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요셉 신부님
글 김광한
제가 88년도에 화곡 2동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때 제게 세례를 주신 김병일 요셉 신부님이십니다.
황해도 사리원에서 단신 월남해 구두닦이를 하면서 대신학교를 마쳐 사제가 되셨을때그분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람앞의 촛불만이 그분을 지켰습니다.한때 글줄이나 쓴다고 헤집고 다닐때 당신은 문자로 쓴다고 글이 아니라글안에 사랑과 용서와 나눔이 있고 아픈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건을 갖고있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글의 밑바탕에는 어색하나마 사랑과 용서 그리고 나눔, 삶의 허망같은 것으로 채웠습니다.당신이 서울의 큰 성당 주임으로 계실때 이런 글을 써갖고 갔더니 잘됐다면서 캐비넷에서 봉투를 꺼내 주셨습니다.나중에 세어보니 백만원이었습니다.제게는 과분한 돈이었지요.처음에는 그돈이 제가 글을 잘써서 주신돈인줄알았으나 제 몰골이 변변치 않아서 보태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 해가 흘러서 그분에게 뭔가 보답을 하려했는데 삶의 수렁속에서 그저 허우적거릴뿐이었습니다.10여년전에 명동 평화 화랑에서 성화(聖畵) 전시회의 해설글을 쓰고 그분의 아름을 달아드리고 은퇴하신 그분에게 용돈이라도 드릴까 얼마의 돈을 넣고 기다렸으나 그분은 치매기가 있어서 오시지 못한다는걸 알았습니다.
주머니속에 넣고 만지작거리면서 돈의 액수를 헤어보는 저의 초라한 마음 아무래도 저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봅니다.앞으로 남은 삶동안 이런 착한 목자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슬픔이 나를 안타깝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