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30편
나흘째 되는 날, 불현듯 두 명의 승려가 조개의 영채로 와서 투항했다. 군사들이 중군 막사 앞으로 데리고 오자, 두 승려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소승들은 증두시 동쪽에 있는 법화사 승려들입니다. 요즘 증가오호가 수시로 본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금은과 재물을 요구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소승들은 그들이 드나드는 곳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두령님께서 기습하여 그놈들을 없애 주시면, 저희 절로서는 천만다행이겠습니다.”
조개는 기뻐하면서 두 승려를 청하여 자리에 앉게 하고 술을 내어 대접하였다. 임충이 간했다.
“형님은 저들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그 속에 속임수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승려가 말했다.
“소승들은 출가인인데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양산박은 인의의 도를 행하고 지나는 곳마다 백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투항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장군을 속이겠습니까? 하물며 증가는 필시 두령의 대군에 패할 것이 분명한데, 무엇 때문에 의심하십니까?”
조개가 말했다.
“아우는 괜히 의심하여 대사를 그르치지 말게. 오늘 저녁에 내가 한번 가 보겠네.”
임충이 말했다.
“형님은 가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인마 절반을 이끌고 기습할 테니, 형님은 바깥에서 접응하십시오.”
“내가 가지 않으면, 누가 기꺼이 앞장서려고 하겠는가? 자네가 절반의 군마를 거느리고 바깥에서 접응하도록 하게.”
“형님은 누구를 데리고 가시렵니까?”
“열 명의 두령과 2천5백 인마를 데리고 가겠네.”
열 명의 두령은 유당·완소이·호연작·완소오·구붕·완소칠·연순·두천·송만·백승이었다. 그날 저녁 밥을 지어 먹고 말방울을 떼고 군사들은 소리를 내지 않게 막대기를 입에 물고 캄캄한 밤에 승려들을 따라 법화사로 달려갔다. 오래된 절이었다. 조개가 말에서 내려 절에 들어가 보니 승려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조개가 두 승려에게 물었다.
“이 큰 절에 어째서 승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요?”
승려가 말했다.
“증가의 짐승들이 하도 괴롭혀서 부득이 각자 환속하여 떠나가고, 장로와 몇몇 시자만 남아 탑원 안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두령님께서 잠시 인마를 주둔하고 밤이 더 깊어질 때까지 기다리시면, 소승들이 그놈들 영채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놈들의 영채가 어디 있소?”
“그놈들에게는 네 개의 영채가 있는데, 북쪽 영채가 증가형제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 영채만 공략하면 나머지는 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언제 공격하는 것이 좋겠소?”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하면, 그놈들은 대비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증두시에서 자정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리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나 북소리가 또 울리더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고요해졌다. 승려가 말했다.
“군인들이 모두 잠든 것 같습니다. 지금이 공격할 때입니다.”
승려가 앞장서 길을 인도하자, 조개와 두령들은 말에 올라 병력을 이끌고 법화사를 나와 승려를 따라갔다. 5리를 채 못 갔는데, 두 승려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전군은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길이 복잡하고 인가도 보이지 않았다. 군사들은 당황하여 조개에게 보고하였다.
호연작은 급히 말을 돌리고 오던 길로 돌아가라고 명했다. 백 보를 채 못 갔는데, 사방에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횃불이 사방을 밝혔다. 조개와 두령들은 군사를 이끌고 길을 찾아 달아났다. 굽은 길을 두 번 돌았을 때,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나 화살을 어지럽게 쏘아댔다.
그때 예기치 않게 화살 하나가 조개의 얼굴에 꽂히면서, 조개는 말에서 거꾸로 떨어졌다. 호연작과 연순이 목숨 걸고 싸워 적을 물리치는 동안 뒤에서 유당과 백승이 조개를 구하여 말에 태우고 마을을 뚫고 내달렸다. 마을 어귀에서 임충 등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접응하여, 비로소 적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양군이 혼전을 벌이다가 날이 밝아오자, 각자 영채로 돌아갔다.
