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106/책책책]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
어제 오랜 전우가 선물한 『홋카이도 사진․ 시집-그 겨울』에 대해 쓴 졸문을 보고 여러 지인이 댓글을 보내왔다. 그중에 <전라도닷컴> 편집장이자 사장 남신희기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지요. 좋은 친구들이 둘레둘레 샘을 포위하고 있군요, 유유상종” 이어서 “여전히 책선물을 주고받으며 ‘순수의 시대’‘낭만의 시대’를 사는 샘과 샘의 지인들게 감동하옵니다”는 댓글을 보내왔다. 하여, 귀향(2019년 7월)이후 지인들에게 받은 책들을 쌓아 사진을 찍어보니 제법 장관이어서 기분이 썩 좋았다. 나는 무슨 복이 많아서 경향京鄕 각지에서 이렇게 책을 보내주는 지인들이 많을까? 내가 무슨 내노라하는 작가도 아닌 마당에 말이다. 흐흐.
최근에 받은 책선물 중에 최고(?)는 『홋카이도 사진․ 시집-그 겨울』이다. 사공(40)시를 처음 알고 신기했고, 따라서 지어보고 싶기도 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달포 전에 받은 『김일로전집』 네 권이다. 목포문단의 ‘큰 나무’였던 김일로선생이 동시와 단시短詩의 대가였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얼마나 반하고 놀랐으면 전집을 엮은 그분의 큰아드님을 수소문해 만났을 것인가. 아무튼, 세상 어디든 고수高手와 상수上手가 즐비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어디 그뿐인가? 해남의 농사꾼 아낙은 그림공부 한번 안했다면서 색연필로 척척 그려대는 총천역색 농촌사실화는 또 어떤가? 거기에 걸맞은 글들은 그대로 농촌시들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말, 아내가 알라딘중고서점을 통해 선물한 『한국산문선』 10권은 일러 무삼하리오. 진정으로 고마웠다. 우리 역사상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산문散文들을 정선해 펴낸, 금쪽같은 글 모음집이다. 아직은 한 권도 제대로 독파하지 못했지만, 읽기만 하면 나의 느낌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같다. 고전이야말로 ‘내일을 여는 옛길’이 아니던가. 두고두고 읽을 좋은 고전古典이다. 고전이란 시공時空을 초월해 어느 때든 읽어도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을 말함이지 않는가. 고려조 문신인 이규보의 짧은 수필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생각해 보라. 벌써 몇 백 년 전의 일인데, 사색과 성찰이 21세기에 사는 우리보다 ‘몇 수 위’임을 알 수 있다. 산다는 것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AI가 판을 쳐도 똑같다는 것을 알자.
자, 이제 도올 김용옥을 말하자. 『동경대전』두 권, 소설 『슬픈 쥐의 윤회』, 『반야심경』, 여수순천 반란사건을 고발한 『우린 너무 몰랐다』 등은 말 그대로 쏙 빠져 탐독耽讀한 책이었음을 고백한다. 유튜브의 도올 특강은 혜안慧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와 고백하지만, 도올보다 어떤 의미에서 훨씬 더 석학碩學은 최근 별세한 이어령 박사라고 생각한다. 그분이 쓴 『한국학이야기-탄생편』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생명자본주의』도 서울친구가 보내줘 모두 읽었고, 나름 졸문의 서평을 남기기도 했다. 졸문이지만, 보내준 성의를 봐서라도 읽고 뭔가 한 줄 써보내는 게 예의라 생각한 까닭이다.
어느 누구든, 나에게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 나는 최고로 “예쁘다”. 왜 아니겠는가? 죽을 때까지 “나는 (당연히) 학생”이어야 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내 나름의 독후감讀後感을 쓰며 살다 죽는 게 나의 소박한 소망所望임을 고백하는 바, 이렇듯 책을 보내주는 지인들이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혹자는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모양”이라고 하지만, 내 작은 책방에 좋은 책이 착착 쌓이는 것은 홍복弘福이 아니고 무엇이랴.
여기에서 귀향이후 선물받은 50여권의 책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보내준 지인을 기억할 책들이 많은 건 좋은 일이다. 굳이 인터넷으로 주문할 필요도 없이, 언급만 하면 곧바로 보내주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일 터.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기회가 되어서 좋다. 그 은혜를 갚는 길은 서평이든 뭐든 좋은 글을 보내드리는 것뿐인데, 걱정이 앞설 따름. 친구들아, 고맙다. 지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첫댓글 두메산골,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어요. 외지 생활은 어찌 돌아가는지 모른 오지중 오지에요.
독서는 언감생심!
그래도 핫라인은 찬샘통신..
고마워요. 우천 대기자님. 책 부지런히 읽고, 후기라도 전해주요.
그래도, 덕분에 세상돌아 가는 것 안다오.
책책책,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