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무덤/이병연
가시는 황량한 곳에서 태어난다
단단해진 촉수는
뾰족이 날을 세우고
시비를 가려 찌르는 일을 즐긴다
막다른 골목처럼 궁지에 몰리면
전면에 나서 공격을 개시한다
뽑으려 하면
두 눈을 부릅뜨고 저항한다
잘린 조각이 박혀
쿡쿡 쑤셔대기도 하고
핏물이 고이기도 덧나기도 한다
뽑을 수도 없고
뽑히지도 않는
저 무섭고 질긴 놈
저 놈을 묻는 법을 안다면
속 썩을 일
피 흘릴 일 없고
무덤 위에
밝은 햇살만 놀다 가겠다
< 2024 공주문학 상반기 제36호 >
카페 게시글
애지회원발표시
가시 무덤 / 이병연
병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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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15:5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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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시 무덤 묻는 법을 알게 되는 날 신선으로 날아오르겠지요 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