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2. 물날. 날씨: 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따스한 햇볕이 겉옷을 벗게 한다.
아침열기-몸놀이-글쓰기-점심-청소-맑은샘회의(낮은샘/높은샘)-마침회-인웅, 민주, 윤재 생일잔치-가정방문
[선생의 하루]
아침 당번이라 일찍 학교에 가 교사실 정리하고 있는데 본준이가 잡기놀이를 하잔다. 최명희 선생과 명아주놀이라며 늘 잡기 놀이를 하더니 재미있다며 줄곧 최명희 선생을 찾아다니는 본준이다.
“동무들이나 동생들하고 하지 그러니.”
“재미없단 말이에요. 최명희 선생님은 막 간지럼도 태우고 해서 재밌어요.”
“그래. 학교 층계에서나 마루에서는 잡기 놀이를 하면 안되니, 오늘은 우리 둘이서 교사실에서 한 판 해볼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웃음을 머금고 좁은 교사실 책상 둘레를 도는 본준이다. 뜻대로 간지럼을 태워주니 아주 웃다가 쓰러진다. 명아주 놀이를 즐기는 본준이답다.
물날은 아침 걷기를 이어 모둠 몸놀이를 길게 한다. 8시 50분, 저마다 줄넘기를 챙겨 밀밭으로 가서 땅을 밟아주고 두 번째 숲 속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하는데 땅이 고르지 않으니 저절로 나뭇잎을 치울 까닭이 생긴다. 선생이 챙겨온 갈쿠리로 나뭇잎을 긁어 한 쪽으로 정리하는 일을 아이들이 돌아가며 한참 했다. 몸을 쓰니 땀이 나는데 큰 나무 아래 힘들게 버티는 작은 소나무를 보고 아이들이 물을 떠와서 물을 준다. 작은 나무가 애처로워 물을 듬뿍 주는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쁘다. 윤태와 오제랑 인웅이와 시우가 번갈아 물을 떠오더니 남은 물은 둘레에 있는 나무들에게도 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을 내어 물을 떠오고 물을 주는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닮은 아이들 맞다. 번갈아 가며 나뭇잎을 긁는데 은후와 지율이는 차례가 끝난 뒤에서 한참을 일한다. 일하는 재미가 없으면 하지 않는 아이들이니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한바탕 나뭇잎 치우는 일을 마치고 나니 훨씬 넓고 환해진 숲 속 놀이터에서 모두 줄넘기를 했다. 더 평평한 곳으로 가서 줄넘기를 이어가자니 바로 마을공원임을 알아차린다. 골목을 그냥 걸어가지 않고 줄넘기를 하며 가는데, 긴머리를 휘날리며 줄넘기를 하는 영호를 보더니 아이들이 대단하다는 표정이다. 뒤에서 천천히 차를 확인하며 가는데 줄넘기를 하며 마을공원으로 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보니 마음까지 즐겁다. 마을 공원에 닿아 쉬자는데 벌써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골목에서 날라 온 영호가 의자에 앉아 동무들을 여유롭게 쳐본다. 앞으로 줄넘기, 뒤로 줄넘기, 쌩쌩이 줄넘기엑스자 줄넘기까지 아이들이 펄펄 난다. 아직 쌩쌩이 줄넘기는 어려워 선생이 보여주니 “와” 소리를 지른다. 이어서 선생과 어린이들이 맞대결을 했다. 선생은 재기를 차고 어린이들은 줄넘기를 하는 건데 열 판을 해서 선생이 모두 지고 말았다. 체력이 문제로다. 그런데 마을 공원 곳곳에 담배꽁초에 보이니 아이들이 한 마디 한다. 우리가 붙여놓은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란 종이가 모두 사라지고 없다는 거다. 다시 붙여야겠다.
