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행복을 느낀다."라는 말이 있죠.
저도 받은 기억보다 준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니 주는 것에 더 의미가 있나 봐요.
세상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식견과 언행으로 삶의 교훈과 유사시를 위한 경각심을 `예시`하지만, 등한시하다가 당시의 부모님 처지가 되었을 때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는데, 이를 두고 `일상 속의 교훈`이라 하나 봅니다.
오래전 어머니가 제집에 오실 적에 깜빡 길을 잊으셨어요.
물어물어 기진하여 찾아오셨겠기에! 제가, “훤한 길을 잊으셨으니 엄만 길치이신가 봐!” 하며 농담을 했던 적이 있는데, 최근엔 묘하게도 제가 그즈음의 어머니처럼 길치가 되어있어요.
어머니 모셔다 드릴 때, 젊은 시절의 얘기를 해 주실 때면, 제가 “엄마! 또 그 얘깁니까? 전에도 몇 번 하셨잖아요.” 하며 좋은 뜻으로 일깨워 드렸던 적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어머닌 그 얘기는 일절 않으셨어요. 해서 저는 나이 드시면 오는 건망증으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현재 앓고 계신 치매를 생각하면 그때 일이 `예시`로 받아들여지니 유전까지 생각되어 경각심이 생깁니다.
명절이면 가족이 모여야 하는데도 질병 탓에 이산가족처럼 느껴지며, 활기는 없고 반대로 조신해지니 참 아이러니하군요.
어제는 아들 식구가 온다 하기에 공항에 갔다 오면서, 침묵만이 미덕이 아니므로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와 당부의 말을 하다가 혹시 "내가 전에 했었던 얘기가 아닌지?" 더듬어보게 됐습니다.
그것은 그때 엄니로서는 면박일 수도 있었겠기에 "아들에게 같은 면박을 받을까?"싶기도 했지만, 사실 치매의 두려움 때문이지요.
제 아버진 일찍이 작고하셨습니다.
집에서 요양하실 적에 주일이면 형제가 문안을 드렸는데, 열 손주가 우당탕! 거리면 “이놈들아!” 하며 야단을 치셨지요.
제가 섭섭해서! “잠깐이면 모두 떠날 건데 귀찮으시면 안 올게요.” 했을 때 아버진 침묵하셨어요.
엊저녁에는 둘 뿐인 제 손 주가 떠들었을 때, 내가 "시끄럽다." 해놓고선 "당시의 아버지를 닮아있는 나"를 보고 놀랐습니다.
당시 서운함을 드렸음이 일깨워지고 아프셨던 아버지의 고충이 뒤늦게 이해됐어요.
그처럼 부모님은 "생활 교훈"으로 몸소 `예시`하셨는데도 저는 겪고 나서야 깨우치니 "눈뜨고도 못 보는 격"입니다.
첫댓글 샬롬^^* 나이들어 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부모님의 그늘이 그리운 사람으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러게요. 우리모두 때늦은 후회로 부모님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사네요...ㅋ 그러면서 부모님을 닮아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ㅋ 그래도 지난 세월을 돌아보시며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고 글로 풀어 내시니 얼마나 멋진 할아버지일지...ㅋ 감히 상상으로 부러움을 눈길을 보내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