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9.10.6(일) 인천태화산우와 함께 거리 10km 코스 증산초교~쉼터~민둥산정상 1117m~ 돌리네쉼터~임도앞삼거리~갈림길~임도초소~불암사~화암약수
10월 6일 아침 6시 인천 부평을 출발하여 창녕 화왕산, 보령 오서산, 양산 천성산, 장흥 천관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억새명산 중 맏형격인 강원도 민둥산 들머리에 10시 조금 안돼서 도착했다. 정선군 남면 무릉리증산초등학교 도로 건너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 오솔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인공조림된 낙엽송들이 울울창창하다. 50년, 100년쯤 지나면 오대산 월정사 숲길처럼 명소가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능선 사면길 어느지점 쯤에 '직진하면완만한 길, '우(右)틀' 하면 경사가 급하다'는 이정목이 서있다. 나는 오른쪽을 택해 계단 오르막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조금 더 올라가니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제법 넓은, 임도에 접한 쉼터가 나온다. 주민들은 이 일대를 발구덕마을이라고 부른다. 커다란 구덩이가 여덟 개 있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민둥산 1.3km' 표지판이 보인다. 길 옆 오른쪽에 산신제 터가 있다. 지난 9월27일 산신제를 올리고 철거하지 않은 현수막이 비스듬히 걸려져있다. 오는 11월10일까지 민둥산 억새축제가 진행된다고 한다. 올해로 24회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억새, 석양에 빛나는 금빛 억새, 달밤에 흔들리는 솜털 억새'가 올해의 슬로건이다. 동료들과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걸으면서 10월은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계절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능선을 향하는 길따라 수줍게 앉아있는, 키작은 쑥부쟁이가 먼저 반긴다. 덩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것들도 저 멀리까지 향(香)을 보내려는 듯 고개를 바짝 세우고 있다. 연한 자줏빛 꽃에 생기가 감돈다. 쑥을 캐러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핀 꽃이라고해서 쑥부쟁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쑥부쟁이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삶은 후 건조하여 겨울철 묵나물로 즐겨 먹었다. 잎은 소화를 돕고 혈압을 내리며, 감기치료제나 발열완화에 좋다고 한다. 요즘들어 항비만화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지가 복잡하고 엉켜있는 느낌을 준다. 구절초는 단오에 다섯, 음력 9월9일 중양절에는 아홉마디가 되어 구절초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약효가 좋아 '아홉번 꺽는 풀'이라고도 하고, 부인병에 좋다고 해서 선모초(仙母草)라 불렸다. 줄기끝에 한송이씩 핀다. 그럼에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하기는 쉽지않다. 전자는 연한 자주색이고, 가지가 가늘다. 꽃이 한그루에 10개 정도 핀다. 후자인 구절초는 흰색이고 국화잎을 닮았다. 향기가 있다. 한그루에 3-4개 꽃이 핀다. 어머니의 사랑, 우아한 자태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의 구별만 해줘도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 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다. 노란 꽃잎이 고와 길을 잠시 멈춰섰다. 고들빼기꽃이다. 꽃 가장자리가 갈라진게 빗살모양을 하고있다. 잠시 옛날생각을 더듬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고들빼기를 반찬으로 올려주시면 ' 이 쓴 것을 왜먹나' 하고 흡족한 표정으로 잡수시는 아버지 입을 한참 처다 본 기억이 있다.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밥상위의 고들빼기는 내차지가 된 것을 알고 묘한 기분이 들은 적이 있다. 쌉싸름한 고들빼기는 입맛을 돋굴 뿐만 아니라 겉절이도 하고 살짝 데쳐서 물에 담궈 우려낸 뒤 나물로 초무침이나 볶아서도 먹는다.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항암효과도 높다고 한다. 이날 약 10km를 걷는 동안 단 하나만을 본게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산부추꽃이다. 