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막극전 1
공연명 신춘문예 단막극전
공연단체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작가 김옥미, 오현근, 조은희, 홍진영
연출 정재호, 하일호, 한윤서, 이우천
공연기간 2019년 3월 21일~28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3월 21일 오후 1시~4시
1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옥미 작 정재호 연출의 도착
김옥미는 1993년생.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졸업.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중퇴.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재학 중이다.
'도착'은 가족에 대한 작가의 절망과 희망이 녹아 있다.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봇대에 올라 고압 전선을 만져야 했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병하다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남동생은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큰 짐을 떠안았다. 그 와중에 작가는 학교에 다니느라 가족들에게 별 보탬이 되지 못한 채 야간 알바와 병행하는 학교생활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희망을 쓰고 싶어 완성한 작품이 '도착'이다. 구질구질한 일상 속에 위대한 일상이 있다. 고통스러운 시대에 희망을 소환해내는 작가가 되고자 부산일보 신춘문예희곡에 도전해 당선이 되었다.
2018년 11월, 재난과 죽음을 극복하는 이야기의 작품 '발화'가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공모에 당선됐고, 2019년 정월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도착'이 당선되었다.
정재호 연출가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구아나>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I am 신데렐라> 등을 연출했고,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무대는 재활 병원으로 설정된다. 중앙에는 침상이 하나 놓여 있다. 침상을 중심으로 커튼이 둘러 쳐지고, 커튼 양쪽 끝에 출입문과 벤치가 있다. 무대의 테두리를 따라서 재활 운동을 위한 긴 트랙이 그려져 있다. 커튼으로 입원실 안팎이 구분 된다.
연극은 도입에 아들 명준이 두유박스를 들고 등장한다. 환자인 아버지의 침상을 둘러본다. 뻥튀기와 두유가 쌓여있다. 침상 위의 수첩을 펼쳐 본다. 옆 침상의 나이롱환자가 등장한다. 커튼을 친다. 환자복 윗도리를 벗고 평상복을 입는데 상체에 문신이 눈에 띈다. 명준이 뻥튀기를 집어다 나이롱환자에게 몽땅 건네준다. 그 때 어머니가 오줌통 들고 등장한다. 나이롱환자는 안고 있던 뻥튀기 바닥에 던진다. 어머니, 소변 줄과 오줌통 분리한다. 명준, 오줌통 보지도 못하고 고개 휙 돌린다. 코 막는다. 어머니가 그러는 명준의 모습 보고는 한숨 쉰다. 어머니는 아버지 침상의 이불 바르게 편다. 베게를 제자리에 놓는다. 그리고는 옷가지들 짐 가방에 주워 담기 시작한다. 곧이어 누나가 빈 휠체어 밀면서 등장한다. 어머니가 빈 휠체어 잡아끌어다 짐 가방을 옮겨 담는다. 누나는 휠체어 째로 침대에다 짐을 쏟아낸다.
명준이 어머니와 누나에게 이야기한다. 다들 좀 냉정하게 생각해. 현실을 보라구! 병원비 누가 감당하는데? 집도 못 팔아, 차도 안 팔려, 엄마는 일도 안 구해. 나중에 비빌 데는 할머니밖에 없어. 거길 왜 건드려? 어머니가 그 소리에 충격을 받은 듯 뒷목 잡고 쓰러지면서 암전된다.
조명 들어오면 커튼 친 상태로, 커튼의 바깥 테두리에 긴 트랙만이 보인다. 아버지가 뻥튀기 봉지 한 손에 들고서 힘겹게 한 걸음 한걸음 걸어간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열심히 걷는다. 손이 저리는 듯 폈다가 접었다가 한다. 뻥튀기 봉지 뜯어서 하나만 먹어 볼까, 싶다가도 다시 트랙 끝 출입구 쪽을 향해 걷는다. 한참 걸어서, 트랙 끝 원무과 콘솔에 도착한다. 아버지는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말이 더듬더듬 느리지만 또렷하게 발음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이롱환자가 등장한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아버지는 반대편 트랙 끝, 퇴원환자의 번호표 뽑는 기계 앞에 서있다. 나이롱환자가 알아차리고 다가가며 “혼자서 무슨 퇴원을 한다 그랍니까? 혼자 몬 합니다. 보호자 데리고 오이소.” 하면 아버지는 “알았다.” 하면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장면에서 암전된다.
