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렸던
윤○○할머니를 뵙는 날입니다.
성철오빠와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가조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철오빠한테 버스가 오면
맨 뒷자리에 앉아서 함께 가자고 했더니,
성철오빠가 갑자기 미소를 띄웁니다.
그 미소가 어떤 미소인지,
버스가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어르신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뒷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던 것을
성철오빠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버스기사 아저씨게 여쭙고서야
둔마리에 잘 도착했습니다.
기쁜 마음과 할머니를 뵐 것을 생각하며
할머니댁을 갔더니
할머니의 모습이 안 보이십니다.
부엌에서 할머니의 분주한 모습을 보고서야
다시 인사를 드리니 매우 반가워하십니다.
제일 먼저 박시현선생님을 찾습니다.
박시현선생님과 저희를 위해서
아침부터 성철오빠의 전화를 받자마자
준비했다고 하십니다.
밀가루도 반죽해서 국수가락 만드시고,
밭에 있는 오이와 호박도 따오시고,
국수와 호박을 삶고 계셨습니다.
부엌에 깔려진 장판에는 어르신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지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박시현선생님께 전화 하라고 하십니다.
박시현선생님과 함께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끼 먹이겠다고 땀을 흘리면서까지
준비했다고 하십니다.
박시현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니
선생님또한 일이 바쁘신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 박시현선생님께서 많이 바쁘신 것 같다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니
서운함이 가득하십니다.
박시현선생님을 보로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시면서
많이 바쁜가보네 걱정하십니다.
할머니께서 국수와 호박이 다 삶아진 것 같으니간
물로 행구자고 하십니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맨 손으로 국수 냄비를 잡으십니다.
떨리는 손으로 뜨거움을 느끼신 할머니께서
매우 뜨거워하셨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할머님들을 뵈면 종종 할머님들께서
맨손으로 뜨거운 냄비를 잡는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할머니께 괜찮으신지 여쭙고,
행주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직접 국수를 찬물로 행궈주셨습니다.
호박을 삶은 냄비는 저에게 해보라고 하셨지만
서툰 저를 보고선
"많이 안 해봤지?"하시면서 웃으십니다.
"네, 많이 해보지 않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하면 된다며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국수에 넣어먹을 간장을 만드시다가
수건을 통해서 할머니의 눈에 고춧가루가 들어가
많이 매워하셨습니다.
성철오빠와 함께 통에다가 물을 채워서
눈을 씻으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먼저 손을 씻고, 눈을 씻으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정성으로
땀과 노력으로
뜨거움과 매움을 느끼시면서
직접 끓여주신 국수와 삶은 호박, 채를 쓴 오이
또한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만든 간장
성철오빠와 저에게
빨리 앉아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오빠와 저는 첨으로 맛보는 칼국수를 먹게 되었습니다.
간장양념이 얼마나 맛있던지, 잘 먹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오빠와 저에게 손자처럼 생각하면서
아침부터 준비한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마음이 뭉클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할머니께서 방안에 들어가서 누우라고 하십니다.
할머니께서 먼저 누우시고, 얼른 누우라며 챙겨주시니
할머니 옆에 제가, 제 옆에 성철오빠가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잠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서
눈을 떠 보니
할머니께서 안 계시고, 성철오빠와 저만
신나게 자고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창고 뒷쪽에서 마당으로 나오시면서
잘 잤는지 물어보십니다.
그리고 늦게 점심도 먹고, 부엌을 다 청소했다는 것입니다.
성철오빠와 부엌을 보고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판에 널려져 있었던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습니다.
설거지도 겨우 허락하셔서 하긴 했는데
바닥은 끝까지 허락을 안 하신 이유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특히 손자뻘 되는 학생들에게는
시키는 것을 싫어하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행동을 하시는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자존감이 참 높으신 분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시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할머니댁에 가서 대화도 많이 나누었지만
점심 먹고, 잠자고, 또 밥 먹었습니다.
그 속에서
어르신께서 해주고 싶어하시고,
스스로 하시고,
챙겨주시고,
함께 낮잠 자자고 먼저 누워주시고,
저녁먹기 전까지 배고플것이라고
또 밥 먹으라고 챙겨주시니
사랑도 듬뿍 받고,
꼭 친할머니댁에 가서 잘 놀고, 잘 먹고, 잘 쉬다가 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첫댓글 '사례관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밥 먹는 구실로서 어르신을 뵙고 싶습니다. 대학생이 어르신과 일주일에 한번 만남으로 어르신을 뵙고 싶습니다. 자연주의 사회사업을 풀어내고자 하기 보다는 어르신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농활기간이 되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평범하게 어르신을 찾아뵙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
그런 생각을 하는 우정이를 응원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농활하고 싶어- 히히 마음으로 느끼는 그런 시간이 되자!
그래~ 잘했다. 가정봉사원 활동을 잘 했구나. 함께 밥 먹는 것, 설거지 돕는 것, 청소 돕는 것, 나란히 누워 쉬며 얘기 나누는 것... 가정봉사원의 직접서비스이지^^ 잘 했다. 정말 잘했다.
어떻게 할머님과 지내다가 왔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졌어- 함께 다니지 못해 생기는 아쉬움은 각자 느껴온 각양각색의 감동과 따스함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ㅡ^
우정누나 참 편안해요~
그냥 칼국수 한 그릇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국수 한 그릇에 어르신의 땀이 녹아있구나... 눈에 선하다. 그 마음 따뜻한 풍경이. / 우정이는 소위 '대상자' 집에 간 것이 아니라 아는 할머니 댁 다녀온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할머니께서 이른 아침부터 칼국수를 준비했던 그 흔적이 기억에 남네. 자연스럽게 평범하게 어르신을 찾아뵙자^^
우정이가 벌써 할머님과 듬뿍 정들었구나. 정으로 사랑으로 만나고 만나다, 어찌 거창을 떠나올려나...
사랑으로 만났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아름답겠죠^^
이번 주 다문화가정 방문사업이 1차 종결되면서 집에서 빈둥거리자니, 허전하다... 함께 밥 먹고 울고 웃던 사람들과 다시 만날일이 없다 생각하니..난 왜 이 일을 선택하였을까...우정아~! 힘 좀 줘잉~ㅜ; 슬퍼...(내가 하는 일을 우정이가 보고갔으니, 괜히 투정부려요)
사랑받고 사랑줬던, 사랑을 나누었던 광활이 생각납니다. 마지막에, 활동이 끝날때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가 생각했었지요. 이별은 이별대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것이 끝난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끝이 아니잖아요. 지나가던 길에 만날 수도 있고, 혹은 생각이 많이 날때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면 되잖아요. 구실로서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다면 그것또한 좋은 벗이될 것 같아요.^^
철암에는 제 동생들이 많이 살고 있지요. 원주에는 제 할머님도 계세요. 도계에는 그림을을 그려주고, 시를 들려주는 할머님이 계시구요. ^^
그래...우정아.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한 것 같다. 만남은 언제나 반갑고 설레이는 데, 헤어짐은 아직도 익숙치 않다. 그래도 멈출 수 없겠지? 마음가는대로 열심히 사랑하며 사는 것. 이 마음을 표현할 사람이 곁에 있음에 감사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