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좁아서, 특정지어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는 도탁서입니다. (의사는 아닙니다)
올해는 제 숙원 사업인 라섹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 논문, 관련 서적, 병원 문의 등등.. 진짜 많이 알아보고 했는데요. 비의료인인 분들이 막상 지인할인, 이벤트 가격에 혹해서 쉽게 병원을 결정하는 걸 몇 번 목격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라섹 정보글 남깁니다.
*글이 깁니다. 밑줄 친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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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섹 수술과정
1) 마취
2) 각막상피 제거(각막상피, 보우만막부터 각막실질 도달까지)
3) 각막실질 엑시머레이저 조사(각막의 교정량만큼 조사)
4) 부유물 정리
5) 보호렌즈 착용
라섹을 쉽게 설명드리면, 환자의 근난시 시력에 따라 안구 모양, 대칭성을 고려해 교정양만큼 각막을 깎아내는 수술인데요. 이때 수술 과정 2) 3)를 ‘각막 절삭’ 단계라고 합니다. 이때 각막을 얼마큼 안전하게 보존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안전성이 결정됩니다. 즉, 라섹의 안전 기준은 ‘각막 절삭량’을 안전하게 설정하느냐 따라 결정되는거죠.
2. 잔여각막량의 중요성
라섹 수술은 각막상피, 보우만막을 제거하고 각막실질에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입니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각막 실질부분은 재생이 안된다는 겁니다.. 즉, 라섹 후에 상피 부분은 재생이 되지만, 실질은 평생 재생이 안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최소한으로 깎아내고 ‘잔여 각막 양(residual stromal bed thickness)’을 보수적으로 남기는 게 중요한거죠.
실제로 FDA 라섹 엑시머 장비 권고 사항을 보면, 수술 후 잔여 각막 실질을 250㎛ 이상 남기라고 하는데요. 이건 각막 상피를 포함하지 않은 각막 두께라서 평균적인 각막 상피 50㎛까지 포함하면 각막은 못해도 300㎛ 정도는 남겨야 하는거죠.
이건 이태원 교수님 서강대 의학개론 강의 영상인데요, 교수님 또한 라식보단 라섹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잔여각막량을 무조건 보수적으로 남기는 라섹이 안전하다고 말하더라구요. 또한, FDA기준보다도 보수적으로 최소 320㎛ 이상 남기는 게 좋다고 하시죠. 잔여각막량을 충분히 남기지 않으면, 불안정한 각막 안전성으로 각막 조직 변화 수치 PTA(Percent of Tissue Altered) 수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심해지면 원추각막의 위험성도 커져서 그래요.
3. 병원 각막 절삭량 비교(필독)
자, 근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수술이란 건 정말로 의사 재량에 걸린 일이 많아서, 이 ‘각막 절삭량’이 병원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 수술하고 나서 최근에 찾은 자료인데요, 실제로 한 명의 눈을 가지고 라섹 ‘각막절삭량’을 비교한 실험자료였어요. 한 사람이 13개 병원 가서 각각 각막절삭량을 쟀는데 시력, 각막모양, 각막두께가 똑같은 데도 막상 각막절삭량은 다 다르게 나왔어요. 예를 들자면, 같은 맹장 수술을 할 때, 한 병원은 간단하게 내시경 시술을 하고 다른 병원은 위험하게 배를 째서 수술해버리는 것과 같은거죠. 심지어 재생도 안 되는 부위를;;
여기선 전 더 충격적이었던 건, 제일 많이 깎는 안과와 제일 적게 깎는 안과가 무려 28㎛ 가 차이가 났다는 겁니다. 사실 마이크로미터 단위가 너무 미세해서 적은 차이 같아 보이지만 무려 1~2㎛만으로도 누구는 렌삽밖에 안되고 누군가는 아예 수술 불가 판정이 날 정도로… 각막에서의 1㎛은 매우 큰 차이라는거죠..
4.실제 병원 방문(본인 경험담)
여기부턴 제 실제 경험담이다보니 위 정보보다는 다소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저는 정보를 다 찾다보니 더 ‘수술 후 잔여각막량’이나 ‘최소 절삭 라섹장비’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더 들어서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병원을 알아봤습니다. 실제 병원 5곳 정도를 2주동안 검안 다녀보기도 했구요. 검안 가서는 수술장비, 수술명, 각막절삭량 중심으로 물어봤습니다.
저 또한 단순히 가설로 각막 절삭량이 병원마다 다를 거라곤 생각했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절삭량 문의를 한 결과.. 실제로 가장 적게 깎는 곳과 많이 깎는 곳이 21㎛까지 차이 나는 것을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1) 양안 동일 절삭량을 말하는 병원 거르기
여기서 저는 무조건 양쪽 시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 절삭량을 말하는 병원은 걸렀습니다. 제가 왼쪽이 -4.45 정도고 오른쪽이 -3.75 정도인데.. 사실상 양쪽을 똑같은 절삭량을 말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실제 수술은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신뢰가 떨어졌죠.
2) 최소 절삭 장비 사용 여부
일반인들 입장에서, 장비 별 ‘각막 최소 절삭량 비교’ 자료를 찾기 힘들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건 의료인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장비사 사이에서 비공개 자료인 경우가 많아서, 주변 인맥 발품 팔아서 최소 절삭 장비 순서가 MEL90 > AMARIS 1050=EX500 >MEL80 …이라는 걸 알아냈고, 최소 절삭 장비를 우선순위로 병원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안구 조건이 다르고 의사마다 수술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단언 할 순 없다고 합니다..
3) 잔여각막량 최대 유지
리스트업한 병원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은 가치를 두고 본 건 첫째도 잔여각막량, 둘째도 잔여각막량이었습니다. 실제 검안을 다녀보니 각막 절삭량 자체를 말하는 것을 피하는 병원도 있었고, 의사가 아닌 검안사가 대충 표를 보고 읽어주는 곳도 있었는데요. 의사가 직접 진단하면서 투명하게 절삭량을 공개하는 병원들이 가장 신뢰가 갔습니다. 결국 전, 가장 보수적으로 잔여각막량을 420㎛이상 남겨주는 라섹을 선택했고, 지난 달 수술을 마쳤습니다. 목표 시력은 1.0이었지만, 결과만 보면 저는 인공 눈물 안 쓰는 양안 1.5의 시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수술을 권장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랑 같은 기준으로 병원을 고르실 이유도 없고 저처럼 까다롭게 병원을 선택하실 이유는 없고... 무엇보다 안경이 편하다면 굳이 수술을 추천드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수술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적어도 이벤트가격, 의사나 검안사 친절도 뭐 이런… 기준보다는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병원을 선택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는 정보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제가 결국 선택한 병원명은 본문에 공개하진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선택한 병원이나 추가 라섹 관련 질문은 댓글 주시면.. 얕은 지식이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말씀드리겠습니다.
<4줄 요약>
1. 라섹 수술은 ‘잔여각막량’이 중요한 수술이다.
2. 의외로, 잘.. 알아보지 않으면 각막을 불필요하게 많이 절삭하는 병원들이 많다.
3. 병원 선택 시, 이벤트가격이나 친절도보다 각막절삭량/최소절삭장비 봐야함.
4. 본인은 잔여각막량 420㎛이상 남기는 보수적인 라섹 선택으로 인공눈물 안 쓰는 양안 1.5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