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퍼진 책 앞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린왕자』는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큰 사랑을 받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안응렬 교수가 번역한 이후 100여 종 이상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작년 12월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가 개봉되면서 그 한 달 전에 최신 번역본이 또 나왔다. 끊임없이 번역본이 나오고 새로운 독자가 찾는 것은 그만큼 울림이 큰 작품이라는 뜻일 게다.
『어린왕자』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동도 다르다. 나도 10대에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이미 초등학생 때 이 책을 읽은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과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만큼 감성이 살아 숨쉬는 10대에 꼭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첫 페이지에서 작가 생텍쥐페리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다며 어린이들에게 사과를 구한다. 청소년들에게 아무 인사를 하지 않다니, 좀 섭섭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가 ‘어른들이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 한다’고 타박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생텍쥐페리는 삶을 도식적으로, 이해타산에 맞춰 생각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분명 『어린왕자』를 이해할 걸로 생각했을 게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왕뱀?
『어린왕자』의 이야기 구도는 간단하다. 비행사인 주인공이 엔진 이상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여 비행기를 고치고 있을 때 어린왕자가 불쑥 나타났고, 둘이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날 어린왕자가 사라지는 내용이다. 어린왕자는 만나자마자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어릴 때 코끼리를 삼킨 보아 왕뱀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줬을 때 모두들 ‘모자’라고 하는 바람에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외톨이로 지내온 비행사는 망설인다. 하지만 어린왕자가 보아 왕뱀 그림을 단번에 알아채자 비행사는 어린왕자에게 양이 담긴 상자 그림을 그려주었고 둘은 금세 친해진다.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거쳐 지구에 왔다. 여러 별에서 오간 대화를 음미하며 나라면 어린왕자에게 어떤 답변을 했을까 상상해보라. ‘덧없다’와 ‘길들인다’에 대한 나의 해석과 책 속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갈피갈피마다 숨어 있는 질문과 답변을 음미하면 신비로움이 새어나올 것이다.
일곱 번째로 방문한 지구별에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관계와 존재, 책임을 알아간다. 어린왕자처럼 신중하고 의미있게 삶을 대한다면 나의 꽃 한 송이가 있는 어떤 별을 찾기 위해 밤마다 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마음을 가꾸는 것은 각자 몫
휙휙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른을 뺨칠 정도로 죄질이 나쁜 청소년 범죄가 늘어가는 마당에 꽃은 뭐고 별은 뭐야,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진다 해도 마음을 촉촉하게 가꾸어 나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마음이 하는 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삶의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다.
마지막에 어린왕자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내 별은 너무 멀어서 이 몸을 가지고선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낡은 껍데기 같은 건 하나도 슬플 게 없잖아요”라고 했던 어린왕자의 말을 떠올린 비행사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흔적을 찾지 못한다.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어린왕자가 사라지는 장면이 작가의 마지막과 닮았다고 해서 이 작품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사였다. 1900년에 태어난 그는 21세에 군에 징집되어 조종사 훈련을 받았고 23세 때 군용기 조종 면허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비행 중 부상을 입어 바로 비행사의 꿈을 접었다. 『비행사』『야간비행』 같은 작품을 발표한 뒤 34세에 에어프랑스에 입사한다. 36세에 장거리 비행 중 리비아 사막에 추락, 베두인족에게 극적으로 구조되었는데 이때의 경험이 『인간의 대지』와 『어린왕자』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준다.
작가, 2차대전 마지막 비행서 실종
43세 때 작가는 정치적인 이유로 망명 중이던 미국에서 『어린왕자』를 발표한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조국으로 돌아와 비행대에 들어간다. 1944년 7월 31일, 프랑스 독립이 눈앞에 다가 왔을 때 마지막 임무인 아홉 번째 정찰 비행을 나간 생텍쥐페리는 실종되고 만다. 나중에 비행기 잔해는 발견되었지만 그는 찾을 수 없었다. 프랑스는 독일 전투기에 의한 격추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생텍쥐페리가 떠나고 2년 후, 프랑스에서 『어린왕자』가 출간되었고 그의 이름과 초상화는 프랑스 국립묘지와 50프랑 지폐에 새겨졌다.
나의 순수를 측정해보고 싶다면, 내 마음에 꽃과 별을 담고 싶다면 어린왕자와 대화를 나누어 보라. 『어린왕자』와 같은 명작을 쓰고 싶은 친구는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생애까지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어린왕자 명대사 27선 1.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야. 2.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정확하게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3. 모든 어른은 한때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4. 가령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기어이 네시가 되면,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제야 행복의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5.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마침내 어린 왕자가 말을이었다.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과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6.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7.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그러나 너는 이것을 잊어선 안 돼. 너는 언제까지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8.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9.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마치 내 인생에 태양이 비추는 것과 같을 거야. 그리고 나는 다른 모든 소리와 구분되는 너만의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될 거야.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 밑으로 숨게 만들겠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나오게 만들 거야.. 10. 만약에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땐 우리는 서로가필요하게 될 거야. 넌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 테니까. 11. 누구도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12.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 흘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13. 너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건 네가 장미에게 쏟아부은 시간 때문이야. 14. 별들은 아름다워요, 보이지 않는 한 송이의 꽃 때문에... 15. 자만심이 강한 사람은 오직 칭찬하는 말만 듣는다. 16. 자기 자신을 재판한다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란다. 만일 자신을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17.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자, 나는 지금 몹시 슬퍼."“나는 그럴 수 없어, 나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18. 사람은 자기가 길들인 것만을 이해할 수 있다. 19.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만을 가게에서 사. 그러나 세상 그 어디에도 친구를 살 수 있는 가게는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하나도 없게 된 거야. 20. 눈으로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아야 해. 21. 누군가 양을 갖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증거다. 22.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좋아. 우리 해지는 거 구경하러 가자... 23.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져야 하는 거야. 24. 아침에 몸단장을 하고 나면 정성들여 별의 몸단장을 해주어야 해. 25. 너희들은 아름다워. 하지만 너희들은 공허해. 아무도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을 거야. 26. 어른들이란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니, 어린이들이 늘 끝도 없이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27.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공허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도 지나가는 사람에겐 너희들과 똑같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그 꽃 한 송이가 너희 모두를 합친 것보다 소중해. 내가 직접 물을 준 꽃이니까.
-누구도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하지 않아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 겨져 있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