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이나 된 옛 살림집 지붕 속 서생원들 때문에
새벽에미가 밤잠을 설쳐대던 열흘 전 쯤 어느 새벽녘
파리채로 천장을 후려쳐도 송곳으로 소리나는 쪽을 몇번인가를 쑤셔봐도 조용해지는 건 잠시뿐
한두 시간쯤 정신없이 잠이 들만하면 또다시 득득득 긁어대는 소리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부엌칼로 천장을 여러차례 쑤셔대며 화풀이해도 헛수고.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예전에 몇번 썼던 방법으로, 곤히 자고 있는 옹여사를 초빙(? 사실은 동원 ^^;)해서
천장 근처에 대고 옹여사를 흔들어 울음소리를 내면 효과를 보는 시간이 그나마 조금더 길어서
이번에도 새벽 두어시쯤 자고 있는 옹이를 깨우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크고 샛노랗게 청명하게 빛나는 두 눈에도 놀랐지만
그 품안에 어른 검지 손가락만한 무언가가 꼼지락거리는 것들에 많이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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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여름 태어난지 한달도 안돼 어미의 버림을 받아 도태되어 밤이면 밤마다 어미찾아 울어대던 어느날
동네 뒷 집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우리 집에 새식구로 들어오게 된 옹이가
어느새 아이엄마가 된 것입니다 ^^.
혼자서 탯줄도 태반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포근하게 아이들을 품고 있는 옹이의 크고 맑은 두눈을 마주치면서
왠지모르게 안쓰러움과 코끝 찡한 슬픔이 잠시 스쳐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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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몇일 동안은 너무 작아 햄스터 새끼같기도 하고 쥐새끼 같기도 하던 놈들이
하루가 다르게 쑤욱쑥 크더니, 귀여운 얼굴은 강아지를 닮았지만 그래도 고양이라고
이제는 그 작은 발톱이 제법 앙칼지게 날카롭습니다 ^^
열흘이 지나니 아이들의 그 청순하고 맑은 두 눈도 세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옹이네 가족을 열심히 돌보는 새벽이의 정성에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3녀 1남, 아이들의 이름도 새벽이가 지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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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옹'씨에 에미의 줄무늬를 닮았다고 이름은 '줄줄이'
해서 '옹줄이' 별명은 '옹줄리나'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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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의 엄마 그러니까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할머니를 닮아 코에 점이 있어서
요놈은 '옹 코점이' 요놈도 딸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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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특징이 없이 강아지처럼 귀여운 이 놈은 '옹 녀'
(옛날 어떤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하고 같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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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순둥이처럼 생긴 이놈이 '옹 남이' 외아들이죠 ^^
벌써부터 주변에 이웃들이 찜하고 나서 새벽이 기분이 영 안좋습니다.
후답도 못하면서 잔뜩 기르기만 하면 고양이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일이라며
다른 사람 특히 우리 가족에게 가까운 좋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식구로 귀여움 받으며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해주자고.. 설득반 협박반 열씨미 타이르는 소리에 새벽이는 심드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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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아기 고양이와 그의 아기들을 보면서
동물들을 가족처럼 돌보시는 형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림잡아봅니다.
첫댓글 우리집 고양이도 안쓰러워 버리지도 못하고 귀여워 해주니 그 숫자가 늘어나 온 집안이 고양이 판이라네.저번에 귀농사모등을 통해 분양한 냥이아가만해도 십여마리가 넘을텐데 또다시 두마리가 새끼가 벤거같아 골치좀 아프구먼.^^ 하는짓이 꼭 우리를 부모로 알아서 귀찮다가도 이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