다시 조명 들어오면 어머니가 침상에 누워 있다. 명준과 누나가 어머니를 골똘히 쳐다본다. 어머니가 침상에서 내려온다. 부축하는 명준과 누나.
조명 들어오면 아버지가 원무과 콘솔에 번호표를 내민다. 나이롱환자가 그 모습 구경하듯 바라본다. 나이롱환자가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번호표 뽑아다가 아버지에게 준다. 아버지가 번호표 들고서 원무과 콘솔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탁 내려놓는다.
아버지가 트랙 반대편 끝으로 가 열쇠 여러 개 중에 하나 집는다.
아버지가 차키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빵 빵 하는 소리. 아버지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기다린 듯 차 지나가는 차의 경적 소리가 계속 울린다.
아버지, 힘들게 일어난다. 다시 버튼 누르면, 차가 쌩 지나가는 소리. 아버지가 가쁜 숨을 몰아쉬다 다시 버튼 누른다. 점점 소리가 커져 갈 때쯤, 명준이 등장해 아버지 앞에 선다. 아버지가 명준 올려다본다. 명준이 얼굴을 가린다. 아버지가 명준 얼굴 어루만지려다, 손을 거둔다. 그리고 차키 버튼을 누른다. 차키가 떨어진다. 주우려는데, 손에 쥐었다가도, 자꾸만 차키 바닥에 떨어뜨린다. 명준, 다가가 뺏듯이 차키를 줍는다. 아버지를 일으켜 세운다. 아버지, 있는 힘을 다해 명준을 뿌리치고 휘청거리며 겨우 일어선다.
명준이 아버지에게 등을 내민다. 아버지가 머뭇거리다, 명준의 등에 업힌다.
대단원에서 명준이 커튼 열어젖힌다. 누나와 어머니가 침상을 중심으로 앉아 있다. 아버지가 허리를 곧게 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들어 온다. 가뿐한 모습이다. 그런 아버지를 가족이 보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손성호가 아버지, 임은연이 어머니, 서태성이 나이롱환자, 조시영이 간호사, 이수정이 누나, 정형렬이 아들 명준으로 등장한다. 출연자 전원의 열정을 다한 열연은 공연을 고수준으로 격상시킨다.
드라마트루크 주소형, 조연출 고희선, 진행 정다은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옥미 작 정재호 연출의 <도착>을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합하여 신춘문예공연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정도로 작품성 연극성에서 일반 공연물을 뛰어넘는 최고수준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조선일보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오현근 작 하일호 연출의 양인대화
오현근은 1994년 대전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영문과 재학 중에 2019년 신춘문예희곡부문에 당선됐다.
당선소감을 소개하면 “저는 2년 전쯤에 희곡과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서로 대사를 주고받으며 생성해내는 에너지가 저를 매료했습니다. 제가 희곡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인물의 살아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독백이든, 두 사람 간의 대화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쏘아붙이는 난장판이든, 살아 있는 목소리들이 무대 위에서 메아리치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실제로 목격하면 마음이 설렜습니다. '양인대화'는 그런 느낌에서 쓰기 시작한 작품이었고,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쓰려고 하니 세상만사 모든 게 대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극작 자체도 어떻게 보면 작품과 작가 간의 치열한 대화였습니다. 이건 아니야, 저건 아니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난 이게 좋은데. 나 자신도 모르는 에너지가 작품과 나 사이에 생겼습니다. 저는 이 에너지를 이용해서 읽는 이, 보는 이에게 위안과 재미를 주는 작품을 쓰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이 제게 위안과 재미를 준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열매를 맺어 기분 좋을 따름입니다.”
하일호는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대표다.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나?> <루자나에서 춤을> <새벽부인> <시간의 강> <고래> <콘드라베이스와 플롯><락앤롤 맥베스> <장롱 속의 바다> <너, 돈키호테> 등을 연출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나?>로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해 고수준 고품격의 추리극으로 탄생시켰다.
<양인대화>를 선정한 이병훈 연출과 김명화 극작가의 심사평이다.
