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 동화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소재로 한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으며, 훈훈하고도 정감어린 시선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려주기 위해서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모티콘 할머니]는 박상희 동화작가의 저학년 대상의 동화집이다. 영남문학상 동화부문 신인상과 [수필과비평]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상희 작가는 동화작가뿐만 아니라 수필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동화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소재로 한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으며, 모두가 훈훈하고도 정감어린 시선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도시문화가 발달하면서 가족 역시 핵가족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손가정도 많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대가족을 이루어 살거나 이웃해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명절 때나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 만나는 '나이 많은 어른'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더욱이 요즘 도시 아이들은 외동인 경우가 많아 더욱 핵가족화되다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욱이 서로 떨어져 지내는 가정이 많고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느낌마저 소원해진 탓일 것이다. 그래서 이 동화집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모았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려주기 위해서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동화집에 등장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대를 반영하듯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100세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집 때문에 손주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한없는 깊은 사랑을 보이기도 한다. 늦었지만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 가는 [이모티콘 할머니]의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손주와 마찰을 빚다가 결국 요리사라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우리집 엉뚱씨]의 할아버지도 있다. 반면에 [멋쟁이 할머니는]의 할머니는 이웃집에 사는 멋쟁이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고 나서야 독거노인이었음이 밝혀져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 [노란 의자]의 할머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묵묵히 아이를 돌보며 무한한 사랑을 바치는 할머니이고, 대를 이어 편백나무 숲을 가꾸는 할아버지의 고집이 결국 지혜로운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는 [자라나는 선물], 다정다감했던 할머니와의 이별을 그린 [꽃단장]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유쾌하게, 혹은 쓸쓸하고 슬픈 이미지 그대로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들 동화가 훈훈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일본과 같은 고령화 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식이 있음에도 홀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독거노인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독거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력은 물론 삶의 주도권을 상실한 노인들이 가족 내에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손자와 다투는 [우리집 엉뚱씨]의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꿈이 있고, 자신만의 삶이 있음을 강조한다. 할아버지가 요리사의 꿈을 추구하면서부터 가족관계가 원만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당당하게 자신만의 삶을 주장하며 여생을 봉사에 바치고자 하는 '이모티콘 할머니'를 통해서도 그러한 의지가 엿보인다. 즉,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함으로써 가족 간의 사랑도 더욱 깊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처럼 이 동화집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속깊은 사랑과 지혜, 훈훈한 인간미가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와 사랑이 더욱 깊어지리라 믿는다. 접어보기
목차
이모티콘 할머니 멋쟁이 할머니는 우리집 엉뚱씨 노란 의자 자라나는 선물 꽃단장
본문중에서
우리라고 못 하니? 너희들 하는 거 우리도 다 한다." 할머니는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 안 되는 표정입니다. 휴대전화를 쥐고 이것저것 눌러 보며 '이것도 아니고, 이건가?' 하고 중얼거려댔습니다. "할머니, 왜 그래?" "오, 그려. 채은아! 이것 좀 봐라. 이모티콘인가 뭔가가 잘 안 된다?" "할머니, 그거 가르쳐 줘?" "그래!" 할머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 '이모티콘 할머니'중에서/p.18~19)
내가 흔들어도 눈만 떴다 감았다 할 뿐이었어. 할머니 곁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왔어. "이렇게 아프면 연락을 해야죠? 아이폰도 있으면서." 역시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이폰 주세요! 제가 전화해 드릴게요." 할머니 머리맡에 아이폰도 숨죽은 듯 놓여 있었어. "어? 번호가 하나도 없네. 할머니가 지웠어요?" 할머니 아이폰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봤는데도 통화한 흔적이 없었어. "할머니, 날마다 전화했던 박사 아들 번호는 어디 있어요?" 나는 횡설수설했어. 아이폰 든 손을 바르르 떨면서 입력된 아무 번호라도 찾으려고 애를 썼어. 아무리 찾아도 아들이나 딸이라고 입력된 번호는 보이지 않았어. ( '멋쟁이 할머니'중에서/p.43~45)
나는 할아버지한테 소리를 내질렀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고래고래 야단을 칠 줄 알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냥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가방을 끌고 방에서 나갔다.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퇴근해 오는 아빠와 딱 마주쳤다. "아니, 어디 가세요?" "우리 집으로 갈란다. 답답해서 도저히 못 살겠다." 나는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내가 할아버지한테 나가라고 한 걸 아빠가 눈치 챈다면, 당장 나를 쫓아낼지도 모른다. 나는 할아버지와 아빠의 눈치를 살피느라 오줌이 저릴 것 같았다. 무슨 속셈인지, 할아버지는 나를 고자질하지 않았다. ( '우리 집 엉뚱씨'중에서/p.52~53) 펼쳐보기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영남문학상 동화 부문 신인상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백일장에서 대상?[수필과비평]에서 수필 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해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한국아동문학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좋은 동화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아빠와 함께 떠나는 나주 여행]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