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구실로 마을을 만나다.
어르신도 공연하고
우리도 공연하고
어르신이 어르신 노릇 대접 할 수 있도록
함께 점심 해 먹고
주선하고 거듭니다.
초대장은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요.
한 자 한 자 정성껏 꾹꾹 눌러담아 만들어요.
오늘 오전에 마을인사도 할겸 구름다리 교회의 박종훈 목사님을 만나뵈러 갑니다.
봉사 동아리인 봉사삼합이 25일에 봉사를 구실로 동아리를 구실로 어르신분들께 공연을 합니다.
오늘 살을 붙이고 더욱 구체적으로 의논하니 멋진 시나리오 작업이 되었습니다.
회의가 이렇게 기쁠수가 없습니다.
25일 봉사를 구실로 마을을 만납니다.
지역어르신과 청소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음악회.
인사말은 ㅡ 지역어르신이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으레 인사말은 그 마을의 대표나 이장님이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역어르신이 인사말을 하는 것을 상상하고 생각해 보니
참 소박하고 세워드리는 일이다 싶습니다.
그 분들의 삶을 세워 드리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1318해피존 아이들이 공연합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춥니다.
하지만 아이들만 공연하지 않습니다.
마을에 하실 수 있는 분들을 세워 드립니다.
낭송도 하고, 소고춤도 하고 풀피리도 하고 오카리나는 도레미파까지 배우셨답니다.
그렇게 마을 분 들이 하실 수 있는 분들, 하고 싶은 분들을 이야기 합니다.
요리쿵조리쿵 동아리가 함께 해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마을 어르신과 함께 점심을 준비 합니다.
어르신은 거들어 주실 겁니다.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하지 않습니다.
어르신이 드시고 싶은 음식. 어르신 노릇 하실 수 있도록 주선하고 거듭니다.
초대장을 만들기로 합니다.
구름다리 교회에서 하는 문해교육 어르신들이 초청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명씩 더 모시고 오실 수 있도록 생각 했습니다.
문해교육 하시는 분 들의 말씀을 하십니다.
은행에 가면 은행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답니다.
쓸 줄 모르니 어르신의 생각을 물어보거나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감 있게 이렇게 말씀 하신답니다,
" 내 이름은 내가 쓸께 "
어느 어르신은 손자의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자꾸 날라 오는데
까막눈이니 무슨 말인지 몰라 학교에 통신문을 들고 찾아 갔답니다.
내용은 즉슨 준비물에 대한 당부 통신문입니다.
당신의 그저 손자의 준비물 챙겨 주고 싶어서 그렇게 문해 교육을 시작 했다는 어르신.
손자가 성적표를 내밀며 이번에도 공부 잘한다고 나왔다는 말을 들어도
알 수 없고, 볼 수 없으니
그런 손자의 성적표를 그저 보고 싶다는 어르신.
그런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통해 글을 배우셨습니다.
그렇게 어르신 스스로 자신이 모시고 올 다른 한 분의 초청장을 쓰기로 합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꾹꾹 눌러담아 쓸 초청장을 생각해 봅니다.
삐뚤빼뚤 하기도 하고 아주 반듯 하기도 할 겁니다.
그런 초청장을 받은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요?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정성껏 정성들여 글 쓴 것에 감동이고 사랑이지 않을까요.
굳이 오시지 않아도 그 초창장이 감사로 다가오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점심을 먹고 서원주 사모님께 다가가
" 밥 값 할께요 " 하며 두 손 걷어 설거지를 하니
소원주 사모님께서 자주 오라 하시며 밥 값 한다며 설거지 해주신 분은 처음이라 하시며 웃으십니다. "
얻어 먹는 것에 습관 들이지 않고 싶습니다.
얻어 먹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얻어 먹은 것을 구실로 만나고 싶습니다.
교회 뒤 박종훈 목사님의 조그만한 텃밭에 방울 토마토도 열려있고
가지도 열려 있고
오이도 있고
고추도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다 가져가라 하십니다.
다 따가서 아이들과 함께 먹으라 하십니다.
마을인사를 다닐때 마다 부자가 되어서 옵니다.
오집니다.
오지다 - 곡성의 사투리 입니다.
덤으로 얻다. 생각도 못한 배움을 얻다.
조용히 교회를 나와 걷습니다.
사람 한명 지나가지 않는 길에 말없는 신호등만 애꿎게 깜박깜박 거립니다.
눈을 감고 쉼호흡을 크게 합니다.
오직 매미소리와 물소리 바람과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 경운기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오직 그 길을 걷고 있는 저의 발소리만 들립니다.
소박하고 담박한 이 곳이 좋습니다.
흠뻑 젖어들고 있는 제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음 곡성이 느껴진다. 시인같이 글 쓰는 숙희, 시쓰는 사회사업가같네.^^ / 소박하고 작은 것이 오래가는 감동이다. 거기에 집중하자.^^
타박타박...자신의 발소리만 들리던 그 때, 섬에서 지냈던 옛 시간이 떠 오른다. 숙희의 그 마음이 눈물겹다. 어르신의 초청장, 얼마나 귀한가...배운것을 자랑할 구실을 만들어 드렸으니, 어르신을 존귀히 여기는 그 마음이 소중하다.
잘했다 숙희야~
어르신을 위한 공연, 좋아요. 그런데 어르신이 공연하고 젊은 사람들이 보면 더 좋아요. 하고 싶어도 봐줄 사람이 있어야지...
아,그러네요, 어르신의 공연을 진지하게 재미있게 젊은 사람들이 봐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신이 날까 생각해 봅니다. 봐줄 사람..
따듯해요 언니... 좋은 마을.. 좋은 동료... 마땅함을 따라 그에 따라 찾아 오는 행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