“희곡은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의 영어 듣기 평가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큰 사건이나 갈등도 없고 그저 테니스공을 치고받듯 말들이 오고 가는 작품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어찌나 능청맞고 화사하고 요사스러운지 읽는 내내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말의 감각에 도취되지 않았다. 말들의 향연 속에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하고, 부조리의 유희인가 싶으면 문제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새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적 근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도 한다. 그리하여 'What a lovely day to be outside!'라는 평범한 영어 문장을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목도하면,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능청맞고 야심만만한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무대는 좌우에 옮길만한 소형 책상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극 중 배우들이 책상과 의자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연기한다. 무대 가운데에는 30㎝ 높이의 강단이 있어 극 중 배우들이 강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연기한다.
조명이 켜지고 아무도 없는 무대가 드러나는 동시에 영어 듣기와 도입부 음악이 무대를 장악한다. 도입부 음악은 대한민국의 영어 듣기 시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다. 학생1과 2, 무대 앞에서 등장한다. 두 사람, 수상한 사람이라도 따라오는 듯 관객 쪽을 유심히 살피며 책상과 의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도입부 음악이 더욱 커지고, 학생1과 2, 의자에 앉아 서로 대화를 시작한다. 둘의 대화는 관객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학생1은 대화를 하고 싶지만 학생2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도입부 음악이 잠잠해질 무렵, 영어 듣기 지시사항이 울려 퍼진다.
Instruction Listening comprehension test. In this part of the test, you will hear various sentences and conversations. Choose the right action that properly matches each corresponding sentence. The sentences and conversations will be played only one time.
조명 어두워지며 영어 듣기 평가 음악이 울려 퍼진다. Man 등장. 무대 앞으로 유유히 걸어 나와 의자에 앉는다. 정면을 응시한 채 얼굴 하나 까딱 않는다. 학생1과 2, 강단 위로 올라가 대화를 엿본다. Woman은 무대 밖에 위치하여 마치 Man이 혼자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연극은 등장인물인 학생1, 학생2, 강사, 출제자, Man, Woman이 차례로 등장해 연기를 펼친다. 관객의 공감대 형성과는 무관한, 고수준의 심사위원만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느낌의 연극이다. 그러나 어떤 작품이건 출연자와 연출가는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니, 배우와 연출가 덕에 작품이 독특하고 창아기발(創雅奇拔)한 공연물이 되었다고나 할까?
김선미가 강사, 한경애가 학생 1, 고윤희가 학생 2, 안지은이 출제자, 김진희가 Woman, 이건희가 Man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다.
드라마트루크 유연주, 조연출 정진명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오현근 작, 하일호 연출의 <양인대화>를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3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조은희 작 한윤서 연출의 우산그늘
조은희는1996년 경북 포항출생으로 영남대 외식산업과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박춘근 김태형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소개한다. <우산그늘>은 근미래 배경으로 수명이 다한 비인간을 ‘회수’하면서 발생하는 유사 가족관계를 다룬다. 후반부 서사가 단조로운 점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정서적 울림을 조율하며 가족 구성원의 실체보다는 실체가 없었던, 또는 실체를 잃은 관계에 집중해 압축된 무대로 희곡을 완성하고 있다. 역전된 부자 관계를 우산과 그늘로 상징화한 것도 흥미롭다. SF 요소를 활용하면서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은 점과 가족의 조건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극적 서사로 풀어낸 점도 인정할 만하다. 또한 2차원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를 상상하면서 희곡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무대 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뽑는다.
한윤서는 프로젝트 한의 대표로 배우 겸 연출이다. 그동안 서울시극단과 극단 오늘의 작품에 출연해 왔고, 내 사랑 은경씨, 칼잡이, 탕, 행복한 구룡마을,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에 출연하거나 조연출로 활약하고, 지지리 궁상 로맨스를 각색·연출한 미모의 여성연극인이다.
