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옷차림
최 명 환
비오는 날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금 전에 택시를 탈 듯한 사람들이 손을 들지는 않고 도로로 내려서는데 그냥 왔다고 한다. 비 좀 맞을 거란다. 요즘 젊은이들은 택시를 탈 때 손을 들어 탄다는 표시를 하지 않고 택시가 오면 도로로 내려 선 단다. 그러면 기사가 알아서 차를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는 손을 들지 않는 손님은 태우지를 않고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늙은 사람들이나 손을 들어 택시를 탄다나. 택시도 많고 손님도 많겠지만 이럴 땐 서로 비위가 상하겠다.
그런가 하면 어느 대학교 앞에 가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이 손을 들기는커녕 발을 들어 택시를 세운단다. 그럴 때는 기분이 아주 나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유행인가? 술을 한잔 했나, 그래도 그렇지. 아니면 팔보다 예쁜 다리를 보여 주려고 그러는가. 그 아가씨 어쩌려고 그러는지 심사가 아리송하다. 꾸며서 하는 말은 아닐 텐데, 정말일까. 헷갈린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끈한 다리를 가장 잘 보려면 얼마나 떨어져서 봐야 할까. 그 거리는 삼각함수로 구하면 된다는 수학문제가 있다. 즉, 남성의 키가 170㎝이고 여성의 치마끝이 70㎝올라가 있으면 130㎝까지 접근해서 봐야 가장 잘 볼 수 있는 최적거리라는 이야기이다. 치마단과 땅 사이가 70㎝면 키는 얼마나 돼야하고 스커트는 어디가지 올라가야 하나? 키가 167㎝인 내 다리를 재보니 70㎝가 조금 넘는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육교 계단에 오르는 아가씨를 보고 뒤에 가던 실없는 녀석이 한마디 한다. “야, 팬티 보인다.” 그래도 그 아가씨는 거리낌 없이 육교에 올라서더니 뒤돌아보고는 “미친놈! 너는 입지도 않은 팬티가 보이냐?” 하더란다. 누구 말이 맞을까.
요즘 날씨가 이상해졌다.
6월 중순인데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런가 하면 비는 내리지 않아 밭 가뭄이 극심하다. 감자도 알이 굵지를 않고 마늘도 말이 아니게 작은 통이 많다. 하늘이 사람도 작물도 다이어트를 하라고 그러는가 보다.
날씨가 양파를 까듯 자꾸 옷을 벗겨버린다. 어디까지 벗어버릴지 모르겠다. 작년에는 윗도리로 하의를 덮어 아랫도리에 옷을 입었는지 어쩌는지 모르는 ‘하의실종’ 이었다, 올 여름은 한술 더 떠 한 뼘 정도의 ‘숏 팬츠’가 유행할 것이라 한다. 야구장의 치어리더 옷차림도 현란하다. 세상에 때어 날 때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벌거숭이로 돌아가려는가 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 눈길 두기가 거북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속적삼과 속저고리 겉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속곳 속속곳 고쟁이 단속곳을 입고 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쓰개치마를 써서 얼굴까지 가렸다. 그러나 민요에는 이런 가사도 있다. ‘모시야 적삼 안섶 안에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담배씨만큼만 보고 가소. 많이 보면 병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벗고자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러니 미니스커트를 입고 치맛자락을 끌어내리는 우스꽝스런 짓은 하지 말란다.
이젠 다리도 화장하는 시대가 됐단다. 화장을 하여 탄탄하고 매끄러워야 하의실종이 완성된단다. 매끈한 다리에 발톱까지 정성스레 다듬자고 화장품 광고는 부추긴다.
같은 값이면 짧은치마라 했다.
그렇지만 가릴 곳과 드러낼 곳을 분별 했으면 좋겠다. 유행을 따라 가는 일도 좋지만 특히나 여름 옷차림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못하면 꼴불견이 된다. 미니스커트 하의실종 숏 팬츠로 몸매를 가꿔 보자. 그러나 남성들이 곁눈질 한다고 모두가 매력적인 몸매는 아니다. 그리고 나무랄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이젠 노출의 계절,
아가씨들 옷자락에서 여름은 시작한다.(2012.6.18)
첫댓글 무분별한 요즘 젊은이들의 난해함을 따끔하게 충고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어서 더 마음에 듭니다. 역시 나이 탓인것 같습니다.그렇지만 가릴 곳과 드러낼 곳을 분별 했으면 좋겠다. 유행을 따라 가는 일도 좋지만 특히나 여름 옷차림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못하면 꼴불견이 된다. 미니스커트 하의실종 숏 팬츠로 몸매를 가꿔 보자
" 민요에는 이런 가사도 있다. ‘모시야 적삼 안섶 안에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담배씨만큼만 보고 가소. 많이 보면 병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벗고자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디서 이런 민요를 찾아내셨나요. 역시나 입니다. 멋진 작품, 재밋게 읽었습니다.
재미 있는 글에 숨은 의미가 보입니다.
언제나 명쾌한 최명환 선생님 글 반갑게 잘 읽고 갑니다.
안녕 하시지요? 한번 뵈어야죠! 더위에 몸 건강하세요.
요즘 대학가를 자나 다니다보면 정말 보기 민망한 차림의 여대생들이 자주보이는데 거참 같은 여자가 봐도 보기 민망한 차림을 보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처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 읽은 것 같아 기쁩니다.
'남성들이 곁눈질 한다고 모두가 매력적인 몸매는 아니다. 그리고 나무랄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아, 그런거였습니다 선생님? 전 남성들이 좋은 몸매를 보고 곁눈질 하는줄 알았습니다.
그럼...좋은 몸매도 아닌데 왜 남성들은 곁눈질 하는 걸까요?ㅋ...선생님 생각에 동감하면서 감살 잘하고 갑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그랬는데 같은 값이면 짧은 치마가 됐군요..ㅎㅎㅎ. 그러고 보니 7월입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여름 옷차림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못하면 꼴불견이 된다.' 재치와 위뜨가있는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요.
"날씨가 양파를 까듯 자꾸 옷을 벗겨버린다. 어디까지 벗어버릴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싫증나며 차롱차롱 갈개 내려입지 않을까요.
동기님 잘 계시지요. 재미있게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이 잘 정리되어 제가 후련한 듯 합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속적삼과 속저고리 겉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속곳 속속곳 고쟁이 단속곳을 입고 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쓰개치마를 써서 얼굴까지 가렸다. 네 선생님 맞아요 박물관에 가보면 옛 선조들이 입은 의상은 이렇더라고요 학예연구사에게궁굼해서 물어봤죠 그것은 그시대에도 아낙네들이 강간을 면하기 위해 여러 옷을 입었다고 하는군요. 그럴듯 하죠? 선생님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장발과 미니스터트 입으면 풍기문란죄로 경찰서에 달려 들어갔는데... 지금은 괜찮은가 보지요?
여기는 시골이라서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요, 나도 그리로 이사 갈까보다. ㅎㅎㅎ
유모어 있게, 현실 비판적으로 풀어 가셨습니다.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