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 가는 길
그저께인 10월 31일이 오후 갑자기 더불어 숲에 갔다. 그냥 바람도 세고 요즘 잘 읽어지지 않는 책도 읽을 겸 해서 갔다.
“대표님, 제가 다음 달부터 여기를 카페처럼 이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때마다 적지만 5.000원씩 기부하겠습니다.”
“이미 후원회원이시니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귀연 대표님은 내가 한 말에 나 스스로 부담을 느낄까 봐 만류하셨다.
“아닙니다. 어차피 카페에 가도 커피값은 내야 하니, 그리고 따뜻하고 자유분방한 이곳 분위기가 저와 너무 잘 맞네요. 월말에 한꺼번에 기부하겠습니다.”
더불어 숲 가는 길은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길이다. 부모님 모두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대 병원 단골이셨기에 10년 이상을 꾸준히 간 길이다. 때론 아버지, 어머니 모두 119차로 간 경험이 있는 길이기에 내게는 여러 추억이 남아있는 길이다. 울산 남구 신정2동이 집인 나는 아산로의 마지막 길목에서 항상 좌회전하여 울산대 병원에 가곤 했는데, 이제는 우회전해 더불어 숲 도서관으로 향한다. 부모님과 함께 그 길을 갈 때는 긴장하며 가곤 했는데. 이제 같은 길이 다른 의미의 길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길로 나를 이끄신 분은 우리 부모님이다. 2년 전 노미정 샘의 연락으로 내 책의 첫 번째 북 콘서트를 한 곳이 바로 더불어 숲 도서관이니 말이다.
지난주 10월 25일 개봉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여운은 내게 무척이나 강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서없던 내 삶에 그 영화가 던진 화두는 나를 깨어나게 했다. 이제 다시 20대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책 읽고, 글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솔직히 이것 말고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이 없다. 이제 더불어 숲 가는 길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긴장이 아닌, 기쁨으로 말이다.