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6]성씨姓氏이야기-가문을 빛낸 희성稀姓 인물들
고교 동문 빙씨와 큰 며늘아가 상씨를 계기로 쓴 성씨 이야기를 읽은 한 지인이,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표를 보내왔다. 인구 1만명 미만의 희성 목록인데, 각각 총인구의 0%와 0.001%를 차지한다고 되어 있다. 당씨, 견씨, 단씨, 서문씨, 갈씨, 상씨, 간씨, 승씨, 팽씨, 좌씨, 선우씨, 범씨, 시씨, 사공씨, 온씨, 동씨, 빈씨, 음씨, 제갈씨, 호씨, 감씨, 두씨, 피씨, 형씨, 목씨, 태씨, 복씨, 가씨등 28개 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희성들이 왜 크게 낯설지 않은가 생각하니, 내(우리)가 아는 유명한 인물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인 것같다.
당唐씨는 아는 사람이 없는 듯하고, 다음이 견甄씨인데, 배우 견미리는 대부분 알 것이다. 이승기의 장모로도 화제가 되었다. 단씨하니 첫 번째 떠오르는 사람이 노동운동가 단병호段炳浩이다. 1997년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001년 당시 황교안 공안2부 부장검사에 의해 구속되었다. 신문에 오르락내리락한 인물로, 2004년에는 민노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되었으나 2008년 정치계를 떠났다. 갈葛씨하면 갈소원이라는 아역배우를 기억할 것이다. <7번방의 선물>에서 딸로 나온 예승이가 바로 그다.
승承효상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는 건축가를 아시리라. 서울리디자인 단장을 지냈다. 팽彭현숙은 남편 최양락 인기 덕분에 유명한 개그우맨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좌左승희씨는 유명한 경제학교수임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선우鮮于씨 역시 연예인 선우용녀를 떠올릴 것이나 선우은숙도 있고, 예전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소설가 선우휘도 있다. 사공司空일은 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한 청외대 경제특별보좌관이었다. 동董풍신을 잊으면 안될 일이다. 1919년 함흥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에 참여, 감옥에서 꽃다운 나이로 숨졌다. 남한에 유관순, 북한에 동풍신. 정부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는데, 유관순은 알지만 동풍신 열사를 몰라서야 되겠는가.
제갈諸葛공명(량)의 성 제갈은 잘 알지만, 한국의 제갈씨는 이름을 떨친 사람이 별로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 제갈량의 후손들이다. 호扈씨하면 소설가 박완서의 딸 호원숙이 떠올라 호씨가 있음을 알게 한다. 피皮씨의 대표 인물은 누가 뭐래도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득 선생일 듯하다. 목睦씨 하면 주옥같은 수필 100여편을 묶은 <누비처네>의 작가 목성균을 잊을 수 없다. 또한 복卜씨는 복효근시인를 알고 있고, 친애하는 나의 형수가 복씨이다. 범范씨는 범대순 시인을 알고 있다. 가賈씨는 <6시내고향> 가애란 아나운서가 유명한 인물이 아닐까.
태太씨는 박정희 정권때 건설부장관, 부총리와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지낸 정치인 태완선을 기억할 것이나, 탤런트 태현실도 있고, 탈북하여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도 있다. 태진아는 예명으로 창녕 조씨이다. 감甘우성이란 배우도 기억하니 당연히 감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형邢씨는 고교 동문이 있고, 형난옥이라는 현암사 출판인을 기억한다. 상尙씨야 나의 며늘아기 성씨이니 왜 모르랴. 온달의 후예인 온溫씨로는 JTBC 온누리기자를 기억한다. 빈彬, 빈賓씨 등 한자가 다른 두 빈씨도 희성이다. 보조개가 매력적인 배우 음陰정희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상당히 있을 것이다. 베이브복스 멤버로 활동한 가수 간簡미연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듯하다. 중학교 동창 중에 시씨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사람 따라 희성의 대표적인 인물이 생각나는 것은 천차만별일 듯하나,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희성이면 기억하기가 무척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가나 시인 또는 가수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그들 가문을 빛낸 인물일 수도 있겠다. 지인이 보낸 희성목록을 보고 이런 글도 의미는 있겠다싶어 자판을 두들긴다. 최근에 귀화하는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지라, 우리나라 성씨가 5000개를 넘다하지 않은가. 더구나 이제 성씨도 굳이 한자漢字로 쓰지 않아도 되니. 이상하다는 등을 따질 계제가 아님을 잘 안다. 그러니 성이나 이름을 가지고 희화화를 하면 절대 안될 일이다. 모두 다 자기 성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하고 떳떳하게 살면서 자기의 집안을 빛내면 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