길게 아침열기와 몸놀이를 이어 하고 교실로 들어와 피리를 불고 시를 암송한 뒤 노래를 부르니 10시 10분이다. 한참을 쉰 뒤에 아침 공부인 글쓰기를 한다. 먼저 우리 학교 글모음<맑은샘 아이들>에서 고른 글을 읽어주고, 어제 쓰는 법을 다시 배운 하루생활글 쓰기를 확인했다. 두 어린이가 하루생활글장을 집에 두고 왔고, 한 어린이는 쓰지를 않았는데, 써 온 어린이들 모두가 배운 대로 날씨를 문장으로 쓰고, 겪은 일을 모두 쓴 뒤 쓰고 싶은 꼭지를 제목으로 잡아 글을 썼다. 배운 대로 잘 했고 글도 참 좋다. 모두 앞에서 읽어줘도 괜찮다는 어린이들 글을 차례로 읽어주며 칭찬을 가득 했다. 덧붙여 선생이 쓴 하루생활글을 읽어주며 하루생활글을 쓰는 뜻을 이야기 했다.
다음은 생생하게 살려쓰는 보기로 다른 학교 어린이가 쓴 글과 우리 학교 선배들이 쓴 글을 읽어주고, 같은 글감으로 <우리 식구>를 써보기로 했다. 글쓰기에서 선생이 할 일은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좋은 어린이 글을 많이 들려주는 것이 시작이고, 어린이들이 쓸 거리가 많은 글감을 잡아 쓰도록 돕는 것이다. 어린이마다 식구 가운데 쓰고 싶은 사람이 모두 다르다. 아주 먼 옛날 추억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이 써내려가는 우리 식구 이야기는 저마다 비밀도 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3학년 되어 처음으로 같은 글감을 잡아 쓰는 글쓰기라 쓰는 양을 3학년답게 한 바닥으로 정하니 길다며 어려워하는데 쓸 이야기가 충분하다. 양을 정해 쓰는 걸 자주 하지 않으니 새로운 도전일 뿐이다.
점심 때 아이들과 비석치기 한 판을 했다. 아이들 놀이는 늘 큰 소리가 나고 다툼이 생기곤 한다. 역시 이번에도 불같이 자기 이야기를 하며 얼굴이 붉어지는 아이가 있다. 한동안 부드럽게 말하기에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다. 놀이 하다가 아이가 운동화에 돌이 떨어져 아파한다. 모두 달려가 괜찮냐며 물어보는 우리 아이들이다. 어찐 된 건지 물어보니 동생이 비석치기 하다 돌이 죽어서 화가 나 에잇 하고 던진 게 하필이면 아이 운동화로 간 게다. 선생이 아이를 찾으니 아이들이 동생을 데려오는 중에 형들이 동생이 아끼는 인형을 들고 와서 동생은 또 슬프다. 영문을 모르고 왔다가 자기가 모르고 던진 돌에 형이 맞았다는 말에 바로 형에게 사과를 했다. 형도 동생 사과를 받아준다. 재미난 놀이를 하며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서로 다치지 않도록 함께 애쓰는 아이들이다.
낮 공부 열기 할 때쯤 유민이가 넘어져서 아프다고 왔다. 아파서 속상한데 곁에 있던 동무가 “잘 됐다” 하고 놀려서 더 슬프다. 마침회에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단희는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왔다. 낮 공부 낮은샘회의에서는 사회를 보던 서연이가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어린이들 때문에 눈물이 났다. 아이들 세상에서 부모가 없는 곳에서는 선생이 부모 노릇을 하고 중심을 잡아주니 아이들은 날마다 선생을 찾는다.속상해서 찾고, 물어보려고 찾고, 다퉈서 찾고, 도와 달라 찾고, 그 때마다 선생은 맞장구를 치고 어루만져 주면 아이들은 본디 상태로 돌아간다. 한참이 걸리는 아이도 있고 바로 힘을 내는 아이도 있다. 그러니 선생은 살필 게 많다. 아이 처지와 여러 아이들 처지를 모두 생각할 때도 많기도 하고, 아이마다 다르게 뿜어내는 기운을 받아 안는다. 아이들처럼 온 힘을 다해 같이 놀고 일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루가 휙 가고 교사 마침회 때면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이 훌쩍 간다. 어린이나 선생이나 체력이 필요한 새 학기,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말하듯 몸을 잘 챙겨야겠다.
마침회 마치고 인웅, 민주, 윤재 생일잔치에서 처음으로 알찬샘이 축하공연으로 피리를 불었다. 소리와 호흡이 점점 좋아져간다. 선생 손을 보고, 소리를 듣고, 음을 찾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음악 신동들이다.
첫댓글 아이구 정말 다사다난한 매일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