수받아서 잘 알고 있다. 많은 숫자의 우리 문화재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다. 나라 밖 문화재는 유출 경위에 따라서 환수를 추진하기도 하고, 현지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잘 활용되고 있다.
우리 문화재의 조사, 연구, 환수, 활용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된 지 10년 되었다. 우리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근현대사 100여 년은 혼란과 변화가 뒤섞인 시기였고, 우리 문화유산들이 도난과 약탈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하였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 등 25개 나라에 흩어져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재가 올해 기준 현재 21만 점이라고 한다.
나라 밖 문화재 특별전 입구에 겸재 정선의 화첩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금강산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로 54.3cm, 세로 33cm 화폭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봉우리가 겹겹으로 그려져 있다. 필자가 본 문화재 중 재미있는 것은 ‘양봉요지’란 책이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근무하던 독일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신부가 1918년 쓴 양봉기술교육 교재였다. 100여 년 전 서양 양봉기술이 국내에 도입된 과정을 보여주는데, 독일 뭔스터 슈바르자흐 수도원 소장을 영구임대 형식으로 반입되었다.
문화재 중 해외에서 구입한 경우도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7년 프랑스 경매 시장에 출품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을 매입했다. 1819년 신정왕후를 왕세자빈으로 책봉하며, 대나무로 엮은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었으나 행방이 묘연해졌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던 유물이 경매에 출품된 것을 확인하고, 프랑스로 가서 경매에 참여했다.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직원들이 10년간 세계 곳곳을 누빈 거리는 지구 160바퀴에 달한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가 다시 고국에 돌아와서 반갑고 고맙다. 그리고 문화재나 유물을 국내로 환수한 관계 당국에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튀르키예, 스페인,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외국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행하며 아름다운 미술품이나 조각품을 보면 부러웠다. 하나의 문화재를 원래 자리로 반환하기 위한 재단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가끔 시간을 내서 인사동의 갤러리나 음악회, 고궁, 박물관을 돌아보며 문화생활을 즐기자.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정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 우리 모두 문화예술을 누리며 마음의 부자가 되면 좋겠다. P.S. 이 원고는 3300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문학의 봄 통권 66호(2023. 03. 01)발표
첫댓글 문화생활이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약탈당한 문화재,
회수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개동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