내가 태어난 충북 음성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 사전에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적혀있다. 요즘은 표준어로 사용된다. '정을 굳히는 나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부추를 왕정구지로 부르기도 한다. 꽃은 11월까지 홍자색으로 꽃대 끝에 동그랗게 달린다. 어린 잎과 비늘줄기인 알뿌리에서 연한 마늘냄새가 난다고 한다. 공 모양의 꽃이 아름다워 정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오르막을 조금 더 밀고 올라가니 제2쉼터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으로 정선군 남면 증산마을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이 지점이 8부능선쯤 되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억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단 오르막을 밟으며 정상을 향하는 좌우 억새평전 벌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저 멀리 함백산과 풍력단지가 보인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쯤 정상에 도착했다. 30만평 넘는 드넓은 공간에 억새가 가득하다.민둥산 1117m 정상 참억새밭은 이름처럼 나무가 없는게 특징이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을 많이 나게 하려고 화전민들이 매년 한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억새 중에서 성질 급한 녀석들은흰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바람이 부는대로 하늘거린다. 단풍 못지않게 가을의 모습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이 억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약하게 부는 바람의 방향대로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억새가 그저 이쁘기만 하다. 꽃이 확 피는 11월초쯤은 돼야 억새밭이 더 아름답게 변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을 인증샷~으로 위로하며 발길을 재촉했다.민둥산은 석회암이 많은 곳이다. 정상에서 내려가다 움품움푹 꺼져있는 곳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석회암은 빗물에 쉽게 녹는 성질이 있어서 암석이 녹으면서 표면이 웅덩이처럼 들어갔다. 학자들은 이것을 돌리네(doline)라고 부른다. 12시쯤 시간이 돼서 가져온 간식거리로 요기를 채웠다. 집에서 마련한 햇감자 반을 가르고 찐 다음 건포도를 몇알씩 올려놓은거 예닐곱개, 전남 무안으로 시집간 큰조카한테 받은 단감몇개를 깍아온 거, 유부초밥 너댓개를 동료들과 함께 나눠먹었다. 언제든 그렇지만 산에서 먹는 음식은 그저 꿀맛이다. 음식은 완성도 높은 공동체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오늘도 실감한다. 올라올 때 보다 날머리인 화암약수 길에 야생화가 더 많았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가는 꽃이 없다는 말처럼 여름꽃은 생명을 다해 스러져가는 중이었고, 가을야생화는 본격적인 생육을 시작하고 있었다. 억새가 비벼대는 소리에 장단맞추며 '형님 아우' 하듯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는 국화과의 (벌)개미취와 감국이 눈에 띄였다. 개미취꽃은 소박한 들꽃이다. 작은 꽃송이가 기다란 줄기 끝에 모여 달려있다. 종명이 koreaiensis이다. 코리아가 붙어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얘기다. '햇볕이 잘 드는 벌판에서 잘 자란다' 하여 벌개미취다. 특징중 하나가 키가 크다는 점이다. 많이 자라면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란다. 이날 본 것은 형상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고, 이른 서리를 맞은 듯이 기운도 없어보였다. 감국은 노란색을 띤다. 꽃에서 단맛이 난다. 잘 말린 후 꽃차와 방향제, 염색재료로 쓰인다. 꽃대는 입용제로 팔린다. 차로, 화장품으로 나가는 몸값이 제법 나가는 식물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고령자/청년자활사업단 아이템으로 많이 재배한다. 엉겅퀴꽃은 6월에서 8월이 가장 힘있게 꽃을 피운다. 요즘은 거의 시들어가는 중이어서 꽃이 이쁘지 않다. 민둥산의 엉겅퀴 역시 산에서 나서 자라기 때문에 늦게 피고 지느라 아직까지 일부가 남아있는 것이다. 꽃모양이 상투를 닮았다. '큼직한'이라는 '엉'과 가시가 붙어 엉겅퀴가 된 순 우리말이다.
