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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14일 오전 10시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폐막결산 기자회견을 갖고 각 부문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사문화, 군사조직의 테두리 안에 인간이, 남자가 적응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윤리를 비판하면서 '군대'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서 수평적, 수직적 인간관계의 허와 실을 엿보여주는 작품으로, 부산영화제가 올해 독립장편 가운데 최고의 수확이라고 뽑은 작품이기도 하다.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의 심사위원장인 데이브 커는 "한국 젊은 남성들이 군복무 기간에 겪는 심리적 모독의 비참한 묘사와 함께,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샷이 돋보인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NETPAC) 심사위원인 테레사 퀑은 "한국 혹은 군대에서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널리 보여지는 '남성다움'을 비판하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은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과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한국영화 가운데 최우수 한국영화를 선정하여 수여한다. 이날 윤종빈 감독은 "많은 분들이 영화를 좋아 해주셔서 고맙다"며 "부담도 되지만 좋은 영화로 다시 부산영화제를 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에 대해 "특별히 군대조직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군대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축소판인데,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남성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군대조직이나 거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강한 20대에게 남성성만을 강조하는 사회 안에서 변질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용서받지 못한 자>는 관객으로부터 최고의 호평을 받은 작품에 수여하는 상인 PSB 관객상과 함께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뉴커런츠 상)의 특별언급에도 뽑히며 평단은 물론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작품이 됐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극영화 경쟁부문인 '뉴커런츠'는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 중 최우수작을 선정함으로써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뉴커런츠 상/ 상금 3만 불)에는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망종>이 차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성스러운 돌>(완마 차이단)과 한국의 <용서받지 못한 자>(윤종빈)이 특별언급됐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프랑스 독립영화 배급협회상을 차지하고 이탈리아 페사로 영화제에서도 대상으로 뽑힌 <망종>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를 둘러싼 비극을 절제 있는 연출로 그렸다. 심사위원장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감독의 일관된 힘과 타협하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한국 단편영화 중에서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그 작품의 감독에게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도록 2천만원의 기금을 수여하는 선재상에는 정용주 감독 <처용의 다도>와 김영남 감독 <뜨거운 차 한잔>이 공동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처용의 다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처용설화를 현대적으로 번역해 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설화는 마치 옛사람들의 지혜처럼 현대인들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또한 신화와 현대인의 삶을 교묘하게 병치시키면서, 2002년과 2005년의 시간을 교차시키는 흥미로운 서사 구조를 만들어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중적인 화술을 능란하게 발휘하는 정용주 감독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뜨거운 차 한잔>는 지치고 힘든 삶의 단편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면서 지친 순간들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영화이다. 한 가족의 수난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삶을 더듬는 듯한 섬세한 응시가 돋보인다"며 각각 선정이유를 밝혔다. 한편,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아시아영화 중 5편을 부산국제영화제와 "CJ엔터테인먼트/CJ CGV"가 상호 협의 하에 선정하여 이들의 판권을 "CJ엔터테인먼트/CJ CGV"가 구매하는 CJ 컬렉션의 올해 선정작에는 <나와 함께 있어줘>(에릭 쿠, 싱가폴), <시티즌 독>(위시트 사사나티앙, 태국), <택시 운전수의 사랑>(콩데이 자투라나사미, 태국), <몽골리안 핑퐁>(닝 하오, 중국), <청소부 시인>(모함마드 아흐마디, 이란) 등 5편이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