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33: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백성과 함께 여기서 떠나서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기를 네 자손에게 주마 한 그 땅으로 올라가라..."
네가...인도하여 낸 백성 - 아직도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숭배로 인해 파기된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했음을 시사해 준다. 즉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사건을 당신께서 직접 인도하시기 보다는 마치 인간 지도자 모세가 한 것처럼 말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낯설은 관계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명 본절은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는 친밀한 말씀과는 대조를 이룬다.
네 자손에게 주마 한 그 땅 -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에게 주리라고 약속되어진 가나안 땅을 뜻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지금 이 땅에 대하여 다시금 언급하고 있는 것은 비록 이스라엘의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손상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한번 하신 약속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므로 그들의 조상에게 약속한 대로 그들을 일단 가나안 땅으로는 인도하실 것임을 나타내기 위하여서이다. 올라가라( , 알라) - 원뜻은 '깨어나다', '출발하다', '
도약하다' 혹은 '복구하다'이다. 따라서 이 말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나안을 향해 출발하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말속에는 전장의 사건으로 인한 침체 상태에서 깨어나 도약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출 33:2]"내가 사자 네 앞서 보내어 가나안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을 쫓아내고...." 내가 사자를 내 앞서 보내어...쫓아내고 - 이 말은 가나안 정복이 그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에 의해 되어짐을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들도 세상과 영적 싸움을 싸우나 우리들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써 싸울 뿐이다... 가나안 사람...여부스 사람 - 여기에 기르가스 족속을 합하여 소위 '가나안 7족속'이라 한다.....[출 33:3]"너희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게 하려니와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중로에서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 하시니..." 젖과 꿀이 흐르는 땅 - 여기서 '젖'은 우유를 가리키는데, 양과 염소의 젖까지 포괄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흐르다'(주브)는 '차고', '넘치는' 것을 가리킨다. 자세한 설명은 3:8 주석을 참조하라. 나는...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 하나님께서는 앞에서 '나대로 하게 하라', 즉 일종의 관계 단절을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백성만 따로 올라가라고 하심으로써 이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1절의 '네가...인도하여 낸 백성'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애서 이해될 수 있는데 이것은 계약 파기로 인한 불화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목이 곧은 백성 - '목을 뻣뻣하게 치켜들고 있는 백성'이란 뜻의 이 표현은 하나님의 뜻에 대해 전혀 순종하거나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억척스런 고집이나 패역한 거만 등을 나타낼 때 종종 쓰이는 성경의 관용적인 표현이다. 중로에서 - 단순히 '길에서' 혹은 '도중에'라고 번역함이 좋다.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 - 직역하면 '너희를 진멸하지 않도록'이다. '진멸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칼'( )은 원래 '먹다'란 뜻인데 여기서는 지체없이 '먹어치우다', '태워버리다'는 강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공의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행하면, 그들이 또다시 범죄할 경우 하나님의 공의가 가차없이 그들을 진멸하고 말것이니, 그러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들과 동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나안 여정에 하나님께서 동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일종의 자비의 표현임을 알 수 있다....[출 33:4]"백성이 이 황송한 말씀을 듣고 슬퍼하여 한 사람도 그 몸을 단장하지 아니하니...." 혹은 '슬픈말씀'이라는 의미이다.
즉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동행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결별 선언'을 하신 것은 광야 지대에서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만 의지해야 할 백성들에게 최악의 소식이 되었음을 뜻한다. 단장하지 아니하니 - 직역하면 '장신구를 몸에 달지 않았으니'이다. 이는 금송아지를 숭배한 죄에 대하여 통회하고 있음을 외적으로 나타낸 행위인데, 애도의 기간에 몸에서 장신구를 메는 것은 당대의 일반적 관습이었다..
한편 백성들은 금송아지 제작을 위해 금고리를 내놓았는데 그렇게 하고도 또다른 장신구가 있었음을 볼때 출애굽시 그들이 애굽 사람들로부터 상당한 양의 패물을 받아 나왔음을 알 수 있다...[출 33:5]"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라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순식간이라도 너희 중에 행하면 너희를 진멸하리니 너희는 단장품을 제하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할 일을 알겠노라 하셨음이라...."
목이 곧은 백성 - 하나님 앞에서 완악하기 이를 데 없는 자들을 뜻하는 성경의 관용적 표현이다. 순식간이라도 - (눈의)'깜박임'이라는 뜻으로 매우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잠깐 동안이라도'로 번역하는것이 좋다. 이는 하나님이 잠깐만이라도 이스라엘과 함께 있으면 이내 그들의 죄악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사람의 계획과 생각이 항상 악할 뿐이라는 성경의 증거를 재삼 확인할 수 있다.
단장품을 졔하라 - 여기서 '제하다'는 뜻으로 사용된 동사 '야라드'의 의미는 '내려가다'인데, 사역형으로 쓰일 때는 '(아래로)던지다', '끌어내리다'란 뜻이 된다. 따라서 이말은 '단장품을 내어 던지라'는 의미이다. 한편 장신구는 당시 고대 근동에서 우상 숭배를 위한 일종의 신상이었다. 따라서 장신구에는 각종 형태의 신상들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야곱이 옛생활을 청산하고 벧엘로 올라갈 때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의 귀걸이 같은 장신구를 이방 신상과 함께 땅에 묻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출애굽시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러한 장신구를 애굽사람들로부터 받았는데,그것들을 몸에 부착함으로써 그들은 알게 모르게 우상 숭배의 가능성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에는 '금송아지 사건'으로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를 과감히 제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이처럼 비록 하찮아 보이는것이라도, 그것이 죄와 연결될 때에는 마땅히 제거해야 한다.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라"는 바울의 가르침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너희에게 어떻게 할 일을 알겠노라 - 정확한 표현은 '너희에게 무엇을 할지 알 것이라'이다. 그리고 여기서 '알다'( , 야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알리다', '자신을 나타내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이를 '너희에게 무엇을 할지 결정하리라'로 번역하였는데 이러한 번역이 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