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현방식이 저마다 다른 아이들
장애는 부모 자식간의 상호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장애아의 경우 욕구표현의 신호(눈물, 시선, 대답)가 분명하지 않을 수 있어서 부모가 이러한 신호를 해석하기가 더 힘들다.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욕구에 반응할 줄 안다고 생각할 때 부모로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장애아의 부모는 그러한 만족감을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반응을 얻기 위해 아이 앞에서 온갖 몸짓을 해보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도 아이가 이에 대해 거의, 혹은 전혀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 아이의 태도를 잘못 해석한다. 예를 들어 아이 방에 들어갈 때 엄마는 아이가 소리를 내거나 팔다리를 흔드는 등 엄마의 존재에 반가움을 표현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시각장애 아동은 엄마가 방에 들어올 때 꼼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엄마의 존재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방에 들어오는 사람이 엄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고 엄마가 방에 들어올 때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와의 관계가 상호작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장애아의 부모는 이런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만일 아이가 거의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더 많이 인내하고 가능한 자주 아이와 함께 하려 노력해야 하며, 특히 아이가 상호작용의 바탕이 되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 감각취향이 독특한 아이들
몇몇 장애아들은 다양한 자극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너무 지나치게 반응할 수도, 전혀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경학적 문제가 있어 입 속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한 아이라면 단단한 음식을 싫어하고 부드러운 음식만을 좋아할 수 있다. 또 입안의 촉각을 불쾌할 정도로 자극하는 양치질을 싫어할 수 있다. 이런 반응은 사실 자신을 괴롭히는 감각에 스스로 방어하는 것일 뿐이다.
같은 이유로 몇몇 아이들은 사람들이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물리적인 신체접촉을 피하려 하고 애무를 거부하며 털실로 뜨개질한 스웨터나 몇몇 소재의 옷을 입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어떤 아이는 자극이 충분히 강한 경우에만 반응하기도 한다. 심하게 흔들어주거나 세게 주물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같은 종류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같은 감각취향을 가진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성마비 아이들은 대부분 부드럽고 물렁물렁한 물건보다 까칠까칠하고 단단한 물건의 촉감을 좋아한다고 한다. 뇌성마비 아이들의 경우 물건이 단단할 때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고무 소재보다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이 낫다. 또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물을 좋아한다. 뇌성마비 아이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 속에서라면 불편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 특히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시각적 자극을 좋아한다. 그들의 눈은 항상 볼 것을 찾아헤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의 자세나 표정을 아주 놀라울 정도로 똑같이 따라해 보이곤 한다. 또 소리나는 장난감이나 음반, 악기와 같은 청각적인 자극 역시 좋아한다.
시각장애 아이도 소리나는 장난감이나 청각적 지표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에 잘 듣지 못하는 아이는 시각적인 자극을 좋아하는데, 그들은 때로 아주 세밀한 상황에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 경험의 폭이 좁아진 아이들
모든 장애아를 위협하는 또 다른 중대한 위험요소가 있다. 이것은 장애로 인한 부수적인 영향이다. 만일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주의 깊게 식별해내서 일상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장애는 또 다른 부수적인 한계를 만들어낸다.
우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험의 폭이 좁아진다. 그 결과, 아이의 발달 역시 지체된다. 하지만 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조건 제한해 주변 환경을 알 기회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처음에는 사회생활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알지 못했던 아이라 하더라도, 경험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은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금기사항을 만들어 아이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의존적 상태로 남게 만든다. 과도한 의존성은 아이가 스스로 환경 통제력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시기를 더 지체시킨다. 또 자신감이나 자율성에 해가 되는 수동성을 무의식적으로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신의 아이는 아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아이를 환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단지 몇몇 무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와 다를 뿐이다. 당신은 아이가 보통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을 가능한 모두 체험하도록 신경써 줘야 한다.
출처: 프랑신 페르랑/아이의 진실/한울림(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