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천제단 가는 길, 바람은 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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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산에 오르자 키 작은 나무조차 없고 바람만 불어 댈 뿐이었다. 사방 100리를 돌아보니
산들이 온통 눈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 마치 뭇 용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듯, 수많은 말들이
내리달리며 돌진하는 듯했다. 그 빛의 기운이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모였다가 사라지고 어두
컴컴하다가 활짝 열리기도 하며, 아주 밝게 빛났다가 또 아주 하얗게 되기도 하면서 허공에
가득 찼다. 따라오던 사람들 또한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발을 굴러댔다.
(及登上帶。便無尺寸之木。而只有風矣。四顧百里。山皆雪色。如羣龍之血戰。如萬馬之馳
突。煙中隱見滅沒。冥晦闔闢。熒熒晃晃。皛皛皓皓。光氣滿空。從人又狂呼足蹈焉。)
―― 이인상(李麟祥, 1710~1760), 「유태백산기(遊太白山記)」(유몽인 외 지음, 전송열
외 옮김,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 산행일시 : 2018년 1월 25일(목), 맑음, 추운 날씨
▶ 산행인원 : 오기산악회 5명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8.4km
▶ 산행시간 : 4시간 36분
▶ 교 통 편 : 정용훈님 승용차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45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강동아트센터 앞 출발
10 : 26 ~ 10 : 42 - 유일사주차장, 산행준비, 산행시작
11 : 46 - ╋자 갈림길 안부, 쉼터, 유일사(0.1km) 갈림길
12 : 24 - ┫자 갈림길, 왼쪽은 망경대(0.6km) 가는 길
12 : 44 - 장군봉(1,566.7m)
12 : 53 - 천제단(1,561.7m)
13 : 02 ~ 14 : 05 - 망경사, 점심
14 : 24 - ╋자 갈림길 안부, 반재
15 : 02 - 당골광장
15 : 18 - 당골 주차장, 산행종료
17 : 30 ~ 19 : 42 - 묵호, 저녁
22 : 54 - 명일역, 해산
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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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일 한파가 맹위를 떨치며 최저기온 기록을 갱신한다. 태백 영하 19도. 천제단은 영하
24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진작 날을 잡아 예정했던 태백산 산행이고 보면 오기로도 간다. 어
쩌면 산을 오르는 것보다 태백산 들머리인 유일사(唯一寺)주차장까지 가는 것이 더한 험로
다. 승용차 앞 유리창에도 성에가 끼어 운전 시야를 방해하니 조수석에 앉은 이계하 님은 성
에를 긁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제천을 지나며 금봉이휴게소에 들러 성에방지액을 사서 뿌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다. 도리어
얼기까지 하여 제빙하는 작업만 더 늘었다. 어렵사리 유일사주차장에 왔다. 주차장은 태백산
을 오르려는 단체등산객들로 대성황이다. 다들 눈만 빠끔히 내놓은 중무장 차림이다. 우리도
그런다. 대로인 임도가 좁다 하고 무리지어 오른다.
태백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더니 전에 없이 바빠졌다. 플래카드를 내건 것
도 부족하여 혹한에 무리한 산행은 심장돌연사를 유발하니 부디 조심하시라는 안내방송을
고장 난 레코드마냥 계속 반복한다. 더불어 하늘을 찢는 제트기 굉음은 여러 발걸음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이 제트기들은 태백산 하늘을 하루 종일 횡행했다.
유일사 가는 길은 주변의 낙엽송 숲이 볼만하다. 혹한에는 그 꼿꼿한 모습의 열주가 더욱 장
히 보인다. 그리고 한 피치 오를 때마다 거침 숨 고를 겸 뒤돌아 바라보는 설산 함백산은 이
를 앙다물게 하는 육중한 모습이다. 임도는 유일사 갈림길이자 백두대간 주릉인 안부까지 이
어진다. 주릉은 소로의 눈길이다. 데크계단도 너덜도 눈으로 메워져 슬로프로 변했다.