임충이 영채로 돌아와 점검해 보니, 완가 삼형제와 송만·두천은 살아서 도망쳐 왔는데 데리고 간 2천5백 인마 중에 1천2백만 구붕을 따라 돌아왔다. 두령들이 조개를 살펴보니, 화살이 뺨에 꽂혀 있었다. 급히 화살을 뽑았더니, 출혈이 심해 조개는 기절하고 말았다. 화살을 보니, ‘사문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임충이 금창약을 발랐지만, 그 화살에는 독약이 발라져 있었다. 조개는 중독이 되어 이미 말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임충은 조개를 수레에 태우게 하고, 완가 삼형제와 두천·송만에게 먼저 산채로 돌아가게 하였다. 나머지 15명의 두령들이 영채에서 상의했다. 임충이 말했다.
“이번에 조천왕 형님이 산에서 내려왔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런 상황이 발생했소. 갑자기 바람이 불어 군기를 부러뜨린 조짐이 딱 들어맞았소. 증두시는 급하게 취할 수 없게 되었으니, 병력을 거두어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호연작이 말했다.
“송공명 형님의 명령을 기다렸다가 회군해야 합니다.”
그날 두령들은 근심하여 마지않았고, 군사들도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어 모두 산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날 밤 10시경, 15명의 두령들은 영채 안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치 머리 없는 뱀이 움직이지 못하고 날개 없는 새가 날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형편이었다. 깊은 탄식을 하고 있으면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길에 매복해 있던 병사가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전면의 다섯 개 길에서 군마가 오고 있는데, 횃불이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임충 등은 보고를 받고서 일제히 말에 올랐다. 삼면의 산 위에서 횃불이 일제히 밝혀지는데 마치 대낮처럼 밝아지고, 사방에서 일어나는 함성이 영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임충은 적과 맞서 싸우지 않고 여러 두령들과 영채를 뽑아 말을 돌려 달아났다. 증가의 군마가 뒤에서 추격해 왔다.
양산박의 군대는 한편으로 싸우면서 한편으로 달아나, 5~60리를 달아난 뒤에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인원을 점검해 보니, 또 6,7백 명을 잃었다. 대패하여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중간쯤 왔을 때 대종이 와서 군령이 전하기를, 두령들은 군대를 이끌고 산채로 돌아와 다시 계책을 상의하자고 하였다.
두령들은 양산박 산채로 돌아와 조개를 보러 갔다. 조개는 음식은커녕 물도 마시지 못하는 상태였고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송강이 침상 앞을 지키면서 울고 있었다. 송강이 손수 약을 먹여 주었지만, 조개는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하고 다 흘러내리고 말았다. 여러 두령들은 휘장 앞에 지키고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날 밤 자정, 조개는 병세가 더욱 위중해지자 고개를 돌려 송강을 보면서 부탁했다.
“아우는 몸조심하게. 나를 화살로 쏘아 죽인 자를 잡거든, 그 사람을 양산박의 주인으로 삼아 주게.”
말을 마치자, 조개는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났다. 송강은 조개가 죽은 것을 보고 마치 부모가 돌아가신 것처럼 슬피 통곡하다가 혼절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송강을 부축해 일으키고 장례를 주관하게 하였다. 오용과 공손승이 송강을 위로하며 말했다.
“형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생사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니, 슬픔으로 인해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큰일부터 치러야 합니다.”
송강은 울음을 멈추고, 시신을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옷과 두건을 입혀 염을 하고 취의청에 모셨다. 여러 두령들이 모두 애도하며 제사를 지낸 다음, 내관과 외곽을 마련하여 길일을 택해 입관하였다. 신주를 세우고 ‘양산박 주인 천왕 조공 신주’라고 썼다. 송공명 이하 모든 두령들이 상복을 입었으며, 소두목 이하 모든 졸개들도 상례두건을 썼다. 화살을 영전에 바치며 복수를 맹세하였다.
산채에는 조기를 세우고, 인근 사원에서 승려들을 청하여 조개의 공덕을 기리고 명복을 빌었다. 송강은 매일 애도하면서 산채의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임충은 오용과 공손승 등 여러 두령들과 상의하여 송공명을 양산박 주인으로 세우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 아침, 향을 피우고 등불을 밝히고서 임충이 앞장서서 여러 두령들과 함께 송공명을 취의청에 상석에 앉혔다. 임충이 먼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