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유기농 와인(Organic wine)’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이란 용어까지 나와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각 나라나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981년 프랑스의 Organic Farmers and Consumer Organization에서 결정한 ‘일체의 화학비료나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포도로 생산한 와인’이란 뜻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포도재배뿐만 아니라 와인생산과정에서도 아황산염(무수아황산) 등 다른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아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또 포도껍질에 있는 자연 효모로 발효시키며 인공적인 조작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려면 일단 토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기존의 포도밭을 유기농 토질로 바꾸기 위해서는 몇 년 이상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일정치 않은 기후 조건을 가진 유럽의 와인산지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유기농 경작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와인 병입 때 산화방지제(아황산염)를 첨가하지 않아야 유기농 와인으로 간주합니다.
유럽에 비해 기후 조건이 뛰어난 캘리포니아나 호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유기농법에 대한 움직임이 저조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Gallo(갤로)사, 호주의 Penfolds(펜폴즈)사 등 대형 와인회사들이 유기농 와인에 관심을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은, 1924년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박사의 이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이오 다이나믹 경작법은 비옥한 토질을 우선으로 하는 유기농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천문학과 점성술을 접목시킨 것입니다. 즉, 달과 별의 주기에 따라 포도나무의 성장이 달라지는 점에 착안해 자연의 리듬과 모든 농경 스케줄을 맞추는 방법입니다. 나무 스스로의 자생력을 향상시켜 더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한다는 것이죠.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은 유기농 비료나 살충제마저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비료로는 퇴비만을 극소량 사용하며, 해충을 잡을 때도 무당벌레 같은 천적을 이용합니다.
비녜도스 에밀리아사의 유기농 와인 〈꼬얌〉 칠레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의 유기농 와이너리인 비녜도스 에밀리아사가 생산한다. 2007년, 2008년, 2009년 빈티지 WS 90점. Syrah 36% : CS 30% : Carmenère 17% : Merlot 15% : Mourvèdre 2%(빈티지별로 블렌딩 비율은 차이가 남). 6만 원선. 유기농 와인은 대체로 농축미보다는 조금 밋밋하고 담백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유기농 와인이 더 급속히 보편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2008년 일부 프랑스 와인의 농약성분 함유에 대한 보도가 있기도 했지만(와인 양조용 포도밭에는 원래부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도 않지만), 유기농이 아닌 일반 와인들도 추수 전 일정 기간 동안은 농약사용을 멈춰 그 양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이후 발효과정에서 유해한 농약 성분은 대부분 분해되므로 문제가 될 소지는 거의 없습니다.
소량이라도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면 포도 생산은 늘어나지만, 토양 등의 떼루아적 특성이 줄어들게 되므로 유기농 포도재배는 이것을 보전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현재 유기농 포도밭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순이지만, 필록세라(Phylloxera)조차 침입하지 못했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칠레가 유기농 와인의 차세대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 최대의 유기농 와인기업인 론 지방의 M. Chapoutier(엠 샤뿌띠에)사의 와인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식도락가들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쓰리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과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공급된다는 보르도 뽀므롤 지역의 유기농 와인 〈Château Belle-Brise(샤또 벨 브리즈)〉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프랑스의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인 미셰린에서 매년 발행하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프랑스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 각국별로 발행되고 있다. 레스토랑의 맛, 가격, 분위기 등을 종합해 점수화해서 ★★★(쓰리스타), ★★(투스타), ★(원스타)로 구분하는데 ★★★를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현재는 ★★★를 받은 레스토랑의 90%가 프랑스에 있다.
현재 대표적인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 생산자들로는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Nicolas Joly(니꼴라 졸리), 부르고뉴 지방의 Henry Jayer(앙리 자이에), Domaine Leroy(도멘 르루아), Domaine de la Romanee Conti(도멘 드 라 로마네 콩띠), 론 지방의 M. Chapoutier(엠 샤뿌띠에), 미국 나파 밸리의 Araujo Estate(아라우호 이스테이트), Joseph Phelps(조셉 펠프스), 호주의 Tamburlaine(탬벌레인) 등이 있습니다.
프랑스 론 지방 엠 샤뿌띠에사의 유기농 ‘크로즈 에르미따주’ AOP 와인인 〈레 메조니에〉 58,000원선
첫댓글 유기농 와인 마셔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