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5:1-3]
그 후에 모세와 아론이 가서 바로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광야에서 내 앞에 절기를 지킬 것이니라 하셨나이다, 바로가 가로되 여호와가 누구관대 내가 그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보내겠느냐 나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니 이스라엘도 보내지 아니하리라,그들이 가로되 히브리인의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타나셨은즉 우리가 사흘길쯤 광야에 가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려하오니 가기를 허락하소서 여호와께서 온역이나 칼로 우리를 치실까 두려워하나이다.."
그 후에 - 모세와 아론이 백성과 장로들 앞에서 여호와의 메시지와 이적을 제시하자, 백성들이 그 모든 것을 믿음으로 수용하고 그 두 사람을 하나님의 일꾼이요. 자신들의 지도자로 인정한 후에란 뜻이다. 바로에게 이르되 - 당시 애굽 행정제도는 중대한 사안일 경우, 왕이 백성의 소청을 공개적으로 듣고 응답을 내리던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모세와 아론의 바로 알현도 그러한 맥락에서 쉽게 이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 민족 해방의 소청이 단순한 항거나 시위가 아니라 장자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명령이자 선포임을 보여 준다. 더욱이 이스라엘을 가리켜 '내 백성'이라 표현하신 것은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묘사한 동시에 일개 이방 왕인 바로가 이스라엘을 압제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을 명백히 시사한다.
절기를 지킬(하가그) - 본래 의미는 '원 안에서 돌다'인데 이는 종교 행사의 한 부분으로 둥그런 원형을 이루어 춤을 추고 즐거이 노는 것을 가리킨다. 이스라엘의 절기 중 대부분을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절기 중 무도회를 열거나(삿 21:12), 주 앞에서 즐거운 찬송을 발하거나 혹은 성전을 향해 행진하는(시 42:4) 등 갖가지 행사가 있었다.
바로 - 출애굽 문제를 놓고 당시 모세와 아론이 대결해야 했던 애굽의 바로는 부왕 투트모세3세의 뒤를 이어 애굽 권좌에 오른 아멘호텝2세(Amenhotep 2, B.C 1448-1424)였다. 그는 18세라는 약관의 나이로 권좌에 앉아 부왕 못지 않게 강력한 통치를 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 궁술과 마술(馬術) 및 항해술에 자신있다고 자랑했다 한다.
여호와가 누구관대(미 예호와) - 타락한 인생이 본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완고함과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롬 1:21). 또한 이는 민족이나 지역마다 각기 주관하는 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고대 범신론사상을 반영한 말로서 '노예 민족에게 무슨 신이 있겠으며 설령 있다 한들 애굽의 강력한 신들 앞에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라는 비소섞인 독설이다.
나는...보내지 아니하리라 - 이를 의역하면 '나는 여호와란 신을 섬긴 적이 없으며 인정할 수도 없다. 혹 그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을 보내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가 된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전제 군주의 교만을 잘 반영한 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결코 그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이 아님을 그는 훗날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언약에 기인하고 있는 역사 깊은 민족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하나님께서 그 민족을 처음부터 주장하고 계셨음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일찍이 아브라함은 성경 최초로 히브리인이라는 민족이름으로 불려졌었다. 우리에게 나타나셨은즉 - 공동 번역에는 '우리에게 찾아오시었읍니다'라고 옮김으로써 하나님의 의지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혹자에 따르면 이 말은 (하나님께서)'우리와 마주치셔서 우리를 제재하고 계신다'로 이해하기도 했다. 결국 이 말은 하나님께서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셔서 당신의 뜻을 계시하셨으며, 따라서 반드시 그 계시된 바를 성취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으실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하겠다. 사흘길 쯤 광야에 가서...희생을 드리려 - 모세의 이러한 요구는 그 당시 애굽인들의 타부(taboo)를 배경으로 한다.
즉 애굽인들은 몇몇 짐승을 형상화시켜 자신들의 신으로 삼고 신성시 여겼던 관게로. 만일 이스라엘 백성들이 희생 제물로 그러한 짐승을 죽여 각을 뜬다면 필시 애굽내에서 피를 부르는 분쟁이 일어날 것임에 틀림없었다. 따라서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보로 3일길 쯤 떨어진 광야에서 제사드리겠다는 것이 모세의 요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요구가 모세가 의도한 전부는 아니었다. 실제 모세의 의도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으로부터 영원히 이끌어내 가나안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하여 우리는 여기서 모세가 바로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구태여 모세가 강퍅한 바로에게 애굽의 성격과 목적및 의미 등을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모세는 우선 1차적으로 간단한 요구를 바로에게 함으로써 그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의인이 악인과 접촉하는 지혜이다. 온역(데베르) - '파괴하다', '정복하다'의 뜻인 동사 '다바르'에서 유래한 말로 흑사병과 같은 악성 전염병을 가리킨다. 치실까(파가) - (적개심을 가지고) '때리다', '공격하다'는 뜻으로 하나님의 격렬한 심판을 예고하고있다. 본문에서는 그 심판의 대상이 '우리'라고 표현되었는데, 이는 상호간 적대 의식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시도적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