줄지어 간다. 서너 걸음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답답한 진행이다. 등산화 끈을 고쳐 매거
나 아이젠 차는 것도 으레 등로를 막고서 한다. 그러니 달달 떨며 간다. 장군봉 왼쪽 사면을
돌아가는 ┫자 망경대 갈림길을 지나고부터 너른 설원과 관목 숲이 펼쳐지고 지체하던 길이
풀린다. 살아 천년인 주목과 죽어 천년인 주목 그 사이로 장중한 함백산이 태백산을 대표하
는 제1의 경치이다. 눈꽃이 없어 조금은 아쉽다.
장군봉(1,566.7m). 태백산의 최고봉이다. 정상 노릇하는 천제단(1,561.7m)보다 5m가 더
높다. 조선 영조 때 서화가였던 이인상이 「유태백산기(遊太白山記)」에서 오른 ‘상대산(上
帶山)’이 지금은 무슨 산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태백산 아래 주막 주인 남후영으로부터
“산봉우리 중 높은 것으로는 천의봉 ․ 상대봉 ․ 장산봉 ․ 함박봉이 있고”를 들었다 하니 장군봉
혹은 천제단이 아닐까 한다.
2. 유일사 가는 대로에서 뒤돌아 볼 때마다 함백산을 그 모습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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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일사 가는 대로 주변은 낙엽송 숲이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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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일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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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맨 왼쪽이 백운산 마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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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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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함백산 남릉, 겨울에 더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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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간 왼쪽은 연화산, 그 뒤 멀리는 육백산과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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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함백산 남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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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간 가운데가 연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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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상은 춘양 각화사에서 묵고 새벽에 승려 90명을 선발하여 그들이 매는 가마를 타고 상
대산 중봉을 경유하여 올랐다고 한다. 그날 춥기는 했으나 조망은 일망무제였던 모양이다.
그는 울릉도도 알아보고 청량산을 짚어냈다.
“동쪽으로 바라보니 바다 빛이 구름과 같았고 하늘과도 한 빛이 되어 있다. 그 가운데 세 봉
우리가 마치 안개 속의 돛배처럼 일렁거리며 구름 속으로 흐르다가 다시 바다와 뒤섞인 것처
럼 보이는 것이 울릉도였다. 올망졸망하고 또렷하면서 머리를 숙인 채 빙 둘러 늘어서서 함
부로 나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흔 고을의 산들이었다. 우뚝 솟아서 앞을 가로막으
며 마치 제후의 우두머리인 사악(四岳)이 뭇 제후들을 거느리고 천자에게 조회하는 듯한 것
은 청량산이었다.”
(東望海色同雲。浮霄爲一。而三峰飛舞如霧中帆。滚于雲而混于海者。鬱陵島也。緝緝明
明。低首環列。而不敢肆者。七十州之山也。嶄然當其前。有如四岳之率諸侯朝覲者。淸凉山
也。)
나는 아무리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도 동해 울릉도며 청량산을 찾아내지 못하겠다. 내 그
간 이 태백산을 적어도 열 번을 올랐음에도 그렇다. 기껏해야 소백산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정도다. 다행히 오늘 태백주릉의 칼바람은 잔다. 여느 때는 이인상이 말한 그대로였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곳이다.
“나무의 밑동까지 뒤덮은 눈은 사람의 무릎까지 빠지게 만들면서 바람을 만나 마구 휘날렸
다. 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하늘을 어둡게 하고 땅을 뒤흔들면서 우르릉하는 우레 같
은 소리를 내 바다까지도 쓸어버릴 듯한 기세였다. 큰 나무들은 울부짖으며 분노하는 듯했고
작은 나무들은 슬피 우는 듯했다.”
(封根之雪沒人膝。見風而飛。風自北方來者。天昏地裂。轟雷而蕩海如也。巨木吼怒。小木
哀鳴。)
장군봉에서 천제단 가는 길. 보기 드물게 맑은 날씨다. 미세먼지가 찬 기압에 막혀 오지 못한
다고 한다. 전후좌우가 훤히 트인다. 장산, 순경산, 매봉산, 단풍산, 그 오른쪽 너머로 질운산,
두위봉이 올망졸망한 산중에 약간 도드라졌다. 내 발걸음으로 줌 아웃하며 보고 또 본다. 천
제단. 제를 올리려는 등산객이 줄을 섰고, 우람한 정상 표지석 앞에는 기념사진 찍으려고 줄
을 섰다.