투구꽃은 꽃의 모양이 로마병정 투구를 닮았다. 꽃은 9월부터 핀다. 자주색으로 진하다. 뒷쪽의 꽃잎이 고깔처럼 전체를 위에서 덮고 있다. 이것도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뿌리에 강한 독이 있다. 함부로 먹으면 위험하다. 이날 투구꽃은 산 아래부터 중턱, 상부 일부에서 골고루 나타났다. 오후 어느지점쯤에서 나타난 쓴풀도 이날 귀하게 본 꽃 중 하나다. 별 모양이다. 꽃잎에는 파란 볼펜으로 줄을 그은것 처럼 자주색 줄무늬가 여러게 있는게 특징이다. 이날 본 것은 색깔이 연했다. 자주쓴풀의 변형종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용담(龍曇)-용의 쓸개 속성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쓰다고 해서 쓴풀이다. 독성이 아니라 쓴맛 때문에 나물로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고고하면서 부티가 묻어나는 꽃, 숲속길에 인접하여 자라고 있는 달맞이꽃이다. 두개도 열개도 아닌, '딸랑' 한송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7월부터 피는 꽃을 감안하면 아주 늦게 핀 케이스. 꽃잎 네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밤에만 피는 꽃이라지만 낮에도 볼 수 있도록 개량종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석양의 벗꽃'이라고 불린다. 달맞이꽃 종자유-리놀산같은 필수지방산 풍부하여 아토피나 천식과 같은 질환이나 생리불순, 피부미용을 개선해주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진 식물이다. 꽃말은 기다림, 소원이다. 삽주꽃은 흰색으로 피었다가 자주색으로 변한다. 이날 본 삽주는 핀 지 어느정도 되면서 시들해진 상태였다. 한방에서 백출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지만 뿌리는 십전대보탕 등 여러 한방약의 재료로 쓰이는 약재이다. 위와 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눈에 알아본 꽃향유가 아주 건강하게 자란다. 강한 자주색 꽃잎이 빽빽하게 매달려 폈다. 꿀벌에게 꿀을 주는 대표적인 밀원식물이다. 엄나무와 도라지는 지억산 가는 초입에 집중분포되어 있었다. 이 두 식물 모두 꽃과 잎이 다 떨어진 상태다. 천남성은 한마디로 독초다. 옛날부터 사약의 재료로 사용됐다. 꽃모양이 뱀이 머리를 치켜든 것과 닮았다고 하여 사두초(蛇頭草)라고 했다. 꽃말이 비밀, 여인의 복수, 현혹이란다. 단풍과는 인연이 없는 민둥산이다. 그래도 딱 한그루 봤다.
하산을 완료하고 간단히 씻었다. 월척님께서 "화암약수물입니다" 하면서 건네신다. 미네랄과 탄산맛이 확 올라온다. 진짜 약수물이었다. 들꽃산행만 기억된 휴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일러서 절정의 억새 장관을 보지 못한 하루이기도 했다. 그런 아쉬움을 털기위해 다시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피에쓰
#1 발구덕마을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 기슭에 있다. 커다란 구덩이 8개가 주변에 있어서 그 유래가 됐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윗발구덕마을이 자리잡은'윗구뎅이', 남동쪽 아래의 아랫발구덕마을이 자리한 아랫구뎅이, 그 동쪽 옆의 큰솔밭구뎅이와 능정구뎅이, 민둥산 남쪽 시루봉 근처의 굴등구뎅이, 그리고 민둥산 능선 주변의 3개까지 합해 구덩이가 8개라고 한다.
#2 안도현시인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3 고려엉겅퀴가 우리가 잘 아는 곤드레나물이다. 개량한 것이다.
#4 들국화를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잘 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들국화가 있냐"고 '이상하게' 물으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답은 '없음'이다. 실제 식물도감에도 들국화란 종명(種名)을 가진 식물은 없다. 대표적인 가을 꽃인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산국, 감국같은 야생 국화를 통틀어 '들국화'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5 목필균시인 <구절초> 보랏빛 너를 만나면 / 쭈글쭈글한 외할머니 냄새가 난다 / 마음에 병이 깊어 누워 계셨던 / 엄마 입에 넣어주신 까아만 환약 / 한 여름을 앓고 난 맥빠진 기운 / 시린 바람에 기댄 아낙네를 위해 / 세월을 달여 환을 진 구절초 / 가을 들판에 나부끼는 널 만나면 / 들국화 여린 꽃잎이 아니라 / 시린 속 덥펴 줄 한 줌의 환약 냄새가 / 굵은 외할머니의 손길 같다 #6 쓴풀은 지각이라는 뜻말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알아서 깨닫다'는 뜻인데 이 쓴풀은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첫댓글 지금 후기를 읽는 이순간
민둥산행을 또한번 하고 온듯
합니다, 야생화꽃의 이름과 설명까지 상세히 기록하셔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더덕구이가 생각나는 오후네요~~~ㅎ
아 더덕 어찌해요? 대둔산가서 생각을 받잡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