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혼 법정에서 보는 풍경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결혼 생활이란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남남끼리 함께 사는데 항상 좋은 날이고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인내와 양보가 없으면 파탄을 막을 길이 없다.
사랑을 하다가 결혼으로 결실을 맺은 부부는 그나마 추억으로 미봉해 나갈 수 있지만 중매로 조건을 맞춰 결혼한 부부는 갈등을 봉합할 여유가 별로 없다. 법정앞에서 한쌍이 각각 편을 갈라서 삿대질을 해가며 핏대를 올리는 모습이 기억난다.
“이놈아, 가정은 나 몰라라 하고 바람이나 피고 다니는 네가 사람이냐?”
“염병하고 있네. 너는 잘 한게 뭐 있냐, 아이들은 챙길지도 않고 맨날 싸돌아 다니면서.”
이와 같이 예전에는 이혼 법정을 나서는 부부들을 보면 당사자는 물론 양가 식구들이 서로 원수처럼 욕을 하며 원망하거나 이혼 후의 불안한 장래 때문에 상심한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얼마전 법정을 나서는 한쌍을 보았다.
잠깐 마주 보면서 여자가 말을 건다.
“어디로 갈거야?”
“일단 사무실에 들러서 일을 보고 생각해야지”
“그럼 잘 살아”
“그래 미안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어”
요즘에도 싸우며 헤어지는 부부가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조용하고 서로 악수를 하거나 등을 토닥거리며 잘살라고 격려하면서 웃는 모습으로 헤어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양가 식구들이 몰려다니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헤어지는 것도 쿨하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잘 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쉽게 실망을 하고 참지를 못하는 세태다. 이혼의 동기는 나도 잘한 것은 없지만 네가 더 잘못해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전에 간통죄가 있을 때 현장을 잡았다고 하면서 젊은 부인의 친정 엄마와 함께 남편과 내연녀를 앞세우고 이혼 고소장을 내밀었다. 내연녀는 얼굴을 못들고 쥐구멍이라도 찾는 심정으로 주늑이 들어 있었는데 남편은 오히려 기고만장이었다.
“이런 나쁜놈, 처자식이 멀쩡히 있는데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다녀?”
“그래 네가 꼴보기 싫어서 그랬다. 네 소원대로 잡아넣어라”
“내가 뭘 잘못했냐. 가정에서 살림만 했는데 도대체 나한테 뭐가 불만이냐?”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봐라 너는 잘하고 나만 잘못했냐?”
이 사건은 아내의 고소취하로 끝나긴 했지만 여운을 남겨주었다. 물론 남편이 바람을 핀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부부 사이에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해서 상황이 악화된 면이 없지 않았다. 아내는 모든 것이 남편의 잘못이고 불성실 때문이라고 하고 남편은 아내가 살면서 성격이 거칠어지고 무조건 짜증과 불평만 하며 말도 안통하고 변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서로가 변했다고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기가 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에게 맞추어 주지 않는 상대방을 보고 변했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본다면 원만한 가정을 꾸려 나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저사람을 보는 눈이 변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 생활은 정말로 인내와 양보 그리고 이해가 없으면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