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 억새
임종삼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이 오면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든다
섬에서 태어난 사람은 바다로 돌아가고 싶고
산에서 태어난 사람은 산골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비단 사람뿐이 아니다
여름 제비는 강남 지방으로 날아가고
겨울 기러기는 북풍 초원으로 날아간다
어디 철새들뿐일까?
꼬리 긴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제가 태어난 굴을 향해 머리를 두고 죽는다지 않는가?
고향을 찾아 벌초하고 성묘하는 추석은 그래서 생겼나보다
으악새 슬피우는 계절을 맞아 동구릉에 갔다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을 찾아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후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조선 왕릉
먼빛으로 건원릉에 핀 함흥 억새꽃을 보고 돌아왔다
다음주에는 억새꽃이 곱게 피는 유명산에 가야겠다
유명산 억새꽃 너머로 바라보이는 용문산
용문산 서북능선의 서늘한 가을 풍경을 담아와야겠다
첫댓글 으악새가 '으악'하고
슬피우는 가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