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엄마가 아침에 산책을 나갈 때까지 나는 내방에서 성경공부를 한다. 이 시간대에는 너엄마가 내방에 들어오지 않기에 부딪힐 일이 없어서 좋다. 나는 매일 너엄마가 나간 후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커피를 타서 마신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너엄마는 아침밥을 챙겨 놓고
나를 불렀다. 아침부터 너엄마와 같이 있으면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좀 불안했다. 그런데 그 불안이 현실로 다가 왔다. 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너엄마는 나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평소에 내가 볼일이 있어서 칫솔을 입에 물고 거실로 나왔던 일이 한두번 있었던 것 같다. 너엄마는 그게 그렇게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잔소리를 하는 시간이 꼭 밥먹는 시간이어야 하나? 나는 화가 나서 밥그릇을 들고 내방으로 들어 왔다. 너엄마는 나를 따라 들어와서 시비를 걸었다.
딸한테는 꼼짝못하면서 나한테만 이런다.
딸한테는 그렇게 친절하면서
나한테는 왜 이렇게 차갑나.
너엄마는 우리 부녀가 좋게지내는 게 그렇게 배아픈 모양이다.
아침부터 이런 불미스런 일 때문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한번씩 충격을 받으면 심신의 균형이 깨져서
힘들다. 이튿날 아침에 나는 거실로 나와 아침을 먹고 있는
너엄마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칫솔을 물고 나오는 일은 다시 없을 거라고 사과했다. 그렇게 이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은 없었다.
인간관계가 참 복잡하다.
개그맨 이용식은 아내와 7년을 대화 없이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내와 대화없이 7년을 살았다니 얼마나 숨막혔을까.
요즈음 은퇴증후군인 우울증에 시달리는 고령자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하류노인들이라고 한단다. 한국에도 이런 하류 남자고령자들이 아내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사례가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너엄마에게서 들은 얘기다.
회제의 할머니는 남편이 먹는 국그릇과 커피에 꼭 침을 뱉고 밥상에 올린다고 한다. 얼마나 미웠기에 이런 야비하고 치졸한 행동을 할까.
너엄마는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얼마전에 양로원에서 동료끼리 폭행치사사건이
발생했다.너엄마는 내 대소변 시중을 들더라도 나를 양로원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젖먹이의 똥이라면 몰라도 어른의 대소변 수발을 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 자처해 나섰다.
너엄마는 너를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네가 집을 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한다. 그렇게 남들이 갖지 못한 좋은 성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너엄마가 나와 너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잔소리 때문이다. 너엄마의 잔소리가 너엄마의 모든 장점을 덮어버리는데도 너엄마는 잔소리의 위해성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