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 사람(9)
45여년간을 외오라지 자녀들 돌보고 남편 뒷바리지하고
가난을 벗어버려고
온갖 일을한 것이 죄가되여 고작 이혼인가
더욱이 암과 싸우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얼마않되는 때에 .....
이별은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돌아서면 그만이지 왜 찾아와 GR이야 !
이별도 예쁘게해야 만남의 인연이 좋와진다
이렇게 청포도 익어가는 7월을 애면글면 보내면서도
세월은 잠시도 가만있지를않고 누구 좋으라고? 변해만간다
땡, 여름날 보슬비가 살금살금 고양이 발자욱처럼 내리다가
여우비가되여 오는날
우산은 들었지만 펴지를 않고 밖으로 나왔다
저만치서
다리가 길쭉한 여인네가 오고있는데 체형과
걷는모습이 리야가 틀림없다
리야! 우리 여기서 지하철타고 일곱 정거장까지만가서 무조건 내리자
저는 지금 병원같다가 오는길인데 좋와요하며
어린아이처럼 껑충뛴다
왜 일곱 번째 정거장이지요
내이름에 칠자가 들어있으니까요
길에서 우리는 맘껏 하늘을 보고 웃으니 비는 그치고 오색무지개가 펼쳐졌다
수락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역 회룡 의정부역등 셈을하면서.... 7번째 되는 역은
아뿔사! 양주역이다
우리는 졸지에 일일 부부가 된셈이다
내려서 낮선 거리를 거닐다 우두커니 서서 먼하늘을 바라보았다
양주에 왔으니 막구(미국에서는 막걸리를 막구라 부른다)는 않되고
카페에가서 양주먹고 식당도 양식당으로가서 양식으로합시다
슬금슬금 걸어서 벼익어가는 미루를 옆에끼고 산안개를 마냥 보면서
얼마를 걸었는데 양주 시청이나온다
코로나도 무서우니 구내 식당에서 점심합시다
마감이라며 퇴자를 놓아서 나오니 바로 길건너편에 양주 특미 선지국이란다
가난하던 시절 순두부와 선지국은 생일 음식이였다
제법 홀이크고 술꾼들 패거리가 많은데
자욱한 담배연기만은 참을 수 없다
나오려하니 살집이 두둑한 배불떼기 사장이 안쪽 살림방을 내준다
꼭 처갓집에 온 듯이 오래된 장롱 색바랜 사진 뒤통수가 있는 TV
쌀뒤주 부랄달린 벽시계가걸려있다
리야!
나 다음달 18일에 당고개역 근처의 임대아파트로 이사하게되었어요
리야는 사장님 막걸리 한병주세요 크게 소리친다
아니 미쳤어요 암 환자가 술마시면 절대 않되는 것 알면서..
쌤이 내옆에 없으면 나는 살아갈 자신이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