무대는 어두운 파란빛 조명. 조명은 무대 후면만 들어오고 그 빛은 관객석으로 뻗어나간다. 관객들은 소품과, 인물들의 그림자 속에서 무대를 관람한다. 무대 중앙을 제외한 후면의 극 상 하수는 조명의 빛이 흐릿하다. 빛이 흐린 어둠 속에서 인물들은 대기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세계, 인공 난자수정으로 태어난 여아 새미, 새미를 보살피는 역으로 창조된 로봇 문준의 가족이야기다. 비가 내리는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새미, 집 앞에 연성이 등장한다. 새미가 누구냐고 물으니, 연성이라고 대답하는 여인을 새미는 알지 못한다. 아니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우산을 쓰고 아빠가 등장하고, 아빠 역시 연성을 모르는 척 한다. 그러나 새미의 가족이 되고 싶은 연성은 그 두 사람을 찾아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외면한다. 새미와 문준의 생활이 펼쳐지고 이와는 별도로 연성이 새미를 계속 찾아온다. 그러다가 연성과 문준이 만나 새미의 회수권 문제를 이야기한다. 서로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내리는 비 속에서 대화를 계속하다가 연성은 자리를 떠난다. 새미가 돌아오고, 아빠와 평소 하던 말을 계속한다. 한 밤 중 연성은 새미가 자신에게 준 서류봉투를 문 밑으로 해서 집안으로 밀어 넣고 떠나간다. 문준과 새미, 부녀는 이전보다 따뜻하게 대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손우경이 연성, 김영확이 문준, 조해민이 새미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차미연과 문동렬 손윤필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드라마트루크 주현식, 조연출 조혜민, 조명 최희중, 음향오퍼 유영전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조은희 작, 한윤서 연출의 <우산그늘>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작 홍진형 작 이우천 연출의 가족연극
홍진형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2019년 (사)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자다.
김수미 홍원기 심사위원의 당선작 선정평을 소개한다.
“<가족연극>은 한 남자(아버지)의 결혼, 불륜, 이혼, 재혼으로 이뤄진 두 가족의 전사(前史)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이혼가족의 첫 번째 딸은 홀엄마와 살며 부친부재의 상실감과 부친 증오로 살아왔고, 재혼가족의 두 번째 딸은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고 모친과 불화하다가 스스로 삶을 끝낸다. 시한부 병동에 있는 아내(재혼한 부인)를 위해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숨기고, 첫 번째 딸에게 죽은 두 번째 딸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한다. 두 딸이 아버지를 빼닮아 가능한 극적 조건이다. 극의 주인공은 첫 번째 딸이다. 흔한 막장가족드라마, 일수도 있는 이 극의 미덕은 치밀한 시간표(극적 서사의 진행)와 정밀한 심리묘사 그리고 적절한 소품(오브제)의 역할이다. 의도(주제)를 삭히며 차분한 질문으로 마감하는 결말이 사족이 될지 방점이 될지는 궁금하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이 틀에 맞춘 유형(類型)성에 머문듯하다.”
이우천은 현 대학로극장 대표이자 작가인 연출가로 대진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로 2010년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 연출상과 희곡상을,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2016년 <장판>으로 대학로극장이 서울연극제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모텔 판문점>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궤짝> <장판> <할배동화> <하멜린> <권력유감> <팬티 입은 소년> <유형지에서> <평상> <결혼기념일> <전통연희극 배뱅이 굿>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우박>, <오뎅팔이 청년>, <수녀와 경호원>, <두 남자의 그림자>,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 다수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가족연극>은 불륜의 씨앗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과 모습이 흡사한 이복동생 역을 해 달라는 바람둥이 아빠의 제안을 거금수수 명목으로 받아들이고, 바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빼앗아 간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에게 찾아가 딸 노릇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 후 그 여인에게 찾아가 벌이는 연극이다. 주인공은 천연더스럽게 딸 노릇을 제대로 해 가며 마치 친 딸처럼 그 여인을 어머니로 대한다. 아버지와의 약속한 1개월이 지났어도 주인공의 딸 행세는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연극은 가족의 의미와 개인의 행복에 비중을 둔다. 결과적으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그 속에 게재되어 있는 진실을 찾게 되면서 대단원에서 이해와 용서로 진정한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는 연극이다.
이유진이 둘째 부인, 박준상이 아버지, 김혜린이 자신과 이복동생 역으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에 이르기까지 열정과 기량을 다하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트루크 장윤정, 조연출 김남수 등 스텝진의 열정이 드러나, 한국극작가협회(이사장 김수미) 신춘문예 당선작 홍진형 작 이우천 연출의 <가족연극>을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3월 21일 박정기(朴精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