11.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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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태백산 등산객, 추운 날씨임에도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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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태백산 정상 부근의 대표적인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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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멀리 가운데는 옥돌봉, 그 앞은 구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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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멀리 가운데 오른쪽 흰 눈이 쌓인 산정은 소백산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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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른쪽부터 장산, 순경산, 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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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문수봉, 그 뒤 왼쪽은 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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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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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멀리 오른쪽은 두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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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 앞 광장에서 한참 서성이며 찬 공기를 실컷 들여 마시고 나서 망경사로 향한다. 미끈
한 슬로프다. 한달음에 용정을 지나 망경사다. ‘남한 제1의 명수’라는 용정은 얼었다. 점심자
리를 찾는다. 망경사 경내 벗어나 잣나무 숲 아래 눈이 덜 쌓인 평평한 데다. 작년 그 자리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내리쬐니 안온한 느낌마저 든다.
겨울 산중의 라면은 일미다. 눈밭에서 소주의 분음과 담소를 곁들이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
다. 당골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이다. 썰매를 타지 마시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슬로프라고
막 내리쏟다가 코너링을 잘못하면 목책에 부딪치거나 그 너머 가파른 설사면에 처박힐 수도
있겠다. ╋자 갈림길 안부는 반재다. 잣나무 숲 계단길 내리고 테크계단 내리면 문수봉 오가
는 갈림길이다.
이제 평지 너른 길은 계곡을 곁에 두고 굽이굽이 돌아간다. 산모퉁이 돌아 단군성전을 지나
면 바로 당골광장 눈축제장이다. 눈 조각 아래 광장에는 노래와 춤을 즐기는 무대도 있다. 이
런 데 노래는 그저 뽕짝이다. 그 아래가 주차장이다. 우리 차는 유일사 아래에서 산행을 포기
한 정하 님이 여기로 몰고 왔다.
묵호로 간다. 묵호수산시장에 들러 횟감을 고르고 그 옆의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는 것이다.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손실해 주는 데 별도로 가격 1만원당 2천원의 수고비를 받는다. 이를
테면 5만원짜리 광어는 회를 떠 주는데 1만원의 수고를 받는다. 청어는 1만원에 6마리이고
회를 뜨는 데 2천원의 수고비를 받는다. 청어 1마리 회 뜨는 일이 5만원짜리 광어 회 뜨는 일
못지않게 수고스러운데도 그렇다.
우리는 청어 2만원어치(12마리), 오징어 1만원어치(8마리), 도치 1만원어치(3마리)를 사서
근처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는 생선 손질하는 수고비가 상차림비(1인당 3천원)에 포함되
어 있어 별도로 받지 않는다. 청어도 먹을 만하다. 특히 시장에서 추천하는 오징어회와 청어
회를 섞어 먹는 것이 별미다. 도치는 일부는 살짝 삶아 숙회로 먹고, 일부는 신김치 넣고 매
운탕으로 끓여 먹는다.
하여 5명이 생선 값으로 4만원, 식당에서 6만원, 합계 10만원이 들었다. 종종 오지산행에서
회 먹는 데 4명 1상에 8만원이 드는 것은 생선의 양과 질, 보조 메뉴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
다고 할 수 있다.
20. 가운데 중간은 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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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천제단 가는 길에 뒤돌아본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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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앞은 부쇠봉 지난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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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천제단에서 바라본 장산, 순경산, 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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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부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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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태백산 천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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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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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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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부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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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맨 왼쪽이 문수봉
첫댓글 이틀걸러 다녀오셨네요,,,그림으로도 추위가 느껴집니다...덕분에 조망은 끝내주는 것 같네요^^
청어회를 먹어본듯 아닌듯? 궁금하네여~
앞으로 회 먹는것은
묵호수산시장이 제격인 듯 합니다.
물곰탕도 해먹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