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이영주
우리 부부는 TV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꼭 챙겨보는 프로는 저녁 8시 40분부터 방영하는
EBS의 세계테마기행과,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라는 프로다.
초등학교 일학년을 신영강 옆 의암리 덕두원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의암댐이 생겨 그 추억의 길이 사라졌다.
일 학년짜리가 그 의암공원 밑 집에서 명월리 학교까지
녹녹지 않은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도중 다리 밑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기를 잡다가 해가 삼악산에 꼬리를 감출 때쯤 집에 오곤 했다.
고기를 잡다가 특히 퉁가리에 손을 쏘여 부어오르면 집에 와서
약 대신 된장을 바르던 시절이 가끔 떠오른다.
그때는 춘천에서 자전거 뒤에 과자를 싣고 와서 한 근 두 근
저울로 달아 팔던 아저씨가 있었다.
등선 폭포에 가서 병을 주워 모아 두었다.
일요일이면 삼악산 중턱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과자 장사 자전거가 신영강 길에 보이면
있는 힘을 다해 집으로 뛰어와서 그동안 주워 모아 두었던
병을 들고 가서 과자와 바꾸어먹었다.
가끔 나이론 사탕도 사서 먹곤 했는데 딱딱하기도 했지만
아껴 먹기 위해 입안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한 시간 동안
물고 있었던 사탕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에 군침이 돌 때가 있다.
이 학년이 되면서 아버지의 전근으로 춘천으로 이사를 왔다.
지금 소양1 교가 있는 봉의산 올라가는 입구 소양정이 있는
그 골짜기로 이사를 와 근화초등학교를 다녀 매일 소양강을
바라보며 자랐다.
겨울이면 소양강이 얼어 스케이트를 많이 탔다.
소양강에서 전국 빙상대회가 열렸고, 의암댐이 생기기 전,
여름에는 소양강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수상스키 쇼지 만, 미국독립기념일 날
소양강에서 모터보트가 끄는 수상스키 쇼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춘천시민들과, 춘천시 전 학교가 오후 휴무를 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상스키를 보고 감탄하던 그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매년 미국독립기념일이면 봉의산 정상에서는 밤에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우리는 봉의산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을 보면
탄성을 지르곤 했다.
오학년 때부터는 우두동 제사공장(롯데아파트) 옆으로 이사를 와서
소양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소양강 다리를 건너 춘중, 춘고을 다년 는 데,
여름 방학이면 중도에 강을 건너가 참외, 수박 서리를 하고
가을에는 땅콩 서리를 했던 추억이 아직도 아련하다.
1965년 의암땜이 준공되면서 나는 항상 바다 만큼 넓은
호수를 보며 성장했다.
내 기억으로는 소양 2교는 현재까지 5번 정도 새로 놓았는데
소양 1교는 일본사람이 해방 전에 놓았다는데 아직 보수
정도만 했지 부수고 다시 건설하지 않았다.
일본사람이 튼튼하게 놓은 다리를 보면서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의 건설공사 태도를 가끔 생각하곤 한다.
그 뒤 동부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소양강의 넓은 호수를 보며 조깅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으니 나의 삶 옆에는 항상 물이 있었다.
인간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양수에서 자라니
물을 떠나서 살 수가 없다.
사람은 70% 정도 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는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작은 물방울이 하나하나 모여 내를 이루고 점점 커져 강을
만들고 나중에는 넓은 바다로 흘러간다.
물은 흘러가면서 오염된 주변을 정화 시키는 능력이 있으며,
겸손을 품고 교만을 모르며 말없이 흘러갈 뿐이다.
점점 건조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더욱 물이 필요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있는 물체는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데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각 나라의 특색 있는 문화를 대하게 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하게 되면 지구상에 저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푸른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먹는 양, 소, 말들과 동물들의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 마음도 여유를 갖는다.
거짓 없는 자연! 많은 물로 떨어지는 커다란 폭포를 대하면
자연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그날 밤이면 왠지 편안해져 숙면의 밤을 맡는다.
춘천의 의암댐이 생긴 뒤로 점점 물이 오염되어가고 있다.
의암댐이 그렇게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면 옛날처럼 흘러가게
하는 것이 어떨까?
다시 소양강 백사장이 복원된다면 창출되는 경제가치가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학창시절의 소양강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소양강 백사장이 가끔 생각이 난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갇혀있는 의암댐을 보면 가끔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018.1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6D74A5A49E9931D)
첫댓글 이제 흘려 버리면 호반의 도시 춘천의 이름은? 모든 것은 일장 일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치 4대강 보 물 흘려 보냈더니, 좋은 점도 있지만, 나름 문제점도 많지요.
그나 저나 글이 가운데 정렬이 돼 있어서 읽기 불편합니다.
보통 방식인 혼합정렬이 돼 있어야 읽기가 편하지요.
이 시대에는 이런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일